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클래스는 영원했다. 안드리 세브첸코가 자국에서 열린 유로2012에서 힘껏 날아올랐다. 그의 드라마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셰브첸코는 12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12' D조 1차전에서 2골을 터트리는 맹활약으로 우크라이나의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번 경기에서 세브첸코는 보로닌과 함께 투톱을 구성했다. 우크라이나가 기선 제압을 위해 공격적인 선수 구성으로 나온 가운데 올레흐 블로킨 감독은 세브첸코의 탁월한 골감각을 믿었다.
전반전엔 활약이 미비했다. 최전방에서 좌우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분주히 움직였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전반 중반 결정적인 슈팅기회를 맞이했지만 슈팅으로 이어가지 못했고 헤딩패스한 공은 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셰브첸코의 몸놀림은 후반 들어 달라질 조짐이 보였다. 1분만에 오른쪽 부근에서 살짝 띄우는 감각적인 크로스를 시도했다. 5분엔 볼경합 과정에서 무릎을 감싸쥐고 고통스런 표정으로 넘어지면서 부상이 염려됐다. 하지만 곧 셰브첸코는 묵묵히 일어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후반 10분 득점포가 터졌다. 기회를 엿보던 셰브첸코는 야르몰렌코가 크로스를 올리자 멋진 다이빙 헤딩슛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정말 '나비처럼 벌처럼 쏜' 멋진 헤딩골이었다.
불불튼 활약은 식을 줄 몰랐다. 바로 7분 뒤 이번엔 코너킥 상황에서 올라온 공을 앞쪽에서 자르는 헤딩슛으로 스웨덴을 격침시켰다. 역전골이 성공하자 구장을 메운 홈 관중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셰브첸코를 연호했다.
멀티골을 터트린 셰브첸코는 후반 37분 자신의 소임을 다한 뒤 아르템 밀레브스키와 교체 아웃됐다. 그가 그라운드를 떠나자 우크라이나 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왕년 득점기계 셰브첸코의 활약에 힘입어 스웨덴에게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승리로 우크라이나는 8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날 맹활약은 매우 뜻깊다. 셰브첸코는 이번 유로2012대회를 국가대표로 치르는 마지막 메이저대회라 선언했었다.
대회를 앞두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유로2012는 내 축구인생에 있어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홈 관중 앞에서 우크라이나 유나폼을 입고 플레이하는 것, 그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 밝혔다.
전성기 시절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기량은 예전같지 않았다. 35세라는 나이는 더이상 90분동안 그가 뛰도록 허락해주지 않았다. 지난 시즌 다나모 키예프에서 뛰며 잦은 부상을 입었고 많은 이들은 염려했다. 과연 유로대회에서 셰브첸코가 얼마나 잘 뛸 수 있을지 의심했다.
하지만 셰브첸코는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자 했던 유로2012에서 보란듯이 특유의 득점포를 가동했다. 득점기계란 지난 별명에 걸맞는, 득점력을 선보였다. 이번 대회 매 경기 비장한 각오로 나서는 셰브첸코의 마지막 불꽃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 = 셰브첸코 (C) Gettyimages/멀티비츠]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