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20일에 다음커뮤니티 축구토론방에 올렸던 글입니다.
정말 축구를 사랑하게 만든 경기였습니다.
1라운드에서는 프랑스 vs 잉글랜드전의 "지단 원맨쇼", 2라운드에서는 이 경기인 "체코 역전쇼"를 최고의 경기로 저는 평가하고 싶네요.
아~ 새벽에 일어나서 축구를 보는 것이 결코 아깝지 않은(어쩌면 돈 주고라도 보고 싶은 경기) 경기였습니다.
여하튼 네달란드와 맞붙는 강호들의 경기는 매우 재미있는 경기를 창출합니다. 다시 또 보고 싶군요...
이미 체코는 라트비아를 2-1로 꺾어 1승을 챙긴 상태였고, 네델란드는 독일과의 "혈전"속에 "루드"의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챙긴 상태였습니다.
스쿼드로 따진다면 당연 네델란드가 앞서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야프 스탐(AC밀란)을 제외하곤 모든 선수가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팀이며, 공격을 할 줄 아는 팀이기도 합니다(빠른 패스로 상대 골문을 초토화 시키는 공격축구). "창"이라고 합시다.
이에 반해, 체코의 라인업에서 화려한 스쿼드를 자랑하는 선수는 파벨 네드베드(유벤투스)만이 있습니다. 비록, 바로시(리버풀), 포보로스키(스파르타 프라하-체코), 얀 콜러(도르트문트-독일), 스미체르(리버풀) 등이 있지만, 네드베드는 소속팀 유벤투스를 2002-2003시즌에 세리에 A에서의 리그우승에 결정적인 활약을 했으며, 그해 참피언스리그에서도 유벤투스를 결승전에 올려놓는 결정적인 선수였습니다.
당시 경고누적으로 결승전 AC밀란과의 일전에서 자신이 뛰지 못하는 것을 눈물로써 호소했고, 결국 앙꼬 빠진 붕어빵처럼 AC밀란에게 참피언스리그컵을 넘겨주게 됩니다.
그러면서, 네드베드는 월드사커에서 선정한 "2003년 올해의 선수"에 등극하게 됩니다. 4대 미드필더에 피구-지단-베컴-베론(2002년 기준)에서 지는 해 베론(현 인터밀란 임대, 소속팀 첼시)을 빼고, 이 선수를 넣는 것이 당연합니다. 여하튼 대단한 선수입니다.
체코팀이 최근 A매치에서 17경기 무패를 기록중이며, 이 팀의 성향 역시 "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경기는 감독의 용병술에서 운명을 달리 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아주 수준높은 경기임에도 틀림없구요...
전반전은 네델란드와 체코의 일진일퇴 공방전으로 화끈한 공격축구끼리 맞붙은 아주 재미있으며, 수준 높은 경기력을 양팀은 보여줍니다.
초반부터 경기운영에 능한 체코의 선공으로 시작합니다. 네델란드 진영에서 얀 콜러로 로빙된 볼을 얀 콜러 오른발로 회심의 슛을 때리지만, 골대를 외면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공격축구 전반 4분만에 체코 진영에서 얻은 프리킥을 아르옌 로벤(첼시)가 체코 문전으로 올렸고, 수비수 뒤를 돌아서 들어오던 보우마(PSV 아인트호벤)의 다이빙 헤딩슛으로 선취점을 뽑습니다. 1:0...
체코의 노련한 경기운영이 네델란드의 선취점으로 인해 약간 느슨해진 사이 네델란드의 공격은 불을 뿜고, 결국 전반 20분만에 에드가 다비즈(FC 바로셀로나)의 중원에서의 패스를 아르옌 로벤이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달려들어 패스를 이어 받습니다. 문전 가운데로 향하던 "루드" 반 니스텔루이(맨체스터 유나이트)에게 패스를 하고, 루드는 가볍게 밀어넣어 팀의 2번째 골을 기록합니다. 이로써 아르옌 로벤은 메이져 대회에서 첫경기에서 2AS라는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줍니다. 2:0...
전반 20분만에 2점이나 헌납한 체코는 스미체르(리버풀)을 교체투입시키면서, 반전을 노립니다. 그 결과는 길지 않은 전반 23분경에 코쿠(PSV 아인트호벤)의 수비진에서의 패스를 바로스(리버풀)가 끊어 문전까지 돌파합니다. 골 에어리어에서 수비 둘에 막힌 바로스는 에어리어 오른쪽에 있던 얀 콜러에게 패스하고, 가볍게 왼발로 네델란드 골문으로 넣습니다. 2:1...
양팀은 전반 23분만에 3골이나 터지는 화끈한 공격축구로 재미있는 축구를 선사하면서 전반 45분경까지 그 페이스를 유지합니다.
네델란드는 종료 직전 로벤이 가운데로 돌파하던 다비즈에게 패스한 뒤, 다비즈의 왼발 강슛이 체코 골대를 맞고 나갑니다.
어쩌면, 오늘의 역전극이 안 나올 수도 있었던 대목이죠...
만일, 다비즈의 골이 들어갔다면 말입니다.
전반전에는 네달란드의 우위로 종료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양팀 모두 최전방 공격수부터 수비수를 압박한다는데에 있습니다. 네델란드는 원조 "토탈사커"라는 말이 어울리게 루드와 반 데 메이데(AC밀란), 다비즈, 시도로프(AC밀란) 등의 선수는 강력한 압박을 구사하고, 체코 역시 202cm의 장신 얀 콜러도 하프라인 넘어서까지 수비를 하는 것을 보면서 대단하다 라는 감탄사가 나오더군요...
