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손흥민과 함께 토트넘 홋스퍼 황금세대를 지탱했던 '방탕한 천재' 델레 알리가 최근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0일(한국시간) "션 다이치 에버턴 감독은 팀 내에서 알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칭찬했다"라면서 "알리는 자신의 경력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팀에 대한 관찰 내용을 적극 공유하기 시작했다"라고 보도했다.
잉글랜드가 자랑하는 슈퍼스타였던 알리는 2014/15시즌 MK돈스에서 재능을 폭발시켰다. 리그 39경기에 출전해 16골9도움을 기록하며 차세대 미드필더의 탄생을 알렸다. 시즌 종료 후 토트넘으로 이적한 알리는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리그 33경기 10골9도움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2016/17시즌에는 '미들라이커'로서의 정점을 찍었다. 대선배 프랭크 램파드를 떠올리게 하는 천재성과 강력한 킥력, 탁월한 골 결정력으로 리그 37경기에 출전해 무려 18골 9도움을 기록했다. 중앙 미드필더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공격 포인트 수치였다.
알리는 손흥민,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함께 'DESK' 라인을 만들어 토트넘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2018/19시즌에는 토트넘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으로 이끌면서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이미 경기력에 기복을 보이고 있었던 알리는 급격하게 무너졌다. 2019/20시즌 리그 8골 4도움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낸 알리는 2020/21시즌부터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고, 2021/22시즌 겨울 에버턴으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에는 튀르키예 명문 베식타스로 임대됐으나 자기관리에 철저하지 못한 모습으로 선수단에서 제외되는 등 몰락했다. 심지어 이 기간 동안 독주와 담배 등을 즐겼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알리를 향한 시선이 바뀐 건 지난 7월 인터뷰 이후부터였다. 당시 잉글랜드 레전드 게리 네빌과 인터뷰를 진행했던 알리는 "난 6살 때 엄마의 친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엄마는 알코올 중독자였다"라며 "7살 때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8살이 되자 마약을 팔았다"라며 충격적인 과거를 밝혔다.
이어 "난 아버지와 함께 지내기 위해 아프리카로 보내졌으나 아버지가 사라져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다"라며 "12살 때 입양됐는데 새로운 가족이 내게 해준 거 이상을 바라서는 안 되지만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열지 못하고 항상 좋은 아이인 척해야 했다"라며 불안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불우했던 과거사가 밝혀지면서 동정 여론이 커졌다. 알리도 "튀르키예에서 돌아왔을 때 치료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정신적으로 안 좋은 상태였기에 정신 건강, 중독,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재활 시설에 가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히면서 정신적으로 회복하기 위해 스스로도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이러한 결정은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다이치 감독은 "알리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인터뷰 이후 알리는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빠르게 흡수했다"라면서 "아직 우리와 함께 경기장에 나갈 수 없지만 매일 관찰하고 있고, 나와 코칭 스태프들의 의견을 흡수하고 있다"라고 적극적인 알리의 반응에 흡족해 했다.
이어 "알리의 정신은 맑아졌다. 그가 겪고 있는 일은 매우 어렵다. 우리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알리는 기꺼이 자신을 공유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라면서 "팀과 뭔가를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연쇄 효과를 발생시킨다. 최근에 알리와 문자를 나눴는데 축구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정신이 분명했다. 스스로에 대해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 알리도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걸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알리가 축구에 대해 다시 진심이 됐다고 덧붙였다.
알리의 복귀는 그를 항상 지지했던 손흥민에게도 반가울 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침 토트넘과 에버턴은 12월24일 0시에 토트넘 홈구장에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치르기로 돼 있다. 크리스마스에 손흥민과 알리가 그라운드에서 재회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사진=PA Wire/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