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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감독, '멀티 용병의 꿈은 어디로?'

기사입력 2007.11.26 22:23 / 기사수정 2007.11.26 22:23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감독 데뷔 시즌이던 1998/99시즌 이후 올 시즌까지 유재학(44. 사진) 울산 모비스 피버스 감독의 호성적에는 정형화되지 않은 다재다능한 외국인 선수가 있었다.
 
5경기 동안 외국인 선수 키나 영(22) 한 명으로 경기를 치렀던 것, 지난 14일 서울 SK 나이츠에 유망한 가드 김학섭(24)을 내주고 공격형 가드 전형수(29)를 데려온 것은 모두 에릭 산드린(29)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정통 센터는 아니지만 3번 스타일로 공격옵션이 다양했던 산드린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4일 안양 KT&G 카이츠 전을 앞두고 산드린의 '발목 철심 수술' 전력이 드러나 모든 꿈이 산산조각날 위기에 처했다. 유재학 감독이 자랑한 용병술의 한 축이 되었던 외국인 선수들. 어떤 선수들이 그의 지략으로 맹활약을 펼쳤는지 알아보자.

'도깨비 팀'을 주도한 '멀티플레이어'

1998/99시즌 인천 대우 제우스(현 인천 전자랜드 블랙슬래머)의 사령탑으로 데뷔 시즌을 치른 유재학 감독은 그 해 27승 18패(3위)의 호성적을 거두며 성공적인 첫 시즌을 치렀다. 그 중심에는 내, 외곽을 가리지 않았던 197cm의 포워드 카를로스 윌리엄스(2002년 사망)가 있었다.

윌리엄스는 호리호리한 체구로 확실한 골밑 지킴이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타점 높은 정확한 외곽포를 자랑했고 유연한 골밑돌파를 보여주며 '도깨비 팀' 대우를 이끌었다. 1게임 평균 27.67득점(2위) 11.47리바운드(8위) 2.42어시스트로 맹활약을 펼쳤다.

1999/00시즌 최하위(15승 30패)의 굴욕을 딛고 5위(23승 22패)로 수직 상승했던 신세기 빅스 시절의 2000/01시즌. 그 해에는 센터 요나 에노사가 있었다. 에노사는 몸싸움을 지극히 싫어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골밑에서 기본적인 역할은 어느 정도 해주었고 외곽으로 볼을 빼주는 피딩능력 또한 좋은 센터였다. 인천 연고 팀 선수로는 최초로 트리플더블(2001.1.20 대전 현대 전 18득점 13리바운드 13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에노사의 2000/01시즌 성적은 평균 17.69득점 13.02 리바운드(6위) 3.11어시스트. 이듬해 전주 KCC 이지스에서 '유령 선수'로 활약(?)했던 기억으로 인해 저평가된 에노사. 그러나 신세기에서는 분명 '좋은 선수'였다.

신세기에서 SK로 간판이 다시 바뀐 2001/02시즌에는 '탱크' 조니 맥도웰이 있었다. 그 해 평균 22.8득점 12.09리바운드 5.83어시스트를 기록한 맥도웰은 볼배급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빅스를 4위(30승 24패)로 견인했다.

팀의 날개가 된 '포인트 포워드'

2003/04시즌 전자랜드의 창단 첫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포인트 포워드' 앨버트 화이트가 있었다. 화이트는 최명도, 조동현(현 부산 KTF 매직윙스) 등이 버틴 전자랜드 백코트 진에 힘을 보태며 그 해 평균 26.19득점(2위) 8.80리바운드 7.46어시스트(3위)를 기록, 전자랜드의 역대 최고 성적을 이끌었다.

특히, 화이트는 2003/04시즌 동안 8회의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전자랜드의 4강을 이끈 후 현역 생활을 마친 기아의 후신 모비스 사령탑에 앉은 유재학 감독.

그는 재임 2년 만에 모비스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지난 2006/07시즌에는 챔피언 결정전 우승의 영광까지 안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포인트가드 양동근(현 상무)과 함께 팀을 이끈 '우승 전도사' 크리스 윌리엄스가 있었다.

윌리엄스는 찰스 민랜드(전 창원 LG 세이커스)나 피트 마이클(전 대구 오리온스)처럼 확실한 해결사 역할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골밑 가까이에서 유연한 돌파로 득점을 하는 데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나 미들슛 거리 이상으로는 야투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러나 양동근과의 2대2 플레이가 돋보였고 오픈 찬스를 맞이한 동료에게 볼을 빼주는 능력도 뛰어났다. 무엇보다 '독불장군' 식 플레이가 아닌 동료를 살리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날렸다. 윌리엄스의 2시즌 성적은 평균 24.21득점 9.12리바운드 6.42어시스트로 출중하다.

유재학 감독의 좋은 성적. 여기에는 그의 번뜩이는 지략도 큰 몫을 했지만 그 작전을 충실히 수행한 '다목적 외국인 선수'의 역할도 크게 작용했다.

'산드린 쇼크', 후폭풍이 더욱 무섭다

그러나 산드린의 '부상 경력'으로 인해 자칫 모비스는 지난 시즌 '챔피언 팀'에서 '꼴찌 팀'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산드린 본인은 '대수롭지 않은 수술'이라며 주장하고 있으나 경기 시작 직전 통증을 호소하며 결장한 선수를 완전히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또한, 팀 분위기도 '산드린 쇼크'로 인해 어수선해진 상태다. 산드린이 '이상 무'를 확인받고 모비스에 합류하더라도 그로 인해 생긴 피해는 키나 영 한 명만으로 뛴 7경기의 연패 그 이상이다.

산드린을 방출한다고 해도 대책이 마땅치 않다. 이전 자유계약 시절이라면 NBA에서 낙마한 거물급을 데려올 수 있겠으나 올 시즌에는 시야를 트라이아웃 참가자들로 좁혀야 한다. 뛰어난 외국인 선수 영입은 기대할 수 없다.

12번째 시즌을 맞는 한국 프로농구. 최하위 팀에서 이듬해 통합 우승팀으로 거듭난 사례(2001/02 대구 동양 오리온스)는 있어도 통합 우승팀이 최하위로 전락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위기의 남자 유재학 감독. 그는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사진=엑스포츠뉴스@한명석 기자>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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