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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특집 ②] 이바나, "우승하면 서울 5대 궁 가보고 싶다"

기사입력 2012.03.23 08:28 / 기사수정 2012.03.23 08:28

강산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성남 도로공사에 '복덩이'가 들어왔다. 바로 외국인선수 이바나 네소비치(세르비아)다. 도로공사 구단이 이바나의 영입을 발표하자마자 배구팬들은 술렁였다. 190cm의 훤칠한 키에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그녀의 등장은 많은 남성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바나는 기존 외국인선수 지오지나 피네도(아르헨티나)가 부상으로 더 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팀에 합류했다. 당시 도로공사는 최하위 GS칼텍스에 세트스코어 0-3 완패를 당하며 위기에 빠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첫 2경기의 결과는 참담했다. 4라운드 마지막 두 경기에 출전한 이바나의 기록은 평균 19.5득점 공격성공률 35.71%, 서브득점 3개 블로킹 1개였다. 시차 적응에 대한 문제도 있었지만 '해결사'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도로공사는 3연패로 4라운드를 마치며 힘겨운 순위 경쟁을 예고했다. 그녀의 배구 실력보다 외모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그녀는 외모로 주목받길 원하지 않았다. 배구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기에 이를 악물었다. 끊임없이 노력한 그녀는 결국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어낸 구원투수가 됐다.

21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이바나는 활짝 웃으며 기자를 맞이했다. "자유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기자의 말에 "이것도 내가 할 일이 아니겠느냐"며 웃어보이던 그녀의 모습에서 프로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 도로공사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합류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웠을 것이다. 특히 입국 바로 다음날부터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힘들진 않았나.

"솔직히 말하면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또 다른 도전 과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팀과의 싸움임과 동시에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도 생각했다."

- 첫 2경기에서 2연패를 당했지만 다음 경기에서 풀세트 끝에 승리하면서 9연승을 기록했다. 당신의 강서브도 연승 행진이 시작된 현대건설전부터 폭발했다. 뭔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한국 무대에서 첫 승리를 거둔 그 경기, 정말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날 코트에 들어서기 전에 나 자신과 약속했다. 절대로 이 경기에서 패하고 코트를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반드시 승리하고 나가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5라운드 첫 경기인 현대건설전, 이바나는 이를 악물었다.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코트를 떠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이바나는 서브득점을 5개나 기록하면서 31점을 올렸다. 승리의 일등 공신이었다. 이 경기 이후 치러진 10경기에서 도로공사는 전승을 거두며 2위로 플레이오프에 안착했다. 2009~2010시즌 데스티니 후커(전 GS칼텍스) 이후 또 하나의 '교체 외국인선수 성공신화'를 쓰게 된 것이다.

- 서브의 위력이 정말 대단하다. 12경기에서 무려 44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했다. 강서브의 비결은 대체 무엇인가.

"이것만은 절대 비밀이다. 만약 내가 이 비밀을 얘기한다면 모두가 알게 되지 않겠느냐. 그렇다면 그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 그렇다면, 챔피언결정전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에 비밀을 공개할 것인가.


"절대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 배구 인생이 끝날 때까지, 즉 은퇴할때까지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웃음)." (이바나와 함께 자리한 정미령 통역도 "이바나가 서브에 대한 건 절대 말해주지 않을 겁니다"라고 거들었다.

이바나는 상황을 가리지 않고 강서브를 구사한다. 특히 지난 11일 성남실내체육관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맞대결, 5세트 21-21의 듀스 상황에서 강서브로 득점에 성공한 것이 좋은 예다. 이바나의 서브득점 하나로 흐름을 가져왔고 결국 승리를 따냈다.

- 당신의 서브득점은 승부처에서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강서브를 넣을 수 있는 '담력'은 어디서 나오나. 이건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단순히 '배짱'이다. 한 스포츠 회사의 광고 문구가 있지 않은가, 'Just Do It' 이라고(웃음)"

이바나를 제외하고 강서브에 대해 논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올 시즌 이바나가 기록한 경기당 평균 3.67개, 세트당 평균 0.846개의 서브득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출장 경기 수가 부족해 순위권에 오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올 시즌 서브 부문 1위를 차지한 팀 동료 황민경이 경기당 평균 1.74개, 세트당 평균 0.433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한 것을 보면 이바나의 서브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알 수 있다.

- 한국의 팀 문화에도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로 동료들과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사실 우리에게 자유시간이 많은 편이 아니다. 일어나서 밥 먹고, 연습하고, 쉬고, 자면 하루가 간다(웃음). 함께 즐기는 시간이 많지 않은 점이 아쉽다."

- 그래도 대화를 나눌 시간은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떤 얘기를 주로 하는가.

"사실 언어 장벽 때문에 많은 대화를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최대한 서로 이해하려 노력한다. 동료들은 나에게 한국 생활과 음식에 대해, 또는 남자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 준다. 동료들이 날 많이 도와주려 하는 것 같아서 고마울 따름이다. 동료들은 나에게 많은 한국말을 가르쳐주려 노력하지만 통역 없인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이 아쉽다."

- 얼마 전, 한 배구 커뮤니티에 '이바나의 서울 나들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왔다. 광화문, 경복궁, 청계천, 남산 등지에서 찍은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다. 시즌 중이었는데 서울 나들이를 가게 된 배경은.

"서울 나들이를 해 본 것은 그날이 처음이다. 내 에이전시에 '멋진 곳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해서 나가게 됐다. 좋은 시간을 보냈다."

- 사진을 보니 굉장히 행복해 보였다. 특별히 인상 깊은 장소가 있었나.

"서울의 규모가 정말 크고 사람이 많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실제로 겪어 보니 놀라웠다. N타워가 맘에 들었다. N타워에서 점심 식사를 한 뒤에 유적지를 보고 싶어서 경복궁에 갔다. 세르비아에 있는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줬더니 한국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더라."

- 시간이 짧아서 원하는 곳을 모두 둘러보진 못했을 텐데, 아쉽지는 않았나.

"5대 궁 중에서 경복궁만 다녀왔다. 나머지 4개 궁(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도 가보고 싶다. 우선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뒤에 서울 전 지역을 돌아보고 싶다. 특히 COEX 아쿠아리움은 꼭 가보고 싶다."

- 팀에 합류하기 전에도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

"산야 토마세비치(전 현대건설, 세르비아)에게 한국 생활에 대해 조금 들었다. 또한 지난 시즌에 도로공사에서 뛰었던 사라 파반(캐나다)이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의 소소한 일상까지 모두 적어 놓았지만 일부러 보지 않았다."

- 궁금했을 법도 한데 왜 읽어보지 않았나.

"다른 사람의 시각을 통해서 한국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내가 스스로 경험하고 부딪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멋진 말이다. 당신의 합류 이후 성남실내체육관에 남성팬이 많이 늘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많은 성원에 너무 감사드린다. 중요한 것은, 경기장에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되는 지금부터가 진짜다. 정규 시즌보다 더 재미있는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웃음)."



[사진=이바나 네소비치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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