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가 프리미어리그(PL) 4연패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1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3-24시즌 PL 30라운드에서 0-0으로 비겼다.
앞서 리버풀이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을 상대로 승리하면서 승점 3점을 추가했기 때문에 우승 경쟁을 벌이는 세 팀의 순위는 30라운드 이후 바뀌었다. 리버풀이 승점 67점이 되어 1위로 올라갔고 아스널이 승점 65점으로 2위, 승점 64점인 맨시티가 3위다.
이날 맨시티는 아스널을 상대로 무려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홈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는 팀인 아스널을 압도하는 공 점유율을 기록했다는 건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맨시티는 아스널이 쌓은 촘촘한 수비벽을 뚫지 못해 득점에 실패했다.
아스널은 아예 무승부를 생각하고 원정을 온 팀처럼 플레이했다. 기존에는 골키퍼부터 시작되는 후방 빌드업을 통해 공격을 전개했지만, 맨시티전에서는 후방에서 전방으로 공을 길게 차는 걸 아끼지 않았다. 다비드 라야 골키퍼의 킥은 빌드업보다 위기를 넘기기 위한 걷어내는 동작에 가까웠다.
또한 아스널은 맨시티의 공격을 끊기 위해 높은 위치에서 서슴없이 파울을 시도했다. 아스널은 이 경기에서 20회의 파울 기록을 남겼다. 맨시티(8회)와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기록이었다.
맨시티는 예상과 달리 수비적인 전술을 가져온 아스널을 상대로 고전했다. 몇 차례 기회가 있기는 했으나 이날 맨시티는 슈팅 5회 중 단 한 번만을 유효슈팅으로 연결했다.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제레미 도쿠와 잭 그릴리쉬를 비교적 이른 시간 투입했으나 바뀐 것은 없었다.
결국 맨시티는 우승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홈 경기에서 승점 1점만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분노와 실망감이 뒤섞인 얼굴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경기 후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신들이 아스널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면서 이제 리버풀과 아스널이 이번 시즌 PL 우승팀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전무후무한 PL 4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맨시티였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실패하더라도 이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제 리버풀이 첫 번째 우승 후보다. 두 번째는 아스널이고, 우리는 세 번째다. PL 우승은 우리의 손에 있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애스턴 빌라를 상대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맨시티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 역시 "이제 우리는 스스로가 아닌 리버풀과 아스널에 의존해야 한다. 우리는 두 팀과 다시 만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두 팀이 승점을 떨구길 바라고, 우리가 치르는 경기에서 승리하도록 해야 한다"라며 과르디올라 감독의 의견과 같은 말을 했다.
최근 우승 포기 발언을 한 토마스 투헬 감독과 비교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말이다.
투헬 감독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전이 끝난 뒤 독일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레버쿠젠의 우승을 축하한다"라며 사실상 이번 시즌 우승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감독의 말은 내용 면에서는 같은 이야기지만,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나 달랐다. 물론 맨시티와 바이에른 뮌헨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나 감독이 미디어에서 어떻게 말하는지에 따라 팀의 사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두 감독의 사례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