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유준상 기자) 지난해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KT 위즈는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21년에 비하면 기대보다 순위가 낮았지만, 선수들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시즌이었다.
다만 문제는 체력이었다. 시즌 막바지까지 이어진 순위 경쟁에 선수들은 다소 지친 상태로 포스트시즌에 돌입했다.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리 이후 준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2승3패를 기록하며 그대로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팀은 탈락했으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한 선수는 존재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박병호, 그리고 앤서니 알포드였다. 두 선수는 키움과의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19타수 10안타 타율 0.526 1홈런 3타점, 20타수 8안타 타율 0.400 1홈런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알포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3타수 2안타 1볼넷 1도루로 3출루 활약을 펼친 데 이어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정규시즌(80경기 283타수 81안타 타율 0.286 14홈런 50타점)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덕분에 시즌이 끝난 뒤 KT와 재계약을 체결, 1년 더 KBO리그 무대를 누비게 됐다.
한국에서 보낸 첫 풀타임 시즌, 알포드의 올해 성적은 133경기 491타수 142안타 타율 0.289 15홈런 70타점이었다. 수치상으로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으나 경기 수를 감안하면 분명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원인은 '기복'이었다.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의 차이가 컸다. 알포드는 4월 한 달간 22경기 87타수 32안타 타율 0.368 3홈런 10타점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5월 들어 22경기 71타수 15안타 타율 0.211 2홈런 10타점으로 부진에 시달렸다. 6월 15경기 60타수 22안타 타율 0.367 1홈런 6타점으로 반등하는 듯했지만, 7월 19경기 74타수 15안타 타율 0.203 3홈런 15타점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8월과 9월 이후의 성적을 비교해도 흐름이 비슷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 시즌을 완주한 건 다행이지만, 이제는 알포드가 팀의 신뢰에 부응해야 할 때다. 그나마 플레이오프에서 만나는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기분 좋은 기억이 많다는 건 고무적이다. 올 시즌 NC전 성적은 16경기 59타수 19안타 타율 0.322 4홈런 14타점으로, 창원NC파크 원정으로 범위를 좁히면 7경기 28타수 11안타 타율 0.393 1홈런 6타점이었다.
특히 알포드는 1차전 선발로 나서는 NC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다. 8타수 5안타 타율 0.625 2홈런 4타점 1볼넷 1도루 OPS 2.042로 팀 내 타자들 중에서 페디를 가장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쿠에바스를 선발로 내세워 1차전 기선제압을 노리는 KT가 알포드의 활약 여부를 주목하는 이유다.
누구보다도 알포드의 활약을 바라는 사람, 바로 사령탑이다. 2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팀 훈련을 지켜본 이강철 KT 감독은 취재진으로부터 올 시즌 페디와 알포드의 맞대결 성적을 들은 뒤 "지난해 가을에도 매우 잘했다. 그것 때문에 재계약을 한 것 아닌가. (포스트시즌엔)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길게 얘기한 건 아니지만, 이 감독은 알포드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더구나 팀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강백호가 부상으로 이탈한 만큼 기존 타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1년 전 가을처럼, 알포드의 방망이는 뜨겁게 달아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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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