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파리, 공동취재단) 자칫 패럴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참가했다. 시작부터 잘 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었다. 탁구 대표팀 김영건(40·광주광역시청)이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아내'를 말했다. 이런 사랑꾼이 없다.
김영건은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탁구 남자 단식(MS4) 결승전에서 세계 1위 완차이 차이웃(35)을 세트 스코어 3-2(6-11 11-9 11-7 9-11 11-5)로 꺾었다.
탁구에서 나온 두 번째 금메달이다. 김기태가 첫 금맥을 캤고, 김영건이 뒤를 이었다. 신예와 전설이 나란히 한 건씩 해냈다. 동시에 김영건은 통산 5번째 패럴림픽 금메달을 품었다. 단식은 2012 런던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영건은 "정말 간절했다. 금메달을 따서 너무 기쁘다"며 "2012년 런던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후에도 우승후보 0순위, 1순위 그랬다. 아쉽게 떨어졌다. 많이 속상했다. 이번에 설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멀티 메달'도 가능했다. 그러나 복식에서 모두 8강 탈락. 뭔가 꼬인 모양새다. 대신 단식에서 정상에 섰다. "남자복식, 혼합복식 모두 메달 따고 싶었다. 아쉽게 잘 안 풀렸다. 아쉬웠다. 단식에서 잘 풀렸다. 해피엔딩 아닐까"라며 미소를 보였다.
이번 대회 아예 출전조차 못할 뻔했다. 어깨 부상 때문이다. 그는 "지난 4월에 어깨가 탈구됐다. 좌절도 많이 했다. 아픈 상황에서 무리하게 운동하다 내장도 터졌다. 수혈까지 받았다.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아파도 감각을 잃으면 안 되니까 무리해서 했다. 너무 힘들었다. 의무팀과 과학지원팀, 감독님까지 배려해주셨다. 잘 이겨낼 수 있었다. 다행히 큰 손상이 아니었기에 패럴림픽에 나왔다. 대회 전까지 정말 힘들었는데 금메달 따면서 싹 사라졌다"며 웃었다.
올해 국가대표 24년차다. 탁구로 울고 웃었다. "내가 16~17살부터 탁구를 치고 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이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탁구 덕분에 희열도 느꼈다. 너무 좋다.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동료애도 많이 느꼈다"고 돌아봤다.
운동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망설이는 장애인들이 있다. 선수를 하면 좋고, 선수가 아니어도 장애인은 활동량이 부족하기에 운동 하나씩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성이 맞으면 나처럼 패럴림픽에도 도전할 수 있지 않겠나. 운동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국가대표 선수지만, 사랑꾼이기도 하다. 2021년 1월 결혼했다. 파리에서도 알콩달콩 깨가 쏟아진다. "경기 봤을 것이다. 경기 전에도 아내와 통화했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어 "아내가 긴장하지 말라고, 지금도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져도 멋있으니까 최선만 다하라고 하더라. 더 멋진 남편이 되고 싶었다. 멋진 모습 보이고 싶었다.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대회가 끝났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완벽한' 대답이 나왔다. "아내가 너무 보고 싶다. 그냥 빨리 보고 싶다"고 했다. 제대로 '찢은' 김영건이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