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은 고(Go)일까, 스톱(Stop)일까.
새해 1월1일이 임박했지만 토트넘은 꿈쩍도 않고 있다. 모하메드 살라가 리버풀과 3년 재계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제 유럽 축구 이적시장의 초점은 손흥민에게 쏠리고 있다.
토트넘이 현재 손흥민과 체결한 계약의 1년 연장 옵션을 발표할 것인가. 아니면 내년 6월 그를 자유계약(FA) 신분으로 풀어줄 것인가.
1월1일이 꼭 기준일은 아니지만 명목상으론 손흥민이 그 날부터 전세계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새해를 5일 앞둔 시점에서도 묵묵부답이다. 지난 10년간 토트넘 최고의 선수이자 '리빙 레전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손흥민을 벼랑 끝까지 밀어넣고 있다.
토트넘이 조용한 가운데 미디어들은 다시 한 번 손흥민 앞에서 확성기를 틀고 "1년 연장 계약"을 외쳤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지난 26일(한국시간) 토트넘의 올 겨울 이적시장을 점검하면서 토트넘이 손흥민과 맺고 있는 현재 계약을 1년 늘릴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알렸다.
매체는 "토트넘이 손흥민과 벤 데이비스의 계약에 대한 연장 옵션 활성화를 결정했다"며 "두 선수들을 1년 더 팀에 묶어둘 것"이라고 확신했다.
데이비스는 손흥민 절친으로 손흥민보다 1년 앞선 지난 2014년 토트넘에 입단,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전천후 수비수로 11시즌째 뛰고 있다.
손흥민의 기존 계약은 2025년 6월에 끝나지만, 토트넘이 연장 옵션을 발동시키면 2026년 6월까지 토트넘에 머물러야 한다.
일단 언론 대다수는 토트넘이 이 옵션을 일방적으로 행사하면 손흥민이 고스란히 따라야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거꾸로 구단이 이를 발동하지 않으면 손흥민은 내년 6월에 토트넘을 떠나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선수의 동의 없는 옵션 행사가 실질적으론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4년 전 맺은 계약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구단이 손흥민의 의사를 물을 필요는 있다는 얘기다.
손흥민의 현 계약 1년 연장은 최근 다른 매체에서도 제기됐던 꾸준히 언급했던 사안이다.
'디 애슬레틱' 보도 전엔 23일 '기브 미 스포츠'가 크게 다뤘다.
매체는 이적시장 전문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와의 소통을 통해 토트넘과 손흥민이 사실상 1년 연장 옵션에 합의한 상태라고 했다. 다른 요인에 의해 공식 발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로마노는 "토트넘이 연장 옵션을 활성화해 손흥민을 2026년 6월까지 클럽에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10월 이후 클럽 내부 분위기가 그렇다. 공식적인 절차가 남아 있긴 하다"며 토트넘이 단지 다른 이유로 손흥민 계약에 대한 콜옵션 활성화 발표만 미루고 있다고 확신했다.
반면 이번 옵션 연장은 손흥민이 내년 여름에 이적료 없이 토트넘 떠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 장치라는 얘기도 있다. 새해 들어 손흥민을 원하는 팀이 나타나면 토트넘이 옵션을 발동시켜 이적료를 챙기려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33살 손흥민을 위해 이적료 낼 팀은 많지 않다. 토트넘은 손흥민에 대한 다른 구단의 접근을 제한하면서 보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손흥민과 다년 재계약까지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토트넘이 이런 생각을 갖고 손흥민을 접근하는 것 자체가 큰 결례라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토트넘이 이래저래 손흥민 대우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토트넘 한 팀에서만 뛰며 프리미어리그 125골을 넣기가 쉽지 않다. 토트넘은 이런 저런 주판알을 튕기기 전에 다년 재계약으로 그의 헌신과 실력, 그리고 여전히 변치 않는 시장 가치를 존중했어야 한다.
하지만 들리는 얘기는 온통 손흥민의 기량 하락 얘기다. 영국 유력지 '더 타임스'는 최근 손흥민의 기량이 급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지난 4시즌 동안 손흥민의 경기당 득점은 0.69에서 0.31, 0.52, 0.46으로 감소했다"라며 "슈팅 전환율도 27%에서 12%, 20%, 17%로 떨어지고 있다"고 밝힌 타임스는 "통계 외에도 손흥민의 경기력에서 이러한 변화가 돋보인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덜 선명하고, 덜 관여했으며, 이전보다 다리가 조금 미친듯이 자주 휘청거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축구통계매체 '데이터MB'는 손흥민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윙어·미드필더를 통틀어 페널티지역 안으로 들어가는 키패스 1위를 차지했다며 손흥민이 단순히 치고 달리는 윙어에서 플레이메이커로 바뀌고 있음을 알렸다.
