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김)연경 언니가 일본과 경기를 할 때 깜짝 놀랐어요. 어떻게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하고 감탄했죠. 언니처럼 해외 리그에 진출하고 싶은 꿈은 항상 간직하고 있어요."
한국여자배구의 축복 중 하나는 김연경(24, 터키 페네르바체)이라는 최고의 선수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터키리그로 진출한 그는 2011~2012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소속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또한 득점상과 최우수선수상(MVP)까지 수상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우뚝 섰다.
김연경은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세계예선전'에 출전해 득점과 공격성공률 그리고 리시브 부분에서 1위에 오르며 3관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블로킹 1위에 오른 양효진(23, 현대건설)도 빼놓을 수 없는 수훈 선수다. 양효진은 러시아의 주전 센터인 마리아 보리셴코(러시아)를 제치고 블로킹 1위에 등극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 2012에 출전한 양효진은 블로킹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연경과 황연주(26, 현대건설)가 빠진 상황에서 양효진은 주득점원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양효진은 그랑프리 대회 3경기 동안 41점(블로킹 15점)을 올리며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주전 선수 4명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저는 몸 상태가 나쁜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언니들이 계속 부상을 당해 걱정이 되요."
양효진의 올림픽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예선전에 출전할 때 백업센터로 활약했다. 당시 전력이 최상이 아니었던 한국은 일본과 도미니카에 패하며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다.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그 때 좌절을 겪은 뒤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훈련에 임했고 그 때와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리더십-신뢰-도쿄 대첩, 삼박자가 맞았기 때문에 런던행 가능
양효진은 런던올림픽 출전이 가능했던 원인에 대해 노장선수들의 리더십과 선수들 간의 신뢰 그리고 일본전 승리로 요약했다.
"경험이 많은 언니들이 있었던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팀을 이끌어갈 확실한 리더가 있었다는 점과 선수들 간의 신뢰도 꼽고 싶어요. 시즌을 마친 뒤 오랜만에 모였지만 서로 간의 마음이 잘 통해 서로를 믿을 수 있었죠. 그리고 일본을 이긴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웃음)"
한국은 일본 1진을 상대로 '치욕의 22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일본을 3-0으로 꺾은 뒤 기나긴 침체기에 빠졌다. 한국여자배구가 일본의 연패를 벗어날 때까지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일본과 경기를 할 때는 부담감이 컸어요. 일본 만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커서인지 항상 무거운 마음으로 코트에 섰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담감을 떨치고 편하게 경기를 하자고 마음을 모았어요. 경기를 이기는 것보다 세트를 따내자는 쪽에 초점을 맞췄죠. 이러한 마음가짐이 좋은 결실로 이어졌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양효진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했다. 경기의 맥을 끊는 블로킹 득점을 올린 양효진은 태국전에서도 분전하며 런던행에 힘을 보탰다.
"일본과 경기를 할 때는 그동안 이기고 있다가 역전패를 당한 적이 많았어요. 그래서 10점차로 앞서가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죠. 경기에 들어갈 때 '1세트는 무조건 이겨보자'라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리고 끝날 때까지 집중하자는 말을 경기 중에 자주했어요. 그 정도로 일본을 이기고 싶은 마음과 올림픽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웃음)”
김연경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꿈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 마다 양효진은 선전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예선전과 그랑프리에서도 자신이 '국제무대에 통할 수 있는 선수'임을 증명했다.
"해외리그에 진출하고 싶은 소망은 항상 간직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오면 나가고 싶지만 우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 시급한 것 같아요. 연경 언니를 통해 세계 배구의 흐름과 선수들의 플레이 그리고 리그의 경향을 들을 수 있는데 이러한 애기를 들을수록 해외리그에 진출하고 싶은 꿈은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양효진은 국제대회 경험을 쌓으면서 한층 성장했다. 아직은 부족한 점도 많지만 이러한 점을 보완하면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런던행을 결정지은 양효진은 '꿈의 무대'인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런던에서 상대할 팀은 모두 만만치 않다. '세계 최강'인 미국과 브라질 그리고 유럽챔피언인 터키와 세르비아를 상대해야 한다. 그러나 양효진은 "런던에 지려고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목표는 당연히 크게 가져야한다고 생각해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모두 메달 획득에 뜻을 두고 있습니다. 상대팀의 전력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의 것을 충분히 한다면 모두 해볼만하다고 봅니다."
[사진 = 양효진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