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5.15 04:25 / 기사수정 2006.05.15 04:25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을 시작으로 기나긴 역사와 관심은 매번 되풀이되는 데자뷰
같은 현상을 만들었고 팬들은 그 속에서 징크스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월드컵과 관련된
징크스는 미신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인과응보의 관계일수도 있다. 기쁨과 슬픔
사이를 교차하는 징크스가 유독 미운 오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항상 패배자에게 각인 되기
때문은 아닐까? 월드컵을 앞두고 이 미운오리를 분석하는 재미 또한 놓칠 수 없다.
그 중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징크스는 개최대륙에서 우승팀이 나온다는 징크스이다.
1회 우리과이 월드컵은 우리과이의 우승 2회 이탈리아 월드컵은 이탈리아의 우승
그 뒤로도 변함없이 개최국의 대륙에 따라 우승컵의 향방이 결정되었다. 스웨덴 월드컵과
최근 한일 월드컵에서 징크가 깨진 일이 있었으나 대륙별 우승국 징크스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봐야한다. 이 징크스는 깨진 사례와 안깨진 사례를 비교하면 50%의 실력과
50%의 응원이 좌우했다고 생각한다. 혹자들은 시차적응과 잔디적응 문제를 꼽고 있지만
그건 부수적인 일에 불과하다. 처음으로 징크스가 깨진 스웨덴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첫째 축구황제 펠레의 활약을 꼽을 수 있다. 이 시기의 수비 기술은 너무나
단순한 스탠딩 태클뿐이었다. 커버플레이라는 개념도 아직 없었고 협력 수비라는 개념도
없었다. 펠레는 특출난 스피드와 드리블을 갖춘 선수는 아니었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얼음장처럼 차가운 경기운영이 돋보이는 선수였다. 스웨덴 수비들은 펠레의 간단한 페인팅 동작
하나하나에 한 까풀 두 까풀 벗겨져 나가며 우승컵을 내준 것이다. 둘째로 우승향방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응원의 힘을 꼽을 수 있다. 당시 결승전이 열린 라순다 경기장은 월드컵 결승전을 보기위해
스웨덴의 많은 시민들로 가득 찼지만 정작 스웨덴 홈인지 브라질 홈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브라질 선수들이 골을 터트릴 때마다 많은 관중들의 환호가 있었다. 응원에 대한 보답인지 브라질은
스웨덴에 선취골을 내준 이후 내리 5골을 넣었으니 응원의 힘은 정말 막강하다고 보여 진다.
브라질이 우승했던 미국 월드컵이나 한일 월드컵을 회상하면 이 두 가지
요인이 대륙별 징크스를 깬다는 것이 뒷받침된다.
그리고 한국 대표 팀에게 해당될까 조마조마 했던 월드컵 4강 징크스가 있다. 이 징크스 또한
엄청난 역사를 자랑한다.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에서 유고슬라비아는 4강까지 올라가는 저력을
보였으나 다음 이탈리아 월드컵에선 예선 꼴찌를 차지하는 망신을 당한다. 그 다음 프랑스
월드컵에선 오스트리아가 여기에 해당되었고 이 악몽 같은 징크스의 역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득점기계 푸스카스로 유명했던 헝가리, 스웨덴, 스페인, 프랑스, 체코, 포르투칼 등 엄청난
네임 벨류를 자랑하는 팀들도 모두 여기에 해당되었다. 최근에는 터키가
이 징크스의
희생양이 되었다. 4강 징크스의 여러 가지 요인 중에 대륙별과는 별개로 예선에서 졸전을
펼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무리 치열한 틈바구니 속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남미예선,
유럽예선이지만 약팀과의 경기에서도 0:0 무승부를 펼치고 조직력을 상실한 경기력은
4강 징크스의 큰 원인이다. 돌풍을 일으키고 나면 주전 선수들은 제 각각 보다 큰 리그로
이적해 나간다. 그렇다면 더 성장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프랑스의 실패를
보며 배울 수 있다. 각각 최고의 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프랑스 선수들은 어긋난
톱니바퀴를 굴리며 강팀의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지만 98년 프랑스 월드컵은 선수들의
가치가 2002년 보다 높지 않았어도 팀 훈련을 중요시하고 조직력을 극대화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잠시지만 우리에게도 이런 위험이 몰아 닥쳤다.
