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토트넘을 떠난 뒤 4년 만에 친정팀을 적장으로 찾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숨은 비화 하나를 공개했다.
변장하고 토트넘 홈구장에 가고 싶었다는 얘기가 그 것이다.
첼시는 오는 7일(한국시간) 오전 5시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서 2023/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토트넘을 6년간 지휘하다가 지난 2019년 11월 경질되고 홀연히 떠난 포체티노 감독이 상대팀 사령탑으로 찾는 첫 토트넘 방문이어서 시선을 모은다.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과 손흥민에 있어 잊을 수 없는 감독이다. 우선 토트넘엔 2013년 부임, 비교적 롱런한 끝에 2018/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성과를 냈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2015년 데려와 지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6년 손흥민이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느껴 독일 볼프스부르크로 떠나려 할 때 이적 직전 붙잡은 이 역시 포체티노 감독이다.
토트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이 야인 생활을 거쳐 상대팀 벤치에 앉게 된 셈이다.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전 사전 기자회견을 치른 지난 3일 회견장이 붐빈 것은 당연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이후 2020/21 시즌 도중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PSG)의 감독으로 부임해 리오넬 메시와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 등을 지도했으나 2년을 채우지 못하고 2021/22시즌 종료 후 경질됐다. 약 1년간 휴식기를 거친 뒤 지난 여름 첼시에 왔다.
첼시 훈련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이었지만 토트넘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부상 중인 첼시 수비수 리스 제임스 관련 질문이 끝난 뒤 3번째 질문부터 토트넘 얘기가 나왔다.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으로 돌아가는 것은 얼마나 특별한가"란 질문에 "매우 특별하다. 놀라운 추억을 함께 만들고 경험했던 곳으로 4년 만에 돌아가는 것은 정말 특별하다. 거짓말하지 않겠다"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4년 전 해고될 때 A매치 기간이어서 선수들과 인사도 나누지 못한 것을 두고는 "내가 구단을 떠날 당시엔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돌아가서 아직도 거기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매우 좋은 기회다. 흥분될 것 같다"며 웃었다.
다만 현재 몸 담고 있는 첼시에 대한 충성심 등을 표현하며 이기겠다는 마음 가짐은 잃지 않았다.
"(토트넘과의 경기가)내게는 행복한 날이지만 그것이 삶이고 첼시는 나아가야한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생길 수 있는 법이다. 우리가 역사를 쓰는 방법 또한 그러하다"고 밝힌 것이다.
토트넘의 우승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상대를 치켜세운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어떻게 멈춰 세울 생각인가"란 질문엔 "내가 센터백을 뛸 건 아니다"며 농담을 건넨 뒤 "우리 팀 수비수들이 막아야한다. 그가 환상적인 선수라는 것을 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 중 하나다. 그에게 좋은 밤이 되지는 않길 바란다"며 손흥민의 건투를 빌면서도 잘 막아내겠다는 생각도 전했다.
그러면서 토트넘을 잊지 못한 자신의 행동을 하나 소개했다.
사실 토트넘은 포체티노를 떠나보낸 뒤 좋지 않았다. 조세 무리뉴,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안토니오 콘테 등을 영입하며 트로피에 도전했으나 사실상 실패했다. 특히 지난 2022/23시즌엔 콘테 감독이 시즌 도중 줄행랑을 치면서 추락하기 시작해 8위에 그쳤다.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 홈구장을 위장하고 갈 생각을 했었다. 특히 코로나19로 모든 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닐 땐 나도 그럴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 만큼 자신의 감독 생활 첫 전성기 때 지도했던 토트넘과의 인연을 여전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토트넘 홈구장 원정팀 벤치에 처음 서게 될 포체티노 감독에게 팬들이 어떤 반응을 드러낼지 궁금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토트넘 SNS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