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라는 법 없다" 팔꿈치 수술만 4번,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한화 김종수, 1005일 만의 '인간 승리' [대전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 김종수가 기나긴 재활 끝 1005일 만의 승리라는 감격을 안았다.

한화는 2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5-4 승리를 거뒀다. 이날 한화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김종수는 1⅔이닝 무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팀의 역전승 발판을 마련, 이날 승리투수가 됐다.

무려 1005일 만의 승리였다. 김종수의 마지막 승리는 2022년 6월 28일 문학 SSG전 구원승이었다. 이후 2023년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전열에서 이탈해 있었다. 2014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2017년 인대접합수술과 뼛조각 제거 수술에 이은 김종수의 네 번째 수술이었다.




길고 지루한 재활이 이어졌다.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김종수는 "불확실한 미래, 마운드에 다시 설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나를 제일 힘들게 했다. 무엇보다 던지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인데 팔이 아프니까 그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야구공을 놓고 잡기를 반복, 단 한 경기라도 더 던져 보고 싶은 마음에 사이드로 투구폼을 바꿔 볼 생각까지 했다. 김종수는 "던지면 너무 아파서 한 경기라도 납득할 수 있는 게임을 하고 그만둬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이드로 던지면 조금은 세게 던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런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주 정도 팔을 내려 던졌다. 그러다 상태가 괜찮아지면서 본래의 폼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참 신기한 게, 거의 마음을 내려놓으니 팔이 점점 괜찮아졌다. 그러면서 나도 욕심이 나니까 팔이 조금씩 올라오고, 다시 정상적으로 던지고 그런 식으로 흘러갔다"고 돌아봤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태국 파타야에서 재활 캠프를 소화했고, 퓨처스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든 김종수는 3월 초 청백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뒤 시범경기부터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개막 엔트리에는 합류하지 못했지만 2경기 소화 후 곧바로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25일과 26일 잠실 LG전에서 연투를 하며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이날 팀이 3-4로 끌려가던 7회초 권민규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아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텼다. 7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 나성범에게 볼넷을 내주고 시작했지만 최형우에게 병살타를 이끌어냈고, 8회초 위즈덤 볼넷 후에도 이우성의 병살타, 한준수 1루수 땅볼로 큰 위기 없이 이닝을 정리했다.

이후 8회말 안치홍의 대타 적시타가 터지면서 한화가 5-4로 역전, 김서현이 9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한화의 승리, 그리고 김종수의 2년 9개월 5일 만의 승리가 완성이 됐다.

김종수는 "결과가 좋았지 과정이 좋았던 투구는 아니었다. 수비들이 너무 고맙다. 아마 나의 기운이 조금 세지 않았나 생각한다. 중간투수가 던지면서 병살타 두 번이 나오기 쉽지 않은데, 타구 스피드도 있어야 하고 또 야수들이 도와줘야 한다. 나는 병살타를 유도하고 투구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전이 된 순간의 심정을 묻자 "이게 된다고? 너무 빠른데, 이런 생각을 했다"고 웃으면서 "치홍이 형이 몸도 안 좋았는데, 확실히 베테랑들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또 고마웠다. 서현이가 점수 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마지막을 생각했던 김종수에게 마운드 위의 떨림이, 만원관중의 함성이, 승리의 기쁨이 새롭게 찾아왔다. 김종수는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묻자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고 얘기하고 싶다. 사람 죽으라는 법 없다. 이런 말을 속으로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많이 생겼고, 앞으로도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살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수는 야구를, 그리고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진=한화 이글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