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3년 SSG 랜더스 사령탑 시절 김원형(오른쪽) 감독과 김광현.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개막전 선발투수는 굉장히 영광스러운 자리라는 걸 김광현 선수가 다시 한 번 메시지를 준 것 같다."
SSG 랜더스 에이스 김광현은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올해 개막전 선발투수가 전원 외국인 투수로 결정된 부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광현은 "사실 국내 선수로서 외국인 투수들이 개막전 선발을 맡는 게 좀 창피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자존심도 좀 상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어린 선발투수들이 더 많이 올라와서 개막전 선발을 차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 22일 2025 KBO리그 개막전 선발투수는 잠실 롯데 자이언츠(찰리 반즈)-LG 트윈스(요니 치리노스), 수원 한화 이글스(코디 폰세)-KT 위즈(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문학 두산 베어스(콜어빈)-SSG 랜더스(드류 앤더슨), 광주 NC 다이노스(로건 앨런)-KIA 타이거즈(제임스 네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케니 로젠버그)-삼성 라이온즈(아리엘 후라도)까지 모두 외국인 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랐다.
KBO리그 개막전 선발투수가 전원 외국인 투수들로 꾸려진 건 지난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선수들의 몸 상태와 구위, 컨디션 등을 고려해 내려진 결정이지만 김광현은 아쉬움이 커 보였다.

지난 2023년 SSG 랜더스 사령탑 시절 김원형(왼쪽) 감독과 김광현.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김광현은 "개막전 선발이 가장 떨린다. 그런 경험을 해야 나중에 국제대회나 중요한 경기에서도 선발을 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소신을 밝혔다.
김광현이 개막전 선발등판 경험을 국제대회와 연관 지은 건 최근 한국 야구 대표팀의 부진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제외하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특히 한 경기를 확실하게 책임질 에이스가 없는 게 큰 문제로 꼽힌다. 과거 최전성기 김광현, 류현진(한화 이글스), 윤석민(은퇴)처럼 국가대표 1선발이 뚜렷하지 않다.
지난 21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투수코치로 선임된 김원형 전 SSG 감독도 김광현과 생각이 같았다. 국내 투수들이 조금 더 개막전 선발투수를 맡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원형 전 감독은 "일단 외국인 투수들이 각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라면서도 "그래도 각 팀에는 토종에이스라고 불리는 투수들이 있다. 개막전이 페넌트레이스 144경기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개막전 선발투수는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김광현 선수도 개막전 선발투수는 팀의 에이스가 맡는 자리라는 사실을 후배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메시지를 준 것 같다"며 동료로, 선수와 감독으로 함께했던 김광현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김원형 전 감독은 김광현이 2007년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한 신인 시절부터 2010년까지 함께 선수 생활을 했다. 은퇴 후에는 SK 투수코치를 거쳐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SG 사령탑을 역임했다. 김광현과는 2022, 2023 시즌을 사령탑과 팀의 에이스로 호흡했다.
김원형 전 감독은 WBC 대표팀 투수코치가 어려운 보직이기는 하지만 큰 책임감을 가지고 한국 야구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원형 전 감독은 "대표팀의 최근 성적이 좋았다면 아무래도 부담이 적었을 수는 있겠지만 지도자로서 태극마크를 다는 것도 큰 영광"이라며 "류지현 대표팀 감독님을 잘 보필해서 WBC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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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