몰디브와 0:0 무승부라는 세계적 이슈를 만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4강 징크스의 화살이
우리에게 꽂히는 줄 알고 마음 졸였을 것이다. 이 징크스를 보면 축구는 절대로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님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조직력과 정신력이 받쳐줘야 강팀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
이밖에도 많은 징크스가 있다. 아일랜드 징크스는 항상 한골 이상을 넣지 못한다는 징크스가 있다.
2002년 월드컵 최약체 사우디와의 경기에서 3:0로 승리한 경기 이외에 무려 14회의 월드컵 경기에서
한골 이상을 넣지 못한 것이다. 잉글랜드는 1968년 이후부터 스웨덴을 한차례도 이기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다. 이는 바이킹의 힘이과 체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전 대회 월드컵 우승국은
다음 대회 첫 경기에서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징크스가 있다. 74년 월드컵부터 시작된 이 징크스는
상대가 수비에 강하고 역습에 능한 팀인 것이 큰 요인으로 보인다. 그 다음으로 흔히 아는
골대 징크스도 있다. 슛팅이 골대에만 맞으면 이상하리 만큼 경기가 꼬이고 결국 지게 되는 것이다.
이 징크스는 평범한 진리로도 표현이 가능하다. 강팀끼리의 경기에선 찬스를 살리는 팀이 결국 승리한다.
최근까지도 가장 두려운 징크스가 있다면 발은 황금이지만 입은 저주를 받았다는 펠레의
저주 징크스가 단연 무섭다. 펠레가 지목하는 팀이나 선수들은 알 수 없는 불행으로 망한다는
징크스이다. 펠레 징크스는 인과응보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정말 신기한 현상이라고
봐도 무관할 정도이다. 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때는 브라질이 이번에도 우승할 것이라 예상 결과는
예선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고 74년에는 아르헨티나를 우승후보로 꼽았으나 네덜란드에게
4:0 대패로 마감했다. 그 다음 월드컵에도 펠레가 꼽는 팀은 알 수 없는 불행으로 이어지며
징크스는 계속 일어났다. 94년 월드컵은 콜롬비아가 우승할 것이라 예상, 결과는 처참한 조 4위라는
꼬리표를 달고 쓸쓸히 퇴장했다. 말도 안 되는 자살골로 경기를 그릇 치는 등 저주가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 그해 강호 콜롬비아에게 닥쳤다. 98년 월드컵에서는 스페인의 우승 가능성을
높이 샀는데 결과는 조 예선 탈락, 2002년에서는 우승후보로 프랑스를 지목했지만 프랑스 또한
조 예선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달았다. 2002에는 한국 팀과도 깊은 악연이 있었다. 독일과의 4강
경기에서 한국이 승리할 것이라 예상 결과는 독일의 승리로 끝났다. 최근에는 루니에게 화살이
꽂혔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며 한껏 치켜 세운 선수가 루니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루니 선수는 심한 부상을 당해 월드컵에서 활약이 불투명해졌다.
월드컵과 관련된 흥미로운 징크스들은 분명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들의 의해서 태어난 것이다.
심리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징크스가 우리 대표 팀에게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선수 자신의
마음가짐에 있다. 최근 우리 대표 팀은 미국 전지훈련에서 강호 멕시코를 상대로 LA 무승 징크스도
탈출하지 않았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와 팀과 하나가 되야 한다는 마음가짐만 갖고 있다면
펠레의 저주 징크스도 부셔버리는 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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