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영국의 스포츠 방송 진행자이자 축구 전문가로 활동 중인 리처드 키스가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에릭 턴하흐 감독을 비판했다.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영국 매체 '미러'는 "키스가 맨유 감독직이 턴하흐에게 너무 버거워보인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키스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서 "턴하흐는 선수단 지지를 잃었다. 턴하흐 전술은 통하지 않는다"며 "정말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막상막하였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턴하흐 감독의 라커룸 장악력 하락과 전술적 문제를 맨유 부진 원인으로 꼽았다.
턴하흐 감독은 지난 30일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경기서 지역 라이벌인 맨시티와 맞대결을 치렀다. 그러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막강했다. 0-3이라는 참혹한 성적으로 홈구장인 올드 트래퍼드에서 패배한 맨유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턴하흐는 다소 황당한 발언을 이어나갔다.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턴하흐는 "전반전만 놓고 보면 맨시티와 막상막하였다"며 전반전 경기력에 호평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맨유는 전반전 내내 제대로된 공격을 소화하지 못했다. 축구 통계 전문 플랫폼 '풋몹'에 따르면 맨유는 전반전 40%의 공 점유율을 보이며 기대 득점 지표(xG)에서 0.3만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맨시티는 지속적으로 공격과 압박을 가하며 이른바 '반코트' 경기를 펼쳤고 전반전의 맨시티의 xG값은 1.6에 육박했다. 맨시티가 전반에 1골 넣은 것이 오히려 아쉬웠다는 뜻이다.
키스는 "만약 정말로 턴하흐가 막상막하였다고 믿는다면 정신이 나간 것(delusional)"이라며 턴하흐 발언에 십자포화를 가했다.
게다가 턴하흐의 선수단 장악 능력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키스는 "양철 깡통같은 감독(tin pot tough guy)이 제이든 산초와의 어리석은 싸움에서도 패했고 중앙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를 중용하지 않다가 결국 다시 기용하기 시작했다"며 턴하흐가 선수단과의 알력싸움에서 지속적으로 패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얇은 양철 깡통과 같이 쉽게 휘고 구멍이 뚫리는 특성을, 선수단 장악에 실패하며 무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턴하흐에게 빗댄 것으로 보인다.
산초의 경우 턴하흐 명단 제외에 공개적으로 반발해 즉시 1군과 구단 고급 시설에서 제외되는 중징계를 받았지만 여전히 턴하흐에게 사과하고 있지 않다. 또한 매과이어는 지난 시즌 턴하흐가 부임한 이후로 부진에 시달리더니 출전 기회도 상실해 최종적으로는 주장 완장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매과이어 기용론'이 잉글랜드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기점으로 다시금 고개를 들자 턴하흐가 결국 매과이어를 다시 선발로 내보내고 있다.
키스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일관성 없고 무른 규율 유지는 필연적으로 선수단에서의 지지를 희생한다.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턴하흐에게 등을 돌렸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더불어 선수들의 얼굴에서 열의를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키스는 "선수들이 지루해보인다"며 "매번 똑같은 경기 후 강평을 들었을 것이고 매번 턴하흐 실수에 책임전가를 당하고 있다"며 "전술, 경기, 구단에서 새로운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지겨워보인다"고 비판을 가했다.
키스는 "마지막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을 거뒀던 네덜란드 감독을 얘기해보라"며 턴하흐의 실패는 이미 예정돼 있었다는 점을 암시하기도 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전통적으로 네덜란드 감독의 '무덤'으로 불렸다.
축구 전문 매체 '포포투'가 2022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네덜란드 감독이 리그 우승을 거둔 적은 없다. 대표적인 네덜란드 출신 감독으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맨유를 이끈 루이 판 할,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토트넘 홋스퍼를 이끈 마틴 욜 모두 경질당하며 실패를 겪었다. '명장' 거스 히딩크 또한 첼시에서 소방수 역할로 무너져가는 첼시를 보강하고 FA컵 정상에도 올랐으나 리그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턴하흐 입지가 매우 좁아지는 가운데 턴하흐 또한 선배 감독들처럼 경질의 행보를 밟을지, 혹은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맨유를 영광으로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