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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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출연료, 이젠 회당 10억 소리"…제작비 상승 악순환

기사입력 2024.01.25 10:31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드라마 제작비 상승으로 인한 제작 산업 위기에 협회가 목소리를 냈다.

사단법인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이하 협회)는 25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던 드라마 산업의 위기 문제와 해결 방법에 대해 논의한 간담회 내용을 공개했다.

협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드라마 제작비가 수직으로 상승하면서 방송사가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광고 수입의 급감, 국내외 시장 상황에서 제작비 회수가 더욱 어려워진 상태라고. 이에 따라 방송사들이 저마다 드라마 편성 시간을 축소시키면서 한국의 드라마 경쟁력조차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제작사들이 결국 높은 제작비를 감당해 낼 수 있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에 기대게 되고, OTT 플랫폼의 높은 출연료가 책정 기준이 되면서 국내 다른 방송사나 플랫폼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제작사와 스튜디오들의 제작 능력은 위축·약화됨으로써 드라마 제작 산업의 악순환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이날 드라마 업계 현안 간담회는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 플랫폼 관계자들이 모여 발언했다. 특히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주연급 출연료 인상으로 인한 총제작비의 상승 문제와 그에 따라 발생하는 제작완성도 저하 등, 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되면서 해결책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드라마 제작의 위축은 필연적으로 K-콘텐츠의 중심축인 한국방송영상산업의 위기로 이어지는 만큼, 총제작비 상승 문제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

한 방송사 참석자는 "수없이 많은 일을 하면서 여러 협상의 과정에서 늘 생기는 문제가 연기자 출연료인데, 주연은 이젠 억소리가 아니라 회당 10억 소리가 현실이고, 이젠 어떠한 자구책을 찾아야만 할 때가 왔다"며 "줄어든 편성을 놓고, 제작사들이 그나마 편성이 용이하게 담보되는 연기자들의 요구대로 회당 수억 원을 지불해가며 제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으며, 이는 또다시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현 드라마 제작 실태를 전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일부 스타 연기자들이 계약 시 방송이 나갈 플랫폼을 미리 한정하고, 현장에서 대본을 바꾸는 것도 비일비재하며, 감독을 교체하는 등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제작사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며 "제작사와 방송사가 드라마 판을 키웠지만 제작사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배우들만 그 과실을 가져가는 게 아닌가 하는 답답함이 있다. 매니지먼트사와의 협상이건 정책 수립이건 시급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최근 작품을 준비하면서 배우들의 캐스팅을 진행했는데 회당 출연료를 4억원, 6억5천만원, 7억원을 불렀다. 요즘 출연료 헤게모니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며 합리적이고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출연료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높은 출연료를 받아도 스타가 있는 작품은 2배 이상의 구입 제의가 오는 것을 보면서 무작정 출연료가 적은 배우를 쓸 수도 없다는 게 뼈아픈 현실이지만, 방송 플랫폼 관계자분들이 이런 부분들을 감안하여 스타 배우가 없어도 좋은 작품이라면 편성에 힘을 실어주어 업계가 깊은 악순환 고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출연료 지급 방식의 또 다른 의견으로는 제작 편수와 상관없이 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도 거론됐다. 회당 출연료를 회차로 지급할 게 아니라 총 촬영 일수, 촬영 시간 등으로 출연료를 지급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이어 "출연료 협의를 하다 보면 방송과 OTT의 출연료 차이가 크게 난다. 방송에선 4백만원 받는 배우가 OTT에선 1천5백만원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출연료 구조를 볼 때 5천만원 이하의 배우가 10% 인상을 한다 해도 5백만원으로 심히 부담되지는 않겠지만, OTT로 넘어가면서 배로 뛰고, 다시 줄어들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본부장은 "회당 제작비가 12억에서 15억씩 되고 있는데 솔직히 출연료를 3천만에서 4천만원씩 올려 주는 건 힘들다. 문제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이 정도 금액에도 성사되었던 배우들이 지금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편성 개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내년에도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참석자는 "회당 제작비가 15억 이상 들 때가 많아 향후 하향 조정이 필요하며, 배우, 작가, 제작사, 플랫폼이 연합된 힘으로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유명 배우를 캐스팅해야 편성도 쉽고 해외 수출도 잘되므로 그러한 배우들만 개런티가 올라가고 그 배우들한테만 목매게 되는 것 같다. 대부분 사업성 있는 배우들만 찾는 건 알지만 다른 배우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캐스팅 면으로도 폭을 넓혀봐야 할 거 같다"고 톱스타를 쓰지 않고도 성공하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다른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지금 만들고 있는 작품도 2년간의 오디션을 통해 훌륭한 연기자를 찾아내고 기용하였으나 시사회 후,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에도 불구, 단지 스타 배우가 주인공이 아니어서 마케팅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매 가격을 터무니없이 낮추는 너무나 큰 현실의 벽이 존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정부의 IP 보유 권장 정책하에 선제작하는 작품의 편수가 과거 2년 동안 크게 늘었으나 방송사의 상황 악화로 인해 제작을 다 마치고도 표류하고 있는 작품이 20편 가까이 되며, 이에 약 3천억원 정도가 잠겨있다고 하는데 이는 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가져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심각성을 알렸다. 

사진=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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