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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선택한 무승부'‥ 맨유-아스날, 2-2로 비겨

기사입력 2007.11.04 08:54 / 기사수정 2007.11.04 08:54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신이 선택한 무승부'

'타이틀 매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승부는 결국 무승부로 마무리되었다. 갈라스의 자책골로 전반전을 1-0으로 앞서나간 맨유는 후반 2분 파브리가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 36분 호날두의 역전골로 다시 앞서나간 맨유는 승리를 결정짓기 직전 갈라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결국 경기는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2-2로 마무리되었다.

아스날, 전반 초반 '맨유 기 죽이기'

전반 초반부터 아스날은 맨유를 거세게 밀어붙였다. 강팀 간의 대결에서 조심스러운 탐색전을 보이는 것과는 다른 모습. 킥오프 직후 흘렙이 드리블로 맨유 골문 앞까지 돌파한 것을 시작으로, 아데바요르와 클리쉬가 차례로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최근 4경기에서 연속 4골 득점을 기록한 맨유의 기를 꺽어놓겠다는 웽거 감독의 속셈이었다.

아스날은 특유의 정교한 패스웍으로 맨유에게 공을 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맨유는 최전방 공격수인 루니까지 수비에 깊숙이 가담할 정도로 수세에 몰렸다. 6만 아스날 관중은 팀의 무서운 공세에 열정적인 응원으로 힘을 보탰다.

양보는 없다! 격렬한 '타이틀 매치'

리그 우승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기에 양 팀의 경기는 초반부터 뜨거웠다. 파브리가스는 안데르손을 수비하다 무리한 백태클로 주심에게 구두 경고를 받았고, 에브라는 전반 15분 아데바요르를 막으며 한 발 늦은 태클로 경고를 받았다. 전반 25분에는 하그리브스가 흘렙을 수비하는 과정에서 경고를 받았다. 그야말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격렬한 경기였다.

전반 초반 아스날의 공세를 잘 이겨낸 맨유는 '최소 실점'의 견고한 수비를 선보이며 아스날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맨유의 포백 수비진은 철저한 지역방어로 아스날의 활발한 공격 움직임을 침착하게 차단했고, 하그리브스와 안데르손은 수비 깊숙이 들어와 아스날의 공격을 2선에서 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 더 위협적인 찬스를 잡은 것은 맨유였다. 전반 16분 호날두의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했던 긱스는 22분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문을 살짝 넘기며 리그 100번째 골을 넣는데 실패했다. 한편, 공격수인 테베즈와 루니는 잦은 패스 미스로 아스날의 역습을 허용하는 등 긴장한 모습을 떨치지 못했다.

베테랑은 바로 이런 것! 반 데 사르의 노련함

아스날의 결정적인 찬스는 세트 플레이에서 나왔다. 전반 35분, 안데르손의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을 파브리가스가 찼고, 이 프리킥이 갈라스의 머리를 향하며 골로 연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반 데 사르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공을 발로 쳐냈고, 이 공을 에브라가 처리하면서 극적으로 위기를 넘겼다.

맨유의 역습 상황에서 아데바요르가 무리한 반칙으로 흐름을 끊자, 맨유의 막내 안데르손이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에브라, 하그리브스가 경고를 받은 상황에서 아데바요르의 반칙에 경고가 나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이 어린 선수의 흥분을 가라앉힌 것도 팀의 고참 반 데 사르였다.

반 데 사르의 조언으로 흥분을 가라앉힌 안데르손은 침착한 플레이로 파브리가스의 반칙을 유도했고, 하워드 웹 주심은 파브리가스에게 옐로 카드를 꺼내들었다. 상대팀 핵심선수의 경고를 유도한 안데르손의 공로 뒤에는 백전노장 반 데 사르의 침착한 조언이 있었던 셈이다.

호날두-루니, 환상의 호흡으로 선제골

전반전 45분이 끝나고 추가시간 1분이 흐른 무렵, 좀처럼 공격에 가담하지 않던 웨스 브라운이 앞으로 치고 나섰다. 브라운의 돌파는 달려들던 흘렙을 넘겨 제쳤고, 공은 자연스럽게 전방의 호날두에게 전달되었다. 호날두는 신장이 작은 루니를 향해 낮고 빠른 크로스르 공을 전달했고, 루니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공의 방향을 바꾸어놓았다.

루니의 공은 갈라스의 손을 맞고 알무니아 골키퍼와 골포스트 사이의 비좁은 공간을 향했고, 결국 이 공은 맨유의 선제골이 되었다. 당초 호날두의 어시스트를 받은 루니의 골로 기록되었던 이 골은 후에 갈라스의 자책골로 수정되었다. 웽거 감독이 대기심에게 브라운과 흘렙의 충돌이 반칙이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이미 전광판은 1-0으로 바뀐 후였다.

