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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호, 거인의 등에 칼을 꽂다

기사입력 2007.08.30 10:53 / 기사수정 2007.08.30 10:53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사랑했던, 그러나 냉정하게 버렸던 여자가 다른 남자의 팔짱을 끼고 나타나 가차없이 따귀를 때린다면 기분이 어떨까?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은 그 기분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포스트 시즌 티켓을 바라보며 달리던 롯데는 LG 트윈스와의 대결에서 지난 7월 29일 LG로 떠나보낸 손인호(32)의 활약에 연이틀 울어야 했다. 

손인호는 지난 28일 11회 말 끝내기 결승점이 된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낸데 이어 29일에는 4회 말 9:3 역전승의 발판이 된 1타점 동점 좌전안타를 날리며 친정팀을 두 번 울렸다.

LG는 큰 역할을 해준 손인호의 활약에 힘입어 4연승을 달리며 4위 한화 이글스에 한 게임차로 성큼 다가섰다. 반면 롯데는 한때 '롯데 타선의 중심'이 되길 기대했던 손인호에게 연이틀 뒤통수를 얻어맞으며 산술적인 4강 진입 가능성에 목을 거는 신세가 되었다.

롯데 팬들에게 손인호는 애증이 함께한 이름이었다. 경남고 시절 팀을 혼자 이끌다시피 하며 '천재소년'으로 불렸던 손인호는 고려대 시절에도 김동주(31)와 함께 대표팀에서 큰 역할을 하던 대형 유망주였다. 

그의 아마추어 시절을 기억하고 지켜보던 부산 팬들은 많은 기대를 가지면서 애정어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롯데가 2차지명 최초의 억대 계약금(1억 8천만원)을 손인호에게 건넨 것은 그 애정의 반증이었다.

입단 초기 투수와 타자의 기로에서 고민하며 시간을 허비했던 손인호는 2003년 상무 제대 후 주전 자리를 꿰차며 뒤늦게나마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는 가 싶었다. 그러나 찬스 상황에서 손인호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찬스에선 힘없이 돌아서던 손인호는 2아웃에 주자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선 잘도 안타를 뽑아냈다. 팬들은 그 모습에 애를 태우며 '니노 타임'이라는 단어로 손인호를 비난했다. 그러나 그 모습 마저도 2006년 강병철 감독이 부임한 이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야구 인생의 대부분을 부산에서 보냈던 손인호는 결국 매몰차게 LG로 쫓겨갔다. LG 외야는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로 가득차 있어 손인호의 자리는 잠실벌에도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 24~26일 SK 와이번스와의 3연전에서 외야진의 '소녀 어깨'가 문제시 되면서 손인호의 필요성이 커졌다. 그리고 손인호는 코칭스태프가 준 기회에 두 경기 연속 쏠쏠한 활약으로 크게 보답했다.

적을 바꾸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는 프로무대의 생리. 그러나 손인호가 휘두른 칼에 자상을 입은 팀이 롯데라는 것은 어찌 보면 조금은 슬픈, 그러나 LG에겐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까?

<사진=LG 트윈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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