여기서, 얀 콜러... 202cm의 장신이 수비가담 능력에다가 제공권은 물론이거니와 유연한 발기술(경기 중에 힐킥도 하더군요), 생각외의 스피드 등을 겸한 포워드입니다. 키 크다고 "Standing Striker"(활동반경이 아주 적고, 제공권만을 장악하는 꼭지점 같은 공격수. 대체로 장신의 선수들이 많이 채택됨)이 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후반전에서는 이 경기의 진수가 나타납니다.
감독의 용병술이 얼마나 경기력에 큰 작용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체코의 대역전극이 쓰여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후반전에 들어서자 2-1로 이기고 있던 네델란드는 초반에도 역시 체코를 밀어부칩니다. 삼각편대 로벤-다비즈-루드의 공격력은 섬뜩할 정도로 체코진영을 밀어부쳤습니다.
그러나, 아드보카드 감독은 삼각편대의 한 축인 아르옌 로벤을 교체 아웃시킵니다. 이 경기의 가장 중요한 장면입니다. 잘 뛰던 로벤을 빼고, 보스펠트(맨체스터 시티)를 투입합니다.
제 생각에는 로벤의 어린나이(20세)와 강한 공격적인 성향으로 인해서 2-1의 스코어를 유지하기 위해서 로벤보다 경험이 많은 보스펠트를 교체투입 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보스펠트 선수는 전 폐예노르트에서 송종국 선수와 한솥밥을 먹기도 했는데, 주로 오른쪽 미드필드를 책임지면서 공수의 밸런스가 잘 맞는 선수라고 평가하고 싶네요...
그러나, 체코에게 역전의 빌미를 준 "Hot Focus"였습니다.
체코는 후반에 교체아웃된 로벤으로 고생하던 왼쪽지역이 원활해지면서, 공격력이 되살아나기 시작합니다. 또한, 교체투입된 하인츠(오스트라보)가 공격력을 배가시킵니다. 그리고는 후반 26분경에 포보로스키(스파르타 프라하-체코)가 올려준 크로싱을 얀 콜러의 가슴 트래핑으로 골 에어리어 써클에 있던 바로스에게 연결합니다. - 아마도 논스톱 슛을 날리지 않았다면 불발으로 그쳤을 겁니다. - 그리고, 바로스는 떨어진 볼을 잡지 않고 논스톱 발리슛으로 네델란드 골망을 흔듭니다. 2:2 동점...
네델란드에게 또 하나의 악재가 찾아옵니다.
후반 30분경에 네델란드 수비수 헤이팅아(아약스)가 경고누적으로 퇴장까지 당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적 열세까지 네델란드를 패배의 그림자로 덮씌우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국, 주도권을 내준 네델란드는 후반 종료직전 43분에 하인츠가 골 에어리어 써클에서 강력하게 찬 중거리슛이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지만, 쇄도하던 포보로스키가 볼을 잡고, 페이팅으로 상대 골키퍼 반 데 샤르를 속인 뒤, 가운데로 쇄도하던 스미체르에게 패스... 텅 빈 골대에 가볍게 밀어넣습니다.
3:2... 대 역전극으로 체코는 8강에 오른 최초의 팀이 됩니다.
네델란드는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동점이던 상황에서 공격을 시도했지만, 체코의 수비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3:2 역전패라는 충격으로 8강행에 짙은 먹구름이 낀 일전이었습니다.
총체적으로 이 경기는 매우 빠르고, 패스의 정확도 및 슛팅의 정확도, 전술의 이해도 등이 매우 훌륭한 경기로 꼽을 수 있으며, 감독의 용병술에 팀 운명이 갈린 경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후반 종료휘슬이 울릴 때,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던 루드의 황당한 모습은 황당하게 역전패한 사실이 믿기 어려운 듯 했습니다. 또한, 이 경기가 얼마나 훌륭하고, 수준높은 경기임을 대변해 주는 무언의 암시와도 같았습니다. 축구팬이라면 이 경기는 반드시 보셔야 할 경기입니다. 참고로, KBS에서 봤으면 합니다. 이용수 해설위원의 차분한 해설은 경기를 읽는 능력을 배가시키기 아주 좋았기 때문입니다.
한국팀도 감독 용병술로 이기고 진 경기가 숱합니다. 쿠엘류 감독도 이 부분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이 사실이고, 박성화 전 감독대행은 친선경기였던 터키 2차전에서 올림픽팀 선수들을 대거 등용하면서 짜릿한 역전극을 창출했습니다.
여하튼 아주 수준 높은 경기였습니다.
팀 전술 이해도 및 부분전술 성취도, 패스 및 슛의 정확도, 스피디한 공수전환, 공격수의 위치선정 및 역습시에 빠른 공격가담, 다양한 공격루트, 선수 면면의 능력(특히, 칭찬하고픈 선수는 졌지만, 다비즈 선수의 부활이었습니다. 역시 다비즈는 다비즈였습니다. 유로 2000때의 모습이 다시 나오더군요... 왜 FC 바로셀로나가 그를 데려왔는지 이해가더군요... 참고로 바로셀로나가 2003-2004시즌에 레알마드리드를 제치고 2위를 했습니다), 횡패스보다는 종패스가 많았던 경기, 논스톱이나 원스톱 패스 및 슛 등등... 정말 공격축구의 진수를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단지, 체코의 양 윙어의 부정확한 크로싱(전반전 및 후반초반까지)이 흠이라고 하면 흠이겠네요...
정말 재미있는 경기였습니다.
그 전에 열렸던 독일 vs 라트비아는 거의 7:3으로 독일 압도적으로 경기를 운영했음에도, 0-0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부정확한 크로싱과 중원(미카엘 발락(바이에른 뮌헨), 하만(리버풀))에서의 적절하지 못했던 볼배급과 라트비아의 수비지향적인 플레이로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다음 편에...
이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