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안방에서 졸전을 펼친 홍명보호가 결국 오만과 무승부를 거두면서 월드컵 본선행을 조기 확정 짓는 데 실패했다.
더 뼈아픈 것은 대표팀의 핵심 선수인 이강인과 백승호의 부상이다. 한국은 전반 38분경 백승호가 쓰러지자 그를 이강인과 교체했는데, 이강인도 후반 막바지 상대와 충돌한 후 일어나지 못했다. 경기장에서 나온 이강인은 현장 스태프에게 업혀 나갈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오만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조별리그 B조 7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무승부로 승점 15점(4승3무)을 마크한 한국은 B조 1위를 유지했으나, 목표였던 월드컵 본선행 조기 확정에 실패했다. 홍명보호가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 확정하려면 오만전에서 승리한 뒤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요르단을 꺾어야 했다. 그러나 첫 단추였던 오만전에서 무승부를 거두면서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예상과 다른 결과다.
당초 FIFA 랭킹 23위 한국이 80위 오만을 상대로 압도적인 전력을 앞세워 승리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한국은 지난해 9월 오만 원정에서 황희찬과 손흥민, 주민규의 연속골로 3-1 대승을 거둔 바 있다. 당시 주장 손흥민은 1골 2도움을 올리며 대표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한국의 압승이 예상된 배경이다.
그러나 공은 둥글었다. 한국은 전반 41분 이강인의 환상적인 패스를 받은 황희찬의 침착한 마무리로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결국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뒷공간을 노린 오만의 날카로운 역습에 몇 차례 기회를 허용하더니, 결국 후반 35분 알리 알부사이디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만 것이다. 황희찬의 선제골 이후 추가 득점을 통해 격차를 벌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부상 악령까지 홍명호보를 덮쳤다. 전반 36분 백승호가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지더니, 후반전에는 이강인이 수비 과정에서 상대와 충돌해 경기장 밖으로 나간 뒤 다시 투입되지 못했다. 사이드 라인에서 고통스러워하던 이강인은 결국 스태프의 등에 업혀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전반전 초반부터 날카로움이 부족했던 한국은 오만의 백5를 뚫어내지 못해 고전했다. 이 흐름을 깬 건 백승호 대신 교체 투입된 이강인이었다.
주 포지션인 2선 대신 3선에 자리한 이강인은 전반 41분 중원에서 송곳 같은 패스로 황희찬의 선제 득점을 도왔다. 수비 사이로 절묘하게 들어가는 이강인의 패스와 황희찬의 감각적인 퍼스트 터치, 그리고 침착한 마무리가 빚은 선제 득점이었다. 황희찬은 이 득점으로 자신의 A매치 16호 골을 기록했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손흥민이 직접 프리킥으로 추가 득점을 노렸지만 오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결국 기회가 무산됐다. 한국은 1점 차 리드에 만족한 채 하프타임을 맞았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최전방 교체가 이뤄졌다. 베테랑 주민규 대신 오세훈이 투입됐다. 오세훈은 후반 2분 설영우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하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덩달아 한국의 공격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후반 5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과감한 중거리 슛으로 오만 골문을 겨냥했지만 빗나갔다. 이후에도 한국은 이태석의 중거리 슛이나 오세훈의 슈팅 등 몇 차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이를 득점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후반 막바지 오만에 동점을 허용했다. 후반 35분 오만의 주장 알부사이디가 정교한 왼발 중거리 슛으로 한국 골망을 갈랐다. 대표팀 수문장 조현우도 반응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강인과 이태석을 오현규, 양현준으로 교체하며 막판까지 공격의 고삐를 쥐었으나, 오만 선수들이 시간을 끈 탓에 흐름이 끊겼다. 결국 경기는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홍명보호는 오는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8차전에서 명예회복에 나선다. 국내에서 월드컵 본선행 조기 진출을 확정 짓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요르단전 승리를 통해 확정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생각이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요르단 원정에서 이재성과 오현규의 연속 득점을 앞세워 2-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다만 당시 요르단은 에이스 무사 알타마리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주포 야잔 알나이마트도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었다. 두 선수는 이번 한국 원정에 소집됐다. 홍명보호가 방심할 수 없는 이유다.
사진=고양, 고아라 기자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