[엑스포츠뉴스=목동, 강산 기자] '배팅볼'
일반적으로 경기 전 타자들의 타격 연습을 위해 치기 좋게 던져주는 공을 일컫는 단어다. 투수가 난타당할 때 "배팅볼을 던진다"고 아쉬워하기도 한다.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대행에게 '배팅볼'은 어떤 의미일까.
14일 넥센-한화의 경기가 열린 목동구장. 경기 전 한 감독대행은 마운드에서 타자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었다. 한 팀을 이끄는 수장이 직접 타자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는 모습은 다소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는 선발 라인업이 전광판에 표시된 오후 5시 35분을 넘긴 시각에도 마운드에서 내려올 줄 몰랐다.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한 감독대행에게 직접 배팅볼을 던지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대행을 맡고 나서 코치들이 한동안 못 하게 했다"며 "하지만 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타자들의 감을 볼 수 있고 나만큼 배팅볼 잘 던지는 사람도 드물다. 처음에는 '던지지 말라'고 하더니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고 웃어 보였다.
한 감독대행은 1987년 배팅볼 투수로 프로야구에 입문했고, 3개월 뒤 김영덕 전 감독의 도움으로 테스트를 받아 정식 선수가 됐다. 그가 통산 120승 투수로 거듭나는데 '배팅볼'은 빼놓을 수 없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한 감독대행은 "보통 30분 정도 던진다. 300개 이상 던질 것"이라며 "1박스가 250개 정도인데 조금 더 던진다"고 한다. "300개 던져도 튼튼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렇다면 한 감독대행이 아직도 직접 배팅볼을 던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타자들의 감을 보는 데 도움이 된다"며 "가장 빨리 감을 파악할 수 있다. 나도 투수 출신"이라며 웃어 보인다.
허언이 아니다. 한 감독대행은 이날 경기 전 "선수들 모두 감이 좋다. 특히 감이 굉장히 좋은 선수가 있었는데 조커로 아껴 뒀다"고 밝혔다. 그 '조커'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끝내 듣지 못했지만 경기 중간에 투입된 오재필이 2안타, 이대수가 1안타 2타점을 올린 것을 보면 두 선수 가운데 한 명인 듯하다.
한 감독대행은 선수 시절에도 받지 않았던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술을 코치가 된 이후에 받았다. 계속해서 배팅볼을 던지니 뼛조각으로 인한 통증이 찾아온 것이다. "배팅볼을 던지려고 수술했다"는 한 감독대행의 설명이 뒤따랐다. 그는 "배팅볼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며 "배팅볼을 못 던지면 코치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삼성전서 나온 보기 드문 5-6-3 병살 플레이 당시 시프트에 대해 설명하던 한 감독대행이 한 마디를 던진다. "감독대행이 배팅볼 던지는 것도 고정관념을 깨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대단한 열정이다. 그의 열정에 선수들도 힘을 내고 있다. 한화는 이날 넥센에 8-7 재역전승을 거두고 3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진=한용덕 감독대행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