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4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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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축구의 명장 'INI 스틸 안종관 감독'

기사입력 2004.08.13 07:51 / 기사수정 2004.08.13 07:51

조용환 기자
 

지난 7월 31일에 끝난 추계여자축구연맹전에서 우승한 INI 스틸 여자 축구단을 찾아갔다. 부평에서 약20분 거리에 위치한 연습구장은 이른 아침부터 모든 선수들이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비록 아침이지만 계속되는 무더위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견디기 힘들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의 흘리는 땀방울을 보며 전통의 강호라는 수식어가 결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그들의 움직임에 넋을 잃고 있을 때 멀리서 안종관 감독이 손짓해서 부른다.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해볼까?


다음은 안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기자 : 우선 추계여자축구연맹전 우승을 축하합니다.


안 감독 : 예, 감사합니다.



기자 : 이번 대회에서 ‘대교’와의 경기에서 두 번 모두 비겼는데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안 감독 : 비겼지만 만족합니다.
 사실, 운동장 사정에 조금 문제가 있었습니다.

처음 개막전은 좋았지만 경기를 계속하면서 잔디가 잘 관리되지 못해서 저희 선수들이 제대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습니다. 와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희는 항상 최상의 잔디 구장에서 연습하기 때문에 경기장 조건도 약간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또, 계속되는 폭염과 긴 경기 일정으로 선수들이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경기내용은 만족합니다.

  

기자 : 올해 남은 경기일정은 ?


안 감독 : 8월 16일부터  23일까지 여왕기에 참석하고, 9월 1일에는 제4회 통일대기
10월에 전국체전, 11월에 2004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해야합니다.바쁜 일정이어서 선수들 부상과 체력관리에 많이 신경쓰고 있습니다. 작년에 저희는 4관왕을 했고 물론 올해 목표는 전 관왕입니다.

 


기자 : 우수선수발굴과 스카우트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


안 감독 : 선수는 제가 직접 발굴하고 물론 스카우트도 제가 전담합니다.
올해 대학부에서는 울산과학대학의 김진희(FW), 여주대의 김결실(MF),홍경숙(DF) 김장미(GK)선수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김진희 선수는 내년부터 저희 팀에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기자 : 우수한 고등학생은 스카우트하지 않나요 ?


안 감독 : 우수한 고등학생들을 실업팀에서 모두 대려올 경우 대학축구 활성화가 어렵기
때문에 도의적으로도 고등학생선발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과거에 숭민에서 그런경우가 있긴했었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칙을 지키는 것이 대학이나 실업팀 둘다 발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 INI STEEL에서 11년째 지도자 생활을 하고 계신데 지난날을 돌이켜 보신다면 ?


안 감독 : 여자축구 불모지에서 출발해서 저희 팀이 국내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또 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했고, 그들이 각지에서 지도자로 생활하고 있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보람입니다. 작년에 월드컵 본선 진출은 두말 할 것 없이 가장 큰 기쁨이었고, 2002 토토컵 우승도 행복했던 일로 기억됩니다.

 


기자 :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


안 감독 : 중국, 일본, 북한, 우리나라가 4강을 이루고 있으며, 아직 저희가 우세하지는 않지만 질력차가 많이 줄어서 이젠 어떤 나라와도 해 볼만 합니다.
올해 아시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최강 중국을 물리치고 대한민국이 우승한 것은 우리 여자축구가 많이 발전했고 미래는 더욱 밝다는 증거입니다.



기자 : 아시아 여자축구가 하나의 정기적 리그로 묶이는 것은 어떤가요 ?


안 감독 : 예, 그렇습니다. 2002년에 저희가 우승한 토토컵이 좋은 예입니다.
중국,일본,우리나라 그리고 브라질 팀을 초청해서 좋은 대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일본이 올림픽 출전으로 개최를 포기한 것이 아쉽습니다. 아직 각국이 인식의 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축구협회에서도 많이 노력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기자 : 구단에서의 지원은 어떻습니까 ?


안 감독 : 전폭적인 지원를 받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친환경사업과 사회체육 활성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서 벌써 2년째 관내 초등학생들을 위한 “환경사랑 축구교실”을 무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축구단이 단순한 기업홍보용이 아니라는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 “합리적인 감독이다” 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


안 감독 : 저는 가능하면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선수가 되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선수 자신의 권리는 본인 스스로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자세를 지키는 것을 강조합니다. 시간을 잘 지키고 주어진 시간에 집중력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것 등.... 제가 한 팀에서 오래 지도자 생활을 해서 이제는 선수들도 저를 잘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잘 따라줍니다. 그래서 “합리적이다” 라는 말을 듣는 것 같습니다.



기자 : 끝으로 여자축구 펜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안 감독 : 여자축구는 남자축구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아기자기 하게 경기가 진행되면서도 때로는 파워풀한 몸싸움도 나오고 멋진 팀플레이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이 발전했습니다. 선수들도 자부심을 갖고 있구요 많이 보러 와 주십시오. 협회에서도 홍보에 많은 힘을 기울여 주시고, 언론에서도 저희 여자선수들이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사회의 관심을 모아주시고, 남자선수들처럼 훌륭한 여자 선수도 스타로 키워주세요.



기자 :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올해 꼭 전 관왕 달성 하십시오.


안 감독 : 예, 감사합니다!




사무실을 나와 안 감독은 이문석 코치와 함께 오전 전술훈련을 지도했다. 꼼꼼하면서도 자상하고 엄격하게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안 감독을 보며 “합리적 카리스마”란 단어가 딱 어울리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감독은 목동에서 아내 최지현씨와 큰딸 수빈(초6), 아들 범석(초3)이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며 요즘 아들이 축구에 부쩍 관심을 보여서 몇 번 공원에서 같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운동선수를 시키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본인이 좋아하고 소질이 있다면 반대하진 않는다고 하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한국여자축구의 역사를 만들어갈 “명장”으로 오래오래 함께하길 바란다.



조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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