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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2011 결산 ①] '여왕의 귀환', 우승은 놓쳤지만 전설로 남다

기사입력 2011.12.27 13:43 / 기사수정 2011.12.27 14:0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4월 29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츠 아레나.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앞두고 스케이터들이 마지막 공식 연습을 가졌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1년 만에 공식 대회에 복귀한 김연아(21, 고려대)의 컨디션은 좋아보였다.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는 백발백중이었고 트리플 플립도 흔들림이 없었다.

빙판을 가로지르는 속도도 그 누구보다 뛰어났다. 당시 김연아는 "올림픽 때의 몸 상태가 다시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몸만들기에 들어간 이후, 그 때의 컨디션을 다시 찾았다"고 밝혔다.

베일에 가려졌던 '지젤'도 모습을 드러냈다. 안무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김연아의 프로그램'다웠다. 이 작품을 실수 없이 클린하면 김연아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됐다.

실전 경기에 나선 김연아의 차례가 다가오자 장내는 조용해졌다. 14개월 전, 캐나다 밴쿠버에서 228.56점을 받은 피겨 역사에 신기원을 세운 이후 김연아의 연기가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김연아는 예전과 다름없는 빠른 속도로 빠르게 빙판을 치고 달렸다. 3+3 콤비네이션 점프는 연습 때 워낙 성공률이 좋아 큰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의 랜딩이 흔들리면서 후속 점프인 트리플 토룹을 시도하지 못했다.

출발이 좋지 못했지만 김연아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두 번째 과제인 단독 트리플 플립을 트리플 플립 + 더블 토룹으로 처리했다. 더블 악셀과 스핀을 무난히 마친 김연아는 65.91점을 획득했다. 65.58점을 받은 안도 미키(24, 일본)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김연아는 "잘 하지 않는 실수를 범해 당황했다. 트리플 토룹 대신 싱글 토룹이라도 붙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3+3 점프가 실패할 상황을 대비해 경우의 수를 준비했다. 평소 트리플 플립 + 더블 토룹도 꾸준하게 연습해왔다"며 실수에 대한 대비책이 있음을 공개했다.



다음날인 30일, 김연아는 새로운 롱프로그램인 '오마주 투 코리아'에 도전했다. 쇼트프로그램으로 실수를 한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키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트리플 플립에서 실수를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트리플 살코 + 더블 토룹에서도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안도 미키는 철저하게 '안전 위주'로 나갔다. 3+3 점프 대신 트리플 러츠 + 더블 룹을 시도한 안도는 모든 과제에서 큰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올림픽 이후, 2010~2011 시즌 그랑프리 대회에서 2승을 달성한 안도는 개인통산 두 번째 세계선수권 정상에 등극했다.

안도와 김연아의 점수 차이는 불과 1.29점이었다. 비록, 정상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김연아는 성공적인 복귀 무대를 선보였다. 경기를 마친 김연아는 "공백이 영향이 없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하지만, 잘 이겨내고 마무리 지은 것 같다. 조금의 차이로 졌지만 이번 세계선수권 출전이 우승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14개월 만에 복귀전을 치른 김연아는 심리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부분에 대해 김연아는 "육체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다. 오랫동안 체력을 다져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훈련을 하면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잡고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는 점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김연아는 "그동안 준비해왔던 것을 완벽하게 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고 지금까지 해온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며,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다. 금메달은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을 끝내서 주어진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간발의 차이로 우승을 놓쳤다. 하지만, 14개월 만에 복귀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연습 때 보여줬던 '백발백중'의 점프가 실전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웠지만 최고 수준의 스케이팅과 안무 소화력을 선보였다.

김연아가 없는 여자 싱글은 볼거리가 부족했다. 스케일이 큰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는 실종됐고 기억에 남을 만한 프로그램도 나타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지젤'을 단 한번 밖에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지젤은 김연아의 명작인 '록산느의 탱고', '죽음의 무도', 그리고 '제임스 본드 메들리'와 비교해 손색이 없었다. 지난봄에 열린 아이스쇼에서 이 작품은 점프 구성이 수정돼 국내 팬들에게 초연됐다.

세계선수권 이후, 김연아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집중했다. 2011~2012 시즌을 앞둔 김연아는 "이번 시즌은 쉬어가기로 결정했다"고 선언했다. 그랑프리 파이널이 끝난 현재, 2011~2012 시즌은 반환점을 돌고 있다.

김연아는 물론, 안도 미키와 조애니 로셰트(25, 캐나다) 등이 빠진 상황에서 여자 싱글의 재미는 떨어졌다.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자인 카롤리나 코스트너(24, 이탈리아)는 24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파이널 챔피언에 등극했다. 또한, 14세 소녀인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14, 러시아)는 시니어 데뷔 시즌에서 2승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앞으로의 선수활동에 대해 김연아는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올 시즌은 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것이 은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김연아는 태릉실내아이스링크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올 시즌 스킵을 선언했지만 훈련은 변함없이 수행하고 있다. 어린 후배들과 함께 타면서 좋은 본보기도 되고 있다.

올해, 김연아는 세계선수권에 복귀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간발의 차이로 우승은 놓쳤지만 '토털패키지'가 없는 현역 무대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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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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