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공이 높이 솟구친 순간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온 힘을 다해 뛰어올라 시저스킥을 날렸다. 발을 떠난 공은 힘껏 그물을 갈랐고 골을 터트린 그는 동료들과 아름다운 포옹을 나눴다.
이브라히모비치의 속죄포가 터졌다. 20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12 D조 최종전'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한 이브라히모비치는 후반 9분 선제골을 터트리며 스웨덴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이브라히모비치의 활약 속에 거둔 승리로 스웨덴은 대회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미 2연패로 8강행이 좌절됐던 스웨덴은 마지막 불꽃을 짚였다. 프랑스를 상대로 투지넘치는 플레이를 보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 과정에서 이브라히모비치는 어느때보다 더 활발했다. 최전방 올라 토이보넨의 뒤를 받쳤던 이브라히모비치는 좌우, 중앙 가리지 않는 폭넓은 움직임으로 공격 첨병 역할을 했다. 그러던 후반 9분 오른쪽 측면에서 높게 떠서 날아온 크로스를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아름다운 퇴장이었다. 환상적인 속죄포와 함께 대회내내 따라다니던 심적 부담감도 덜었다.
지난 시즌 세리에A 득점왕이란 꼬리표를 달고서 스웨덴 대표팀의 희망으로 주목받았다. 즐라탄의 존재와 이전보다 강해진 공격력에 스웨덴의 선전을 기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결국 그러질 못했고 에이스이자 주장인 이브라히모비치의 마음의 짐은 늘어만 갔다.
마음고생도 심했다. 우크라이나와의 1차전 직후 대표팀엔 내분이 일어났다. 문제의 원인으로 이브라히모비치가 거론됐다. 전반전이 끝난 후 마르쿠스 로젠버그와 다퉜고 경기에서 패하자 일부 선수들에게 크게 화를 낸 것이 문제가 됐다.
요한 엘만더는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이브라히모비치 때문"이라며 "이런 태도는 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에릭 함렌 감독 역시 즐라탄을 간접적으로 지목하며 "선수 한 명이 차질을 빚는다면 (그 선수와) 함께 해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맹비난했다.
은퇴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동안 줄곧 은퇴를 암시해 왔던 이브라히모비치였기에 이번 유로대회 실패가 현역에서의 퇴장을 압당기진 않을까하는 예상에서였다. 하지만 마음을 다 잡았다. 이에 대해 이브라히모비치는 "미래에도 대표팀과 함께 할 것이고 앞으로도 그들을 위해 뛰겠다"며 은퇴설을 직접 부인했다.
따가운 시선 속에 출전한 프랑스전에서 이브라히모비치는 날아올랐다. 결국 모든 것을 불식시키는 환상 골을 성공시키며 팬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경기가 끝난 후 스웨덴 팬들은 일제히 기립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운동장의 이브라히모비치 역시 박수를 보내며 해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한 숨을 크게 내쉬었다.
[사진=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C) 스카이 스포츠 홈페이지 캡쳐]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