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잉글랜드 1부리그 최장수팀 에버턴이 시즌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승점이 무려 10점이나 삭감되면서 강등 공포가 엄습했다.
프리미어리그는 17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독립위원회는 프리미어리그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정(PSR)을 위반한 에버턴한테 즉시 승점 10점 삭감을 부과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PSR 규정(Profitability and Sustainability Rules)에 따라 모든 프리미어리그 클럽은 매년 규칙 준수 여부를 평가 받는다. 일반적으로 클럽의 최근 3년간 발생한 세전 이익 합계를 계산해 평가하는데, 만약 해당 기간 동안 1억 500만 파운드(약 1687억원)를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규정 위반으로 조사 및 처벌을 받게 된다.
위반 정도에 따라 위원회는 벌금이나 승점 삭감 등 스포츠 제재를 줄 수 있디. 위원회는 지난 3년간 발생한 에버턴 손실이 너무 막대하다는 판단 하에 승점 삭감이라는 중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프리미어리그는 "우리는 에버턴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했으며, 올해 초 이 사건을 독립위원회에 회부했다"라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에버턴은 2021/22시즌이 끝나는 기간에 PSG 규정을 위반했다는 걸 인정했지만 위반 정도에 관해선 여전히 논쟁이 여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5일간 진행된 청문회에서 위원회는 에버턴이 해당 기간 동안 1억 2450만 파운드(약 200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프리미어리그가 설정한 허용 기준인 1억 500만 파운드를 초과한 수치로, 위원회는 승점 10점 삭감 형태의 스포츠 제재가 부과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해당 제재는 즉시 효력을 갖는다"라고 전했다.
징계가 발표되기 전 에버턴은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2경기 동안 승점 14점(4승3무5패)을 벌어 14위에 위치했다. 여기서 10점이 삭감된다면 현재 리그 최하위 번리(승점 4·1승1무10패)와 동률이 되는데, 득실차에서 앞서 에버턴은 무려 5계단 밑인 19위로 내려가게 된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고 시즌 종료까지 26경기나 남아 있기에, 잔여 경기에서 승점을 충분히 쌓는다면 잔류에 성공할 수 있다. 또 최근 에버턴은 리그 5경기에서 3승1무1패를 거두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유일한 패배는 지역 라이벌이자 프리미어리그 강호 리버풀한테 0-2로 패한 경기이다.
그러나 승점 10점이 차후 강등 여부를 둔 순위 경쟁에서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기에 에버턴 팬들과 구단은 침울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징계에 앞서 에버턴이 천문학적인 적자로 인해 승점이 삭감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영국 유력지 '텔레그래프'는 지난달 25일 "에버턴은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기록하면서 프리미어리그로부터 승점 12점 삭감을 받을 수 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에버턴이 엄청난 재정 손실을 보게 된 원인으로 코로나19 유행이 지목됐다. 전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19로 인해 에버턴은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를 무관중으로 보내 관중 수입이 전무하면서 1억 300만 파운드(약 1629억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실이 계속 누적됐던 에버턴은 선수 방출로 적자를 최대한 메꾸고자 했다.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풀백인 뤼카 디뉴를 2500만 파운드(약 401억원)를 받고 애스턴 빌라로 보냈고, 4년간 팀의 득점을 책임지던 브라질 공격수 히샤를리송도 토트넘 홋스퍼가 6000만 파운드(약 964억원)를 제의하자 내보냈다.
지난 1월엔 팀 내 최고 유망주이자 차기 프렌차이즈 스타로 성장할 거라고 기대를 모았던 2001년생 윙어 앤서니 고든까지 4500만 파운드(약 723억원)를 받고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보냈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 38경기 2골 8도움을 기록하며 잔류에 혁혁한 공을 세워 에버턴 올해의 선수로 뽑힌 나이지리아 미드필더 알렉스 이워비는 이적료 2200만 파운드(약 353억원)에 풀럼으로 이적했고, 2년 전 유벤투스로 임대를 떠난 이탈리아 공격수 모이스 킨이 완전 이적에 성공해 에버턴한테 이적료 2770만 파운드(약 445억원)를 안겨다 줬다.
거액을 받는 대가로 주축 선수들을 다 내보내면서 에버턴은 재정 손실 규정을 최대한 준수하려고 했지만, 손실액이 너무 크면서 끝내 징계 철퇴를 피하지 못했다.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최악의 상황인 승점 12점 삭감은 피했지만, 10점이나 사라지면서 올시즌도 힘겨운 강등 경쟁을 펼치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에버턴이 끝내 승점이 10점이나 삭감되면서 팬들은 다음 시즌 에버턴을 프리미어리그에서 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잉글랜드 1부리그에서 최장 기간 잔류한 팀으로 알려진 에버턴은 지난 시즌 72년 만에 2부리그로 강등될 위기에 처했다. 최종전까지 잔류 경쟁을 펼친 에버턴은 2022/23시즌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 본머스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17위로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다. 에버턴이 잔류에 성공함에 따라, 레스터 시티, 리즈 유나이티드, 사우샘프턴이 2부로 내려갔다.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한 에버턴은 새 시즌이 시작된 후 5경기 연속 무승(1무4패)을 기록하면서 강등 후보 1순위로 꼽혔지만, 6라운드 브렌트퍼드전에서 3-1 승리를 시작으로 7경기에서 4승1무2패를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11월 A매치 휴식기 도중 전해진 승점 삭감 소식은 상승세를 달리던 에버턴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무려 73년 연속 잔류에 성공해 잉글랜드 1부리그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에버턴이 올시즌 승점 삭감이라는 최대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최장수팀 자존심을 걸고 팬들과 선수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PA Wire, AP/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