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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잠시 주춤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 머니'가 다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휩쓸고 있다.
애스턴 빌라의 슈퍼 조커 혼 두란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소속팀인 사우디 명문 알 나스르 이적을 확정지은 것에 이어 일본 축구대표팀 간판 윙어 미토마 가오루에게도 손을 뻗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미토마의 소속팀인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은 알 나스르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으나 베팅액을 1000억원 이상으로 높이고 있어 향후 브라이턴의 대응이 궁금하게 됐다. 베팅액을 계속 올릴 경우 브라이턴도 마냥 'NO' 사인을 보낼 순 없기 때문이다.
물론 미토마가 사우디 구단 이적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이적이 성사되는 다음 단계는 남아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31일(한국시간) 브라이턴이 미토마에게 들어온 알 나스르 영입 제안을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1997년생인 미토마는 일본 쓰쿠바 대학과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거쳐 2021년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턴에 바로 입성했다.
그러나 곧장 프리미어리그에서 뛴 것은 아니고 벨기에 구단 위니옹 생 쥘루아즈로 임대돼 1년 활약한 뒤 브라이턴에서 2022-2023시즌부터 뛰고 있다.
축구종가 최상위리그 첫 시즌부터 위력을 발휘했다. 프리미어리그 33경기에서 7골을 넣으며 득점력 자랑한 것은 물론 윙어로서 화려한 드리블과 영리한 움직임을 갖고 있어 빅클럽에서도 주목하는 공격수가 됐다.
지난 시즌엔 부상이 겹쳐 프리미어리그 19경기 3골에 그쳤으나 이번 시즌 독일 출신 파비안 휘르첼러 감독이 브라이턴에 부임하면서 다시 날개짓을 하고 있다. 23경기 5골을 넣는 중이다. 특히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1골 1도움 원맨쇼를 펼치면서 브라이턴의 쾌승을 이끌었다.
빅클럽에서도 탐을 내는 미토마에게 같은 아시아인 사우디 구단 알 나스르가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BBC는 "알 나스르의 제안은 6500만 유로(약 976억원)로 알려졌지만 정통한 관계자는 브라이턴이 당장 미토마를 팔 이유가 없고 제안을 거절했다고 했다"며 "그러나 알 나스르는 더 높은 금액을 베팅하고자 한다"고 했다.
알 나스르는 화폐 단위를 영국 파운드로 바꿨다. 7100만 파운드(1283억원)를 제시하며 브라이턴을 유혹하고 있다.
알 나스르는 미토마에게도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언론 등에 따르면 연봉 400억원 안팎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브라이턴은 완강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는 중이다. 시즌 중 미토마를 팔게 되면 후반기 성적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브라이턴은 이번 시즌 초 승승장구하다가 최근 들어 주춤하는 모양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순위 경쟁이 상위권, 중위권 구분 없이 워낙 박빙이라 브라이턴의 미토마 판매는 치명적이다. 당장 대체 선수를 구하기도 어렵다.
BBC는 "브라이턴은 현재 미토마 지키기에 자신이 있다"며 "미토마가 떠나고자 하는 열망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이적과 관련된 금액은 미토마도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액수다. 더 큰 제안이 오면 미토마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토마는 현재 브라이턴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0월엔 재계약을 맺어 2027년 여름까지 뛴다.
브라이턴은 미토마의 영향력을 앞세워 지난해 여름 일본에서 프리시즌 투어를 진행할 정도였다.
미토마의 알 나스르 이적은 일본 축구에서도 주목할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선수들과 달리 일본 선수들은 축구적으로 이득이 없는 중동행을 꺼려왔기 때문이다. 카타르로 진출한 선수들은 몇몇 있었지만 사우디로 간 선수들은 아예 없었다.
미토마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일본 축구의 16강 진출 핵심 멤버로, 지금도 A매치 26경기 8골을 기록하며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로 뛰고 있다.
알 나스르는 세계적인 축구스타 호날두, 그리고 2022년 발롱도르 2위를 기록한 사디오 마네가 뛰는 곳이다. 얼마 전엔 애스턴 빌라 공격수 두란을 데려오기 위해 6500만 파운드(약 1166억원)를 내놓기도 했다.
미토마에 대한 알 나스르의 러브콜은 향후 사우디 구단들이 손흥민 영입을 다시 시도하는 불씨로 남을 수도 있다. 손흥민은 이미 지난 2023년 여름 알 이티하드 등에서 4년 총액 2400억원에 영입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이를 거절하고 토트넘에 남은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