아스날의 조직력, 파브리가스가 결정짓다

아스날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이를 골로 증명한 것은 파브리가스였다. 후반 2분, 골문 앞으로 쇄도한 아데바요르를 막느라 반 데 사르가 골문을 비운 사이, 사냐의 패스를 받은 파브리가스가 골문 앞에서 편안하게 슈팅을 한 것이 골이 된 것. 반 데 사르가 골문을 비우면서 퍼디난드가 골문을 지켜보았지만, 수비가 붙지 않은 파브리가스의 슈팅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숱한 찬스에도 절대 골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아스날의 해법은 결국 조직력이었다. 철저한 지역방어로 공간을 내주지 않았던 맨유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 아데바요르가 희생(?)을 했고, 반 데 사르가 위치를 이탈하며 수비 공간에 균열이 생기자 이 틈을 타 파브리가스가 좋은 기회를 살리며 동점골을 넣었다.

아스날은 동점골을 넣으며 더욱 무서운 기세로 맨유를 압박했고, 덕분에 후반 초반은 아스날의 독무대였다. 맨유는 루니와 테베즈 이외의 선수들이 전원 수비에 가담했고, 역습조차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며 아스날에게 계속해서 찬스를 내주었다. 아스날은 아데바요르를 앞세워 홈경기 연승 행진을 이어갈 역전골을 넣고자 분투했지만, 전열을 재정비한 맨유의 수비는 쉽게 기회를 주지 않으며 경기를 팽팽하게 끌고 나갔다.

조심스러운 교체, 웽거 vs 퍼거슨의 지략 경쟁

1-1 동점이 되자 양 팀 감독은 교체 카드를 꺼내는 것을 매우 주저하며 추이를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양 팀 선수 모두 흠 잡을 때 없이 완벽한 플레이로 서로를 상대하고 있었기 때문. 70분이 지나도록 교체 카드를 꺼내지 않던 두 감독은 결국 퍼거슨 감독의 선공으로 '지략 경쟁'을 시작했다.

퍼거슨 감독의 첫 번째 선택은 오셔였다. 오버래핑을 자제하며 수비에 주력한 웨스 브라운을 빼고 그 자리에 '멀티 플레이어' 존 오셔를 투입한 것. 오버래핑에도 재능이 있는 오셔를 투입해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복안도 있었지만 수비 조직을 튼튼히 하겠다는 계산이었다.

퍼거슨 감독이 선전포고를 하자 웽거 감독은 에보우 대신 월콧을 투입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월콧은 투입 직후 위협적인 중거리슛을 날리고 수비에서 침착한 태클을 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첫 번째 교체 카드 전쟁은 웽거 감독의 승리로 보였다.

퍼거슨 감독은 지체 없이 두 번째 카드와 세 번째 카드를 사용했고, 이에 질세라 웽거 감독도 두 장의 카드를 꺼냈다. 퍼거슨 감독은 테베즈와 안데르손을 빼고 사아와 캐릭을 투입했고, 웽거 감독은 흘렙과 로시츠키를 빼고 에두아르도와  질베르토 시우바를 투입했다. 결국, 마지막 10분은 두 감독의 양보 없는 맞대결이 된 셈이었다.

지략 경쟁에서도 무승부‥ 갈라스의 '속죄골'

지략 경쟁의 승부는 의외로 빨리 결과가 나는 듯 했다. 후반 36분, 에브라의 패스를 받은 호날두가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골을 만든 것은 선발 출전한 에브라와 호날두였지만, 골을 도운 것은 교체 투입된 오셔와 사아였다. 우선 사아의 공은 결정적이었다. 사아는 왼쪽 측면으로 빠져 에브라에게 멋진 공간 패스를 전달하며 숨은 공신이 되었다. 수비를 끌고 나오며 중앙에 공간을 만들어주었고, 직접 멋진 패스로 쇄도하던 에브라에게 패스를 전달한 것이다.

오셔는 골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지만 퍼거슨 감독이 원하는 바를 그대로 수행하며 결승골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 중앙 성향이 강한 오셔는 수비에 치중하며 에브라에게 공격으로 나설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고, 이것이 결국 에브라의 어시스트로 이어진 것. 이로서 맨유와 퍼거슨 감독의 승리는 확실해보였고, 아스날 팬들은 좌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 끝난 경기의 결과를 갈라스가 뒤집었다. 경기 종료 직전 아스날이 총공세에 나선 상황에서 갈라스의 슈팅이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고, 제2 부심의 판정으로 갈라스의 골이 인정되었다. 맨유에게 선제골을 헌납한 자신의 실수를 극적인 동점골로 '속죄'한 셈이었다.

2-2. 맨유의 4골 행진은 멈추었고, 아스날의 홈 경기 연승 행진도 멈추었다. 그러나 최고의 팀 간의 대결에서, 그 누구의 승리도 공평해보이지 않았다. 결국, 신은 무승부를 선택했고,두 팀은 이 흥미로운 대결을 2-2로 마무리해야했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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