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이 정도면 왜 조기합류를 요청했는지 의문일 정도다. 토트넘 홋스퍼가 '한국 초신성' 양민혁을 1군이 아닌 하부리그로 임대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입 후 한 달이 지나도록 기용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은 27일(한국시간) "양민혁이 지금 당장 옵션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해 영입하는 구단 이적 정책에 대해 많은 걸 말해준다. 토트넘이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하고 적절한 팀이 나타난다면 양민혁은 1월 이적시장 때 임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토트넘은 공격진에 부상자가 많아 명단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을 가끔 벤치에 앉히긴 하지만 출전 기회를 주지는 않고 있다.
양민혁은 토트넘의 조기합류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구단에 합류했다. 이달 초 리버풀과의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서 벤치 멤버로 포함돼 출전 기대감을 높였던 양민혁은 결국 출전이 불발되며 데뷔전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이후 5부리그 소속 탬워스와의 FA컵 경기에서 드디어 데뷔전을 치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은 충격 명단 제외였다.
이어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도 명단 제외된 양민혁은 에버턴전에서는 다시 명단에 포함됐으나 역시 벤치만 달궜다. 호펜하임과의 유럽축구연멩(UEFA) 유로파리그 경기에서는 다시 명단 제외됐고,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명단에 복귀했으나 또 한 번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토트넘서 데뷔하지 못하고 잉글랜드 2부 혹은 다른 서유럽 리그 임대 갈 수 있다는 점이 처음 언급된 것이다.
풋볼런던은 최근 토트넘 부진 원인 중 하나로 부상자가 많다는 걸 강조했고, 벤치 명단에 양민혁 등 어린 선수들을 채울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경기 흐름을 바꾸기 위해 데려올 수 있는 몸 상태 좋고, 활동 가능한 선수가 17세 소년과 2년 반 동안 구단에서 원치 않았던 선수뿐이었다는 사실이 모든 걸 말해준다"고 전했다.
이유가 있었다. 토트넘의 리그 순위가 강등권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인 데다가 양민혁을 비롯한 대부분의 10대 유망주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체는 "양민혁과 마찬가지로 윌 랭크셔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임대가 필요하다. 이 수준의 축구에 장기간 노출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어린 선수들을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는 서포터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마이키 무어 외에는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수준이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이게 아카데미 축구고, 아카데미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유망주 중에서는 많은 기회를 받고 있는 무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준비가 돼 있으나 나머지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 "10대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려면 뛰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아치 그레이와 루카스 베리발은 하위 리그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유럽 최고의 유망주들이다"라고 보다 낮은 단계에서 이미 재능을 증명한 사례를 언급했다.
또한 아카데미 선수들의 기량이 부족하다는 결정적인 이유로 프리미어리그2 성적을 꺼내들었다. 매체는 "토트넘 아카데미 선수들은 프리미어리그2에서 21위에 올랐고, 지금까지 13경기에서 4경기만 승리했다. 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프리미어리그라는 가마솥에 던져질 준비가 된 선수들이 아니며, 그 수준에 있지 않고 지금은 확실히 아니다"라고 유스 선수들의 기량이 아직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지금은 부상자가 많다는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양민혁을 비롯한 유망주들을 경기 명단에 채워넣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출전 기회까지 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양민혁은 올 겨울 다른 곳으로 임대를 떠날 수 있다. 일단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해 영국 내 하부리그로 임대될 가능성이 높고, 여의치 않다면 다른 해외 중소리그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레이나 베리발 같은 선수들처럼 낮은 단계에서부터 차근차근 적응하고 올라오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토트넘이 양민혁을 1군 선수로 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또 드러났다.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가로 대한민국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 입단을 적중 보도했던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가 토트넘이 사우샘프턴 유망주 타일러 디블링을 영입할 계획이라고 전했기 때문이다.
플레텐베르크는 "토트넘은 디블링 영입을 위해 사우샘프턴과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 라이프치히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토트넘은 다음 시즌 전까지 디블링을 데려오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디블링은 양민혁과 같은 2006년생이지만 양민혁과 달리 프리미어리그에서 뛴 경험이 충분한 즉지전력감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23년 1군에 합류해 이번 시즌에만 24경기에 출전했다. 공격 포인트는 4골 2도움으로 벌써 6개다. 토트넘이 원하는 건 이러한 자원이다.
만약 디블링이 토트넘에 합류한다면 양민혁이 토트넘에서 데뷔할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들 예정이다. 토트넘에 남는 것보다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영국 무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임대를 떠나는 게 좋은 선택일 수 있다.
하부리그에서는 부담 없이 재능을 시험해 볼 수 있다. 부진한 토트넘에서 성적 압박에 시달리면서 뛰는 것보다는 확실히 더 낫다. 이미 한국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인 K리그1에서 데뷔 시즌 '영플레이어'를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임을 인정 받은 만큼, 어디서든 자신감을 가지고 뛰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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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