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우리 팀에는 영웅이 필요 없다고 했지? 승리가 우선이라고 했지? 승리했을 때 영웅이 나타나."
강을준 전 프로농구 창원 LG 감독이 했던 말이다. 아무리 많은 개인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할지라도 두 배 이상의 범실을 기록하고 승리를 바란다면 욕심이다. 특히 그 범실이 마지막 승부처에서 나온다면 그것은 패배와 직결된다.
현대캐피탈은 14일 대전충무체육관서 열린 2011-2012 NH농협 프로배구 남자부 3라운드 삼성화재전에서 범실로 자멸하며 세트스코어 2-3(25-22, 25-20, 16-25, 17-25, 10-15)으로 역전패했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총 35개의 범실을 기록, 15개를 기록한 삼성화재의 2배가 넘는 수치를 보였다. 승리했다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범실은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고 승부처에서 '해결사'가 되지 못한 '좌우 쌍포'는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도 영웅이 되지 못했다.
초반 2세트를 내리 따낸 현대캐피탈에게 3세트부터 '범실 악령'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현대캐피탈은 3세트 3-2 리드상황에서 윤봉우의 서브범실을 포함 세 명의 선수가 연속 서브범실을 기록하며 추격의 기회에서 스스로 무너졌다.
범실이 이어지자 초반 완벽하던 서브리시브까지 흔들렸다. 서브리시브 불안은 토스 불안으로 이어졌고 3, 4세트에만 6개의 블로킹을 허용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세터를 권영민으로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워봤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마지막 세트인 5세트에서도 현대캐피탈의 범실은 계속됐다.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할 '좌우 쌍포'의 범실이었기에 더욱 뼈아팠다. 초반 리드상황에서 문성민의 서브범실은 흐름을 끊었고 수니아스의 공격범실 2개는 삼성화재에 흐름을 넘겨주는 결과를 낳앗다.
초반 범실이 이어지자 문성민-수니아스의 '좌우 쌍포'는 위축됐다. 승부처였던 6-7 상황에서 문성민과 수니아스의 공격은 고희진의 블로킹에 막히며 승부는 완전히 기울었다. 두 선수는 각각 26득점(수니아스)과 22득점(문성민)을 기록, 현대캐피탈의 공격을 주도했지만 팀의 패배로 인해 영웅이 되진 못했다.
이전에도 현대캐피탈은 5세트 승부처에서 범실로 무너지는 문제점을 자주 노출했다. 이날도 예외는 없었다. 특히 수니아스가 5세트 기록한 2개의 범실은 흐름을 넘겨줬다. 마지막 추격 기회였던 10-12에서 나온 이효동의 서브범실은 '끝내기 범실'과 마찬가지였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경기 전까지 경기당 평균 24개의 범실을 기록중이었다. 범실이 많은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그것도 5세트에서 범실로 무너지는 바람에 득점에서 삼성화재에 78-72로 앞서고도 패배의 쓴 잔을 들이켜야 했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4번의 풀세트 접전에서 모두 패했다. 4경기 모두 5세트 승부처에서 나온 범실로 무너졌다. 최소 2-3승을 더 챙길 수도 있었지만 막판 집중력 부족은 항상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승부처 집중력 부족은 현대캐피탈이 올 시즌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다. '배구 명가' 현대캐피탈의 상승세를 가로막는 것은 다름 아닌 '클러치 범실'이다.
[사진=현대캐피탈 선수들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