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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배구, 경쟁력 있는 세터 육성이 시급하다

기사입력 2012.06.07 08:45 / 기사수정 2012.06.07 08:4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남자배구는 1984년 LA올림픽부터 자국에서 열린 서울올림픽 그리고 바르셀로나와 애틀랜타 올림픽까지 본선 무대를 밟았다.

또한 김세진(38, KBSN 배구해설위원)-신진식(37, 홍익대 감독)이 활약한 2000년 시드니올림픽까지 출전하며 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했다. 당시 한국 남자배구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강호들을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세계 상위권에는 도약하지 못했지만 배구 강국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경기를 펼치며 배구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던 이유는 김호철(대한배구협회 관리위원장, 현대캐피탈 총감독)-신영철(대한항공 감독)-최태웅(36, 현대캐피탈)으로 이어지는 '명 세터 계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진출이 좌절된 이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도 무산됐다.

8년 동안 올림픽 본선에 초대받지 못한 한국은 오는 7월에 열리는 런던올림픽에 도전했다.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현재 한국남자배구의 자존심은 날개를 잃고 추락하고 있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대표팀은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2012 런던올림픽 예선전'에서 3연패를 당했다. 약체인 베네수엘라를 꺾고 목마른 1승을 올렸지만 올림픽 진출은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세르비아가 전승 행진을 달리고 있고 호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진출은 매우 희박하다.

한국은 첫 경기인 이란과의 일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그리고 세르비아와 일본에 연패를 당하며 올림픽 출전의 꿈이 멀어져갔다. 한국은 세르비아는 물론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이란과 일본과 비교해 모든 면에서 전력이 떨어졌다.

한국보다 일찍 '스피드 배구'를 시작한 이란과 일본은 속도와 조직력에서 한국을 압도했다. 여기에 수비와 서브리시브도 흔들렸다. 또한 결정적인 상황에서 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한방'도 부족했다.

2005년 프로리그가 출범하면서 각 팀의 해결사 역할은 외국인 선수들의 몫이 됐다. 국내 최고의 공격수로 불리는 이들은 조연으로 밀려났고 주연의 자리는 늘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했다.

그리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점은 '세터 문제'다. 이란과의 첫 경기에서 한국은 상대 주전 세터인 마루프의 현란한 토스에 무너졌다. 그리고 반드시 이겨야할 경기였던 한일전에서도 세터들이 흔들리면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코트 안에서 절대로 흔들리지 말아야하는 포지션은 세터다. 자신이 속해 있는 팀은 물론 상대 팀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경기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풀세트 접전을 펼친 일본과의 경기서 한국은 한선수(27, 대한항공)와 권영민(31, 현대캐피탈)이 모두 투입됐다.

한선수가 3세트에서 토스 난조를 보이자 박기원 남자대표팀 감독은 4세트부터 권영민을 투입했다. 구원 투수로 나선 권영민은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경기를 마지막 5세트까지 몰고 갔다. 하지만 5세트 초반 리시브가 불안해지면서 세터의 토스도 흔들렸고 결국 한선수가 다시 코트에 들어섰다.



높이와 힘에서 배구 강국에 뒤진 한국이 선전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재기 넘치는 세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호철 위원장은 이탈리아 리그에 진출해 명성을 떨쳤고 신영철 감독은 월드리그를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세터상을 수차례 수상했다.

그러나 뛰어난 세터의 계보가 끊기면서 국제대회 경쟁력은 추락했다. V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블라도 페트코비치(세르비아, 전 드림식스)와 이란의 마루프 그리고 일본의 우사미 다이스케 등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노련함을 보여줬다.

특히 일본의 우사미는 브라질 유학을 다녀오면서 경쟁력 있는 세터로 환골탈태했다. 큰 무대를 경험할수록 시야가 넓어지고 경기의 흐름이 발전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배구는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사'의 부재를 드러냈다. 그리고 경기를 능숙하게 운영하는 '야전 사령관'의 문제점도 나타났다.

주 공격수의 경쟁력이 떨어진 만큼 뛰어난 세터의 육성이 시급하다는 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사진 = 한선수, 권영민 (C) FIVB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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