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wfastball] 많은 사람들이 야구 감독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지 좋은 감독이라고들 말하는데요, 이제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둔 SK 와이번스의 사령탑인 이만수 감독대행은 포커페이스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주고있습니다. 과연 꼭 야구감독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만 좋은 감독일까요?
아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라는 가장 큰 이유는 감독의 작전이 감독의 얼굴에 드러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감독의 비중이 큰 한국이나 일본의 야구에서는 감독의 선택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자주 변하기 마련인데 이때 감독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면 상대편이 쉽게 작전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야구 감독들은 근엄한 표정으로 선수들의 플레이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덕아웃에 앉아있는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분명 SK의 이만수 감독대행은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들썩들썩 거리면서 좋고 나쁨이 얼굴에 쉽게 드러나는 타입입니다. 한국야구의 정서나 분위기로 보면 이러한 이만수 감독대행의 행동은 부정적으로 평가되기 쉽습니다. 상대편은 이만수 감독 대행의 얼굴을 읽고 작전을 예상하고 또한 SK 와이번스의 선수들은 이만수 감독대행의 실망하는 표정이나 제스쳐를 보고 플레이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부임초기 SK 와이번스는 삐걱대는 모습을 연발하며 순위가 내려앉았고 선수들의 플레이도 예전의 SK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만수 감독 대행의 포커페이스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오직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분명 SK 와이번스는 어느정도 이만수호의 색깔이 입혀지며 순항했고 그 모습은 가을야구에도 이어지고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만수 감독 대행의 큰 제스쳐와 표정은 안 좋은 플레이가 나왔을 때는 선수들을 위축시킬 수 있지만 반대로 좋은 플레이가 나왔을 때는 긍적적인 자극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만수 감독 대행이 코치 생활을 메이저리그에서 시작하였고, 메이저리그에는 이러한류의 지도자들이 꽤 있는편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텍사스 레인져스의 론 워싱턴 감독도 선수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클로(claw) 세레머니-허슬 플레이나 클러치 히트를 성공시켰을 때 하는 발톱모양의 세레머니-를 함께 따라할 정도로 팀케미스트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지고있습니다. 이만수 감독 대행의 큰 제스쳐도 아마 이런쪽으로 생각해보면 긍정적이 되지 않을까요?
여기에 상당히 읽기 쉬워보이는 이만수 감독 대행의 표정 뒤에 여러가지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며 상대팀도 곤욕을 치르고있습니다.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때만 하더라도 순진한 얼굴로 선발 로테이션을 미리 다 밝혀버렸지만 실상 뚜껑을 열어보니 2차전 선발과 3차전 선발을 교체하며 성과를 거두고 2승 1패로 앞서있습니다. 또한 순간 순간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표정이 냉정을 유지하며 도대체 상대편은 어떻게 이만수 감독 대행의 표정을 읽어야할지 고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분명 이만수 감독 대행 같은 야구 감독은 프로야구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고교야구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만수 감독 대행의 전형적인 포커페이스 감독이 아닌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다른 스타일의 모습을 단지 부정적으로만 봐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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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만수 ⓒ 엑스포츠 뉴스 DB}
김형민 기자 riceda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