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 정해영. 4월 4일 수원 KT 위즈전 1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4세이브를 수확했다. 사진 KIA 타이거즈
(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지수 기자) KIA 타이거즈의 '수호신' 정해영이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며 팀의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4경기 연속 무실점 세이브로 리그 구원왕 타이틀 경쟁에 뛰어들었다.
KIA는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시즌 3차전에서 6-3으로 이겼다. 지난 3일 5-1 승리에 이어 이틀 연속 KT를 제압하고 2연승과 함께 주중 3연전 위닝 시리즈를 챙겼다.
KIA는 이날 9회말 KT의 마지막 저항을 쉽게 잠재웠다. 마무리 정해영이 1이닝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세이브를 따내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해영은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문상철을 공 5개로 잡아냈다. 투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147km짜리 직구로 문상철의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문상철에 공 5개를 모두 직구로 구사할 정도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투구를 했다.
KIA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 정해영. 4월 4일 수원 KT 위즈전 1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4세이브를 수확했다. 사진 KIA 타이거즈
정해영은 이어 배정대를 2루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노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137km짜리 슬라이더로 배정대의 타이밍을 완전히 뺏었다. 이어 천성호까지 중견수 뜬공으로 솎아내면서 게임을 종료시켰다.
정해영은 KIA의 승리가 확정된 뒤 "나도 4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했고 팀도 이겨서 너무 기쁘다"며 "마지막에 상대 타선을 깔끔하게 잘 막아내고 게임을 마무리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정해영은 지난달 23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서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롯데 자이언츠전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지난달 29일 두산 베어스전 1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3경기 연속 세이브를 따냈다.
4월 첫 세이브도 깔끔했다. 이날 KT 타선을 삼자범퇴로 막아내면서 4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렸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00, 피안타율 0.143으로 세부 지표도 훌륭하다.
KIA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 정해영. 4월 4일 수원 KT 위즈전 1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4세이브를 수확했다. 사진 KIA 타이거즈
정해영은 2020년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뒤 곧바로 팀 주축 불펜투수로 자리 잡았다. 데뷔 시즌부터 47경기 38⅓이닝 5승 4패 1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29로 성공적으로 프로 무대에 안착했다.
정해영은 2021 시즌부터 마무리 보직을 꿰찼다. 64경기 65⅓이닝 5승 4패 34세이브, 평균자책점 2.20으로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2022 시즌에도 55경기 56이닝 3승 7패 32세이브 평균자책점 3.38, 지난해 52경기 49⅓이닝 3승 4패 23세이브 평균자책점 2.92로 준수했다.
정해영은 다만 2023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구위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유형의 피칭을 하지는 못했다. 정해영 스스로도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직구를 더 날카롭게 가다듬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정해영은 이 때문에 2023 시즌 종료 후 휴식을 반납했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한 달간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드라이브라인에 파견, 구위 및 구속 향상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정해영의 훈련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직구 구속이 140km 중후반대에 형성되고 있다. 볼끝도 묵직해 지면서 타자들을 힘으로 누르는 피칭이 가능해졌다.
KIA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 정해영. 4월 4일 수원 KT 위즈전 1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4세이브를 수확했다. 사진 KIA 타이거즈
이범호 KIA 감독도 지난달 24일 키움과의 정규시즌 2차전에 앞서 "정해영이 좋아진 건 너무 고마운 일이다. 그렇게 본인이 운동했음에도 (지난해에는) 구속이 안 올라왔다"며 "올해 같은 경우 초반부터 구위 등 여러 면에서 올라온 상태다. 볼끝 자체가 좋은 선수인데 스피드에 대한 자신감까지 붙는다면 상당히 좋은 시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해영 본인도 현재 자신의 구위에 만족하고 있다. 자신 있게 프로 입단 후 가장 좋은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관건이지만 일단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해영은 "어느덧 프로 5년차인데 개막 초반 모습만 놓고 본다면 올해가 가장 좋은 것 같다"며 "지금 이 페이스를 시즌 끝날 때까지 쳐지지 않도록 잘 유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구를 던질 때 힘쓰는 방법을 조금 바꿨다. 아직까지는 내게 잘 맞는 것 같고 컨디션도 좋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겨우내 미국에서 운동법을 배우고 투구폼에서 군더더기를 조금 없앤 부분들이 잘 정립됐다"고 돌아봤다.
KIA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 정해영. 4월 4일 수원 KT 위즈전 1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4세이브를 수확했다. 사진 KIA 타이거즈
정해영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건 오버페이스다. 시즌 초반 힘이 좋을 때 직구 구위로 타자를 누르고 있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인 승부만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해영은 "내가 봐도 직구는 힘이 있다고 느껴지만 너무 과감하게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넣을 때도 있다"며 "이 부분을 김태군 선배님, 한준수 형 등 포수들이 잘 짚어 준다. 피해 가는 승부도 잘해야 한다"며 "아직까지는 구위가 좋아서 타자들과 붙을 수 있지만 시즌 중간에 위기가 올 거라고 본다. 그때 잘 풀어나가는 게 내게 주어진 숙제다"라고 덧붙였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