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목동, 강산 기자] 청소년야구대회서 '일본 킬러'로 거듭난 이건욱은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지는 '투 피치' 투수였다. 하지만 일본전서는 체인지업과 커브까지 섞어 던지며 일본 타자들을 농락했다. 새로운 구질을 던지게 된 사연이 더욱 놀랍다.
이건욱은 8일 목동구장서 열린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5-6위 결정전서 8이닝 3피안타 7탈삼진 3볼넷 무실점의 완벽투로 한국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지난 6일 일본전서 3이닝 5탈삼진 퍼펙트를 기록한 데 이어 '일본 킬러'의 면모를 제대로 입증한 것이다.
이날 이건욱은 최고 구속 144km의 직구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구질을 던졌다. 일본 타자들은 그의 변화구에 매번 당했다. 이건욱은 경기 후 "긴장은 많이 됐다"고 운을 뗀 뒤 "일본 타자들이 변화구에 헛스윙을 많이 해줘서 도움이 됐다. 선수들이 많이 붙어서 치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공략했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점은 이건욱이 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체인지업과 커브를 배웠다는 점. 이건욱은 "체인지업은 대표팀에 합류하고 나서 처음 던졌다"고 운을 뗀 뒤 "대표팀에서 커브와 체인지업을 배웠다"는 사실을 밝혔다.
놀라운 사실이다. 한국대표팀은 지난 7월 25일 목동구장 회의실에서 예비소집을 가졌고 지난달 18일 오전 처음으로 목동구장에 집결해 훈련을 시작했다. 아무리 길게 봐도 두 달 이내에 새로운 구질을 연마해 실전에서 사용했다는 점은 놀라움 그 자체다.
하지만 대표팀 동료 심재민(개성고)이 커브를 던져보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건욱에 따르면 학교 코치도 "넌 안된다"며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지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고등학교 선수들에게 변화구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변화구가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부상을 야기시킬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코치의 반대 또한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건욱은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는 당당히 "직구"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최고 구속 144km의 직구로도 충분히 효과를 봤다. '체인지업을 그렇게 빨리 배워서 쓸 수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안 됐는데 오늘은 되네요"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웃음을 보이던 이건욱. 진정한 '일본 킬러'로 거듭난 그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이건욱 ⓒ IBAF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