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과거 첼시에서 활약했던 나이지리아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이 아프리카 후배들이 자신처럼 가족의 무분별한 돈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을 조언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18일(한국시간) "미켈은 일부 아프리카 축구 선수들이 가족들에게 재정 지원을 하지 않으면 위협 받는다는 주장을 했다"고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미켈은 아프리카 선수 특유의 강인한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프리미어리그 강호 첼시에서만 무려 10년을 뛰며 372경기를 소화했다. 나이지리아 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아 A매치 89경기를 뛰었다.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잔뼈가 굵은 미켈은 2021년 현역 은퇴를 선언하면서 그라운드를 떠났는데,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전드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의 팟캐스트 방송 '리오 퍼디낸드 프레센츠 파이브'에 출연해 아프리카 선수들이 겪는 비극에 대해 입을 열었다.
매체에 따르면, 미켈은 "아프리카에서 왔다면 내가 번 돈은 나의 것이 아니다. 우리에겐 친척과 사촌 등이 있다"라며 "만약 내 여동생이나 누나가 어떤 남자와 결혼을 한다면, 그 남자는 미켈의 가족이 되기 위해 결혼한다. 그러면 그는 '내 인생은 유복해졌다'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여동생한테 돈을 주면, 그 돈은 여동생 남편한테 간다. 이처럼 내가 번 돈은 내게 아니다"라며 "월급을 받아 누구에게 얼마씩 줘야 할지 나누다 보면 어느새 난 그들보다 더 적은 돈을 받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또 "심지어 그들은 아이도 많이 낳는다.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누구인지 물으면 그들은 당신을 찾고 있을 것"이라며 가족들의 지원 요구는 끊이지 않을 거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만약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가족들은 언론사에 찾아갈 거라는 신호를 준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자신의 피로 위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아프리카 출신이 겪는 씁쓸한 현실을 설명한 셈이다.
미켈은 유럽에 진출한 아프리카 출신 후배들이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선 단호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켈도 가족들의 끝없는 재정 지원에 지쳐 5년 전부터 돈을 보내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건 문화다. 그들은 선수들이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라며 "젊은 아프리카 선수들 대부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유럽에서 활약하며 명성을 떨친 아프리카 선수들 중 가족들의 무분별한 요구로 부모 형제와 불화를 겪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과거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토트넘 홋스퍼 등에서 뛰었던 토고 공격수 엠마누엘 아데바요르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토고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아데바요르는 현역 기간 내내 돈만 원하는 가족들과 갈등을 빚었다. AS모나코에서 뛸 때는 동생들이 목에 칼까지 겨눴다며, 자살 충동을 수차례 느꼈다고 고백했다.
미켈의 대표팀 후배이자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동료였던 나이지리아 공격수 빅터 오시멘(SSC나폴리)도 최근 여동생의 남편과 금전 문제로 법정 싸움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시멘의 매제 오시타 오콜로는 오시멘이 2020년 LOSC릴에서 나폴리로 이적했을 때 에이전트와 함께 이적 작업을 도왔다며 수수료 50만 달러(약 6억4800만원)를 요구했지만, 오시멘이 이를 들어주지 않자 처남을 고소했다.
사진=AP, EPA, PA Wire/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