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한국과 일본 모두 프로야구 개막 후 한 달을 맞이하며 분위기가 뜨겁다. 초반부터 거센 순위 경쟁, 핵심 선수들의 기록 경쟁 등 기쁨과 한숨이 공존하는 프로야구 분위기는 양국 모두 공통으로 하고 있다.
공통된 감정을 느끼는 프로야구 팬의 심정은 동일하나 표현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리 팀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한국프로야구라면, 일본프로야구는 절제와 틀에 맞춘 일괄적인 응원을 펼친다. 최근 WBC, 한국 선수의 일본 진출 등의 야구 교류 활성화로 두 나라는 서로의 응원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양국은 서로의 리그를 체험할 수 있는 여행상품, 관광객들의 야구 관람을 통해 응원문화가 소개되고 있다. 신선한 느낌이 드는 응원 문화를 가진 한국과 일본의 야구 응원 문화는 어떻게 다를까.
- 한국=엠프 , 일본=밴드
일본 야구 문화는 기초 응원을 ‘고교야구’에 두고 있다. 프로야구 못지않게 관심을 얻는 전일본고교야구선수권(고시엔)은 응원 때 고교 관악단을 출동시켜 응원을 유도하는 것이 전통이다. 일본프로야구 역시 관악단을 구성해 응원을 리드하고 있다. 이들은 구단에서 팬클럽과 협의 후 별도 초빙을 통해 구성되며, 응원을 주도하는 응원단장 역시 팬클럽과 구단이 인정하는 오랜 팬이 주도한다. 이들에 대한 특별 보수는 없다. 그러나 시즌 홈경기를 응원과 함께 지속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한국 야구는 엠프 응원에 기초를 두고 있다. 각 구단들은 ‘프로 치어리더’ 팀에게 응원을 맡긴다. 매번 수동적으로 응원을 주도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주자 상황, 경기 양상으로 응원가를 신속히 바꿀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응원가 가사까지 동시에 나와 일반 팬들이 익히는데 수월하다.
- 한국=막대풍선, 일본=깔때기
일본야구의 대표적 응원 도구는 깔때기 모양으로 생긴 확성기다. 이 역시 고교야구 응원 문화 중 하나인 확성기를 모토로 하고 있으며, 응원단 일당백을 한다는 취지 하에 도입됐다. 프로야구에서는 주로 박자, 박수를 대신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일본 야구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각 구단은 이를 모토로 한 다양한 응원도구를 출시하고 있으며, 가격은 우리 돈으로 5천원부터 2만원 대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구단별 상표등록을 통해 구단 공식 쇼핑몰 외에는 구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대표적 응원 도구는 막대풍선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종목 불문 사용된 막대풍선은 프로야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 상품이다. 프로야구가 열리는 구장 인근이면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가격대도 저렴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막대풍선은 일회용 개념이 강해서 일본 확성기보다 소장성, 지속성이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프로야구 부흥과 함께 막대풍선을 응용한 상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롯데자이언츠의 ‘마풍선’이 대표적이다.
- 한국=‘부산갈매기, 서울찬가’, 일본=‘럭키세븐 타임’
일본프로야구 12개 구단은 공통적인 응원 시간을 가지는 데 대표적인 것이 ‘럭키세븐 타임’이다. 7회 이후 공수교대 시간을 이용해 구단가를 부른다. 가장 먼저 시작 한 팀은 오사카 한신 타이거즈다. 일본야구 전 구단으로 확대된 ‘럭키세븐 타임’은 1~2분간 구단가를 부르고 말미에 구단 색깔에 맞춘 긴 풍선을 날린다. 이 응원은 상대 팀에 대한 배려를 해, 원정 팀에게도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지난 2010년 한-일 야구 교류전의 일환으로 열렸던 롯데-소프트뱅크간 경기에서는 야후돔에서 ‘부산갈매기’ 음원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 돈 2천원으로 구입 가능한 풍선은 일본야구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응원도구로 집계되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만 응원을 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그때그때’ 다르다. 대표적인 응원은 롯데의 ‘부산갈매기’다. 이 응원은 타선이 물이 올랐을 때 부르며, 이닝과 관계없이 상황에 따라 다르다. 롯데 외에 SK와이번스는 ‘연안부두’, LG트윈스는 ‘서울찬가’, 기아타이거즈 ‘남행열차’ 등 각 구단들은 고유의 응원가를 갖고 있어 상황에 맞춰 사용한다.
- 치어리더 그리고 그 외
경기 내 모든 응원을 함께하는 한국의 치어리더와 달리 일본에서는 그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일본도 치어리더는 존재한다. 사실, 치어리더 보다는 구단에서 오디션으로 선발한 댄스팀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이들은 구장 외 공연, 크리닝 타임 공연 그리고 ‘럭키세븐 타임’에 응원을 주도한다. 구단 주관 모든 행사와 지역연고 마케팅 때 출연해 구장 외 활약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의 치어리더 팀이 주로 4~6인으로 구성돼 있다면 일본은 30명 정도의 대규모로 활동한다. 상대적 관심도가 높아 ‘치어리더 팬’을 확보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팬을 갖기 힘들다.
이밖에 한국과 일본은 각각 내야, 외야를 응원석으로 사용한다는 점, 자유롭게 깃발을 사용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구단의 허가를 받은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자유로운 원정 응원을 가는 한국 팬과 달리 일본은 반드시 원정 유니폼으로 통일 한다는 점 등이 양국의 미묘한 응원문화 차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키스타임’, ‘댄스타임’, ‘경품추첨’등으로 공수 교대 시간을 활용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다소 차분하게 경기를 기다린다. 양국 모두 국민적 특성에 의해 형성된 응원 문화로 누가 옳고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미묘한 차이를 알아나갈 수 있는 점은 한일 야구 교류에 일종의 매개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