손흥민에 대한 토트넘의 푸대접에 과거 토트넘 스카우트를 지냈던 브라이언 킹은 "내가 손흥민이어도 억울할 것 같다"며 구단에 직격탄을 날렸다.
킹은 25일 '토트넘 홋스퍼 뉴스'를 통해 "손흥민 계약 문제는 3~4개월 전에 해결했어야 했다"며 "손흥민은 토트넘에 자신의 커리어를 바친 훌륭한 선수다"라고 구단에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킹은 이어 "최근 손흥민 플레이를 보면, 마음이 토트넘에 100% 있는지 의문"이라며 "내가 그 사람이었다면 분명 억울할 것이다. 손흥민이 지금 행복한지 잘 모르겠다"고 손흥민의 심정을 대변했다.
또 다른 토토넘 관련 매체인 '투 더 레인 백'은 손흥민이 토트넘의 행태에 불만이 폭발한 나머지 퇴단을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토트넘 홋스퍼의 와이드 포워드(만능 공격수) 손흥민이 '화이트 하트 레인(토트넘 옛 구장 이름이자 토트넘 구단 별칭)'을 떠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홋스퍼 웨이(토트넘 훈련장)에서 한국 선수의 계약 상황에 진전이 없고, 대신 유럽과 중동의 여러 팀이 자유계약 형태로 그를 영입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 바이엘 레버쿠젠 윙어(손흥민)의 토트넘 계약은 2024-2025시즌 끝날 때 만료된다"며 "토트넘은 손흥민이 30대 후반까지 'N17(토트넘 구단 주소)'에 머물기를 원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사자 간의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손흥민은 장기적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불만을 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독일 레버쿠젠에서 400억원 이적료로 토트넘에 둥지를 튼 손흥민은 해가 갈수록 활약이 증가하면서 두 차례 재계약을 했다.
토트넘이 옵션 행사를 공식 발표하지 않다보니 유럽 빅클럽이 그에게 구애하는 상황이다.
특히 스페인 명문 구단들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손흥민에 관심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팀은 이번 시즌 라리가 전반기 1위와 2위를 나눠가졌다.
전반기를 선두로 마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프랑스 국가대표 공격수 앙투안 그리즈만을 미국으로 보내고 그 빈자리에 손흥민을 쓰겠다는 생각이다.
바르셀로나는 왼쪽 날개로 브라질 국가대표 하피냐가 있어 손훙민의 경우 입단하면 주전보다는 로테이션으로 많은 경기를 뛰는 준주전급이 될 전망이다. 지난 24일 스페인 '엘 나시오날'은 바르셀로나가 뮌헨과의 재계약을 미루고 있는 미드필더 요수아 키미히와 함께 손흥민을 데려올 태세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두 구단의 계획은 손흥민이 FA 신분을 취득할 때만 가능하다. 손흥민이 이적료를 달고 시장에 나온다면 두 구단도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다.
손흥민 입장에선, 토트넘을 떠나야 한다면 하루라도 젊은 내년 여름에 축구인생 마지막 도전을 위해 떠나는 것이 좋다. 이적료가 붙게 된다면 빅클럽들의 관심이 급감할 전망이다. 손흥민의 매력도는 어린 선수들처럼 1000억원 이상의 큰 이적료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180억원 정도의 합리적인 연봉으로 2년 정도 그의 수준급 플레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토트넘에 남게 된다면 현재 연봉을 동결한 상태에서 3년 정도 다년 계약을 하는 것이 손흥민을 위해 좋은 방안으로 여겨진다.
다만 손흥민이 이번 시즌 하락세를 드러낸 것도 사실이어서 FA 시장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들 구단이 손흥민에게 강한 러브콜을 보낼지는 또 두고봐야 한다. 손흥민은 23일 리버풀전에 이어 27일 노팅엄 포레스트전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한 채 팀의 2연패를 지켜봐야 했다.
1월1일이 머지 않았다. 토트넘이 손흥민 계약을 놓고 특유의 지지부진하면서 선수를 힘들게 하는 벼랑 끝 태도를 지속하는 가운데 향후 며칠간 그의 거취에 새로운 소식이 나올지 궁금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