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5.24 16:25 / 기사수정 2007.05.24 16:25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기자] 화려한 드리블도, 절묘한 포물선을 그린 중거리슛도 없었다. 유럽 최고의 지장 안첼로티와 베니테즈의 기발한 작전도 없었다.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두 팀은 최고의 선수와 전술로 무장했고, 그 때문에 화려하고 폭발적인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리버풀과 밀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축구의 '기본'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온갖 전술과 선수에 대한 찬사도 '기본' 앞에서는 무력했고, 결국 그 '기본'을 제대로 갖춘 밀란이 유럽 최고의 클럽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네스타가 보여준 수비수의 '기본' : 예측력
밀란은 말디니와 네스타를 중앙수비에 포진시키고 측면공격에 뛰어난 얀쿨로프스키와 오또를 윙백에 배치시켰다. 공격수 숫자를 줄이는 대신 발빠른 측면 공격으로 득점 찬스를 만들겠다는 전략. 하지만 이 전략은 두 명의 중앙수비에게 큰 수비 부담을 안긴다는 약점이 있었다. 서른을 훌쩍 넘은 말디니와 네스타의 나이를 감안할 때 후반 들어 수비가 헐거워지리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네스타는 유럽 최고 구단의 주전 수비수다운 '센스'를 보여주었다. 네스타는 체격과 신장면에서 리버풀의 원 톱 카이트를 제압했을뿐만 아니라, 놀라운 예측력으로 카이트에게 오는 공을 원천 차단하였다. 후반 2분 제라드가 중앙으로 쇄도하자 태클로 공만 걷어낸 장면은 그가 왜 밀란의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뛰는지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인자기가 보여준 공격수의 '기본' : 위치선정
인자기는 약간의 행운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두 골의 주인공이 되었다. 전반 45분, 피를로가 찬 프리킥이 인자기의 어깨를 맞고 방향이 꺾어지며 골망을 흔들었고, 이 골은 결국 인자기의 골로 기록되었다. 피를로의 절묘한 프리킥이 인자기의 골로 기록되는 '운'이 따른 셈.
하지만 인자기는 후반 37분, 두 번째 골을 기록하며 자신이 운만으로 골을 넣은 것이 아님을 증명하였다. 인자기는 카카가 전진패스를 하는 순간 리버풀 수비를 뚫고 쇄도하였고,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은 인자기는 레이나 골키퍼마저 제끼며 가볍게 인사이드슛을 날렸다. 이 공은 천천히 골문을 향했고, 밀란의 결승골이 되었다.
인자기는 큰 키로 제공권으로 공중볼을 따낸 것도, 폭넓은 활동력이나 화려한 드리블로 찬스를 만든 것도 아니다. 다만 그는 90분 내내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그 위치에서 두 번의 슈팅이 모두 골로 이어졌다. 위치선정의 중요함을 몸으로 보여준 인자기의 환상적인 경기였다.
리버풀에게 필요했던 '기본' : 집중력
리버풀은 밀란의 미드필더에 밀리며 공을 많이 소유하지는 못했지만, 더 많은 슈팅 찬스를 잡았다. 밀란이 다섯 차례의 슈팅을 날린데 비해 리버풀은 90분동안 12번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밀란이 두 골을 넣은 데에 반해 리버풀은 경기 종료 직전 한 골을 넣는데 그치며 우승 문턱에서 분루를 삼켜야했다.
리버풀은 제라드와 리세, 알론소 등 중거리슛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찬스 상황에서 회심의 슈팅을 날렸으나 대부분 빗나가며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골문 앞 결정적인 찬스 역시 아깝게 밀란의 수비에 차단되며 무산되기를 수 차례. 리버풀은 전반전 경기를 주도하고도 한 골을 실점했고, 실점 이후 다급해진 리버풀은 제대로 된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리버풀의 패인은 '집중력의 문제'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유럽 최고의 축구 축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축구의 기본'이었다. 밀란은 기본을 잘 지키는 축구를 하며 두 골을 만들고 또 잘 지켰으며, 반면 리버풀은 기본에서 무너지며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탄탄한 기본기로 무장한 밀란의 황금시대는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