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울산, 김정현 기자) 훌륭하게 조현우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문정인이 흔치 않은 기회에 감사함을 드러냈다.
문정인은 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HD와 전북현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 '현대가더비'에 골키퍼로 선발 출장해 울산의 1-0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은 경기 내내 우세한 흐름을 보여준 가운데, 보야니치가 원더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울산은 이 승리로 리그 2연승과 함께 전북은 내리고 2위(2승1패·승점 6)로 올라섰다.
울산은 주전 골키퍼이자 지난 시즌 MVP 조현우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원정 경기 도중 코 부상을 당해 문정인이 시즌 초반 출전하고 있다.
FC안양과 개막전에선 실점하며 패했지만, 문정인은 대전하나시티즌과의 2라운드 무실점 승리에 이어 이날 경기도 전북의 공격을 막으며 2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울산 현대중-현대고 출신으로 울산 성골 유스인 문정인은 2020년 서울 이랜드(2부) 임대를 통해 프로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2021년 완전 이적으로 경험을 쌓고 올 시즌 다시 울산으로 돌아와 울산의 골문을 책임지고 있다.
문정인은 경기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더비 경기이기도 하고 선수들도 너무 중요성을 다 알고 해서 긴장감도 있긴 했는데 그래도 실수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프로 생활까지 10년 정도 울산에서 했는데, 경기에 나서지는 못하고 형들 경기 뛰는 것만 보다가 기회를 갖게 돼 경기에 출전하니까 팬분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시는 것도 실감이 아직 잘 안 난다. 내가 지금 울산에서 뛰고 있다는 것도 아직 실감이 잘 안 나긴 하는데 계속해서 무실점 승리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쁜 것 같다"며 첫 현대가 더비를 치른 소감을 전했다.
선배 조현우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문정인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조)현우 형의 공백이기 때문에 팬들이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으셨을 텐데 나는 내가 경기장에 들어가서 현우 형보다 잘하자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라며 "내 목표는 그냥 울산의 골문을 지키는 거니까 그거에는 자신이 있다. 이렇게 계속해서 결과가 잘 나오고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올 시즌 울산에 합류해 조현우와 함께 훈련해 온 문정인은 "(배울 점) 너무 많아서 같이 훈련을 직접 해보니까 왜 조현우 하는지 알겠더라. 진짜 앞으로 계속 현우 형을 잘 보고 배우면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배울 점을 묻자, 문정인은 선방 능력과 선택을 꼽았다. 그는 "순발력이나 반응 속도가 좋은 것은 다 알고 계실 거고 슈팅이 날아왔을 때 상대 공격수들한테 세컨 볼을 주지 않게끔 잡을 공, 쳐낼 공을 확실하게 구분하시는데 쳐내더라도 상대 공격수가 없는 쪽으로 백이면 백 다 그렇게 쳐내신다"고 말했다.
한동안 2부에서 뛰다 1부에서 활약 중인 문정인은 "사실 선수들이 볼이 많이 안 오게 해줘서 크게 차이 같은 건 못 느끼겠다"면서도 "오히려 관중이 많고 경기장도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전용 구장에서 뛰다 보니까 더 신나고 경기에 몰입도 되고 한다"라며 달라진 환경을 짚었다.
골키퍼가 후방에서 빌드업에 참여하는 울산의 전술에 적응하고 있는 문정인은 "그런 거는 내가 예전부터 즐겨 하던 플레이고 감독님도 나를 잘 믿어주셔서 자신 있게 하던 대로 하라고 말씀해 주시니까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공중볼 장악도 자신 있고 울산이 뒤에서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다 보니까 발밑 기술도 자신감이 있다. 그래서 선수들하고 같이 플레이하는 것도 되게 즐기고 울산이라는 팀과 되게 잘 맞는 것 같다"라고 만족해했다.
김판곤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조현우가 훈련하면서 다이빙 뜨는 것도 봤다"라며 그의 복귀가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반대로 말하면 문정인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정인은 조현우가 조금은 늦게 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 않은지 묻자, "그런 마음은 사실 없다. 현우 형의 공백 기간 이렇게 기회를 받은 거고 안정적으로 잘 플레이하고 있는 거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또 현우 형이 돌아오시면 울산한테도 더 좋은 거니까 나는 뒤에서 평소 하던 것처럼 넉넉히 잘 준비하다 보면 계속해서 더 좋은 일들만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문정인은 "팀이 트레블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를 달성하는 동시에 울산 팬들한테 내 개인적인 가치를 인정받아서 현우 형이 계시지만, '우리는 뒤에 문정인 선수도 있다'라는 인식을 팬들한테 심어주는 게 목표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진=울산, 김정현 기자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