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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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느 나라 축구협회인가

기사입력 2012.08.17 20:53 / 기사수정 2012.08.17 20:53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헛발질의 연속이다. 한국 축구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 뛰어야 할 대한축구협회가 진의를 알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으로 팬들과 국민들의 분노를 부르고 있다.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은 17일 언론에 축구협회가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해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이메일 전문을 공개했다. 공개된 이메일에는 그동안 축구협회의 해명과 달리 굴욕적인 내용이 가득했다.

일본 언론은 지난 13일 일제히 "한국이 독도 세리머니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고 김주성 사무총장은 곧장 통상적인 외교 문서일 뿐 사과의 의미는 지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었다. 축구협회는 나흘이 지나 밝혀질 일을 감추려 애썼다. 언론에 공개된 이메일에는 일본에 고개를 숙이는 굴욕적인 문구가 가득했다.

사과 논란을 낳았던 'regret'도 원문에 포함이 되어 있었고 '일본이 너그러운 이해와 아량을 보여주면 감사하겠다'는 저자세의 문장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박종우의 행동을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세리머니(Unsporting celebrating)'라 정의내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이래놓고 축구협회는 거짓 해명과 원문 공개를 철저히 막는 방법으로 사태를 덮으려 했다. 굴욕적인 문구가 나열된 원문이 공개되면서 비난이 일자 그제야 조중연 협회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면 책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의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 방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의 일만 따져도 작년 겨울 A대표팀 감독 선임문제를 처리하면서 미숙한 모습을 보여 여론의 질타를 맞았고 회계 부정을 저지른 직원에 되레 위로금을 주고 내보내는 비상식적인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또한 에닝요의 특별귀화 문제도 전후 상황을 제대로 짚어보지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하려다 선수에게 피해만 준 꼴이 되고 말았다. 

이같은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협회 집행부는 떳떳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일단 소나기만 피해보자는 식의 면피성 행동으로 대처하기 일쑤였다.

이번 '대일본 굴욕 이메일' 사건은 그동안 협회 집행부가 보여준 무책임하고 무사안일한 태도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축구협회는 자신들이 보낸 이메일 내용처럼 박종우의 행동이 정말로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세리머니'라고 생각했다면 팬들 앞에 의견을 물었어야 했다. 하지만 협회는 뒤로 일본에 머리를 숙이고 앞으로는 국민들 앞에 '그런 일 없다'며 연막을 쳤다. 

대책 없는 축구협회의 행동은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획득으로 축제 분위기에 들 떠 있는 국민들에게 한겨울 얼음장과도 같은 찬물을 끼얹었다. '현 협회 집행부에 더 이상 한국 축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그것이 지금 축구인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담긴 한결같은 메시지라는 것을 협회는 깨달아야한다. 

조중연 회장은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면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상황은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고 따라서 마땅히 책임을 져야한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DB]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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