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한국 남자 높이뛰기의 간판 우상혁(27·용인시청)이 중국 항저우에서 '금빛 도약'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세계 최고의 점퍼 무타즈 바르심(32·카타르)을 상대로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해 뛴다.
우상혁은 4일 저녁 8시(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경기장(Hangzhou Olympic Sports Centre)에서 열리는 2022 항저우 아시아게임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승전에 출전한다.
우상혁은 앞서 지난 2일 열린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 출전해 2m15를 넘고 가뿐하게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튿날 휴식과 함께 가벼운 훈련을 소화했고 4일 드디어 금메달이 걸려있는 결승 무대를 밟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는 총 17명이 출전했다. 2m26을 넘게 되면 결승 진출권이 우선 부여되는 시스템이었다. 2m26을 넘기 전 상위 12명의 선수가 결정되면 이 12명이 그대로 결승에 오르기로 했다.
하지만 예선에서는 2m26에 한참 모자라는 2m10에서 결승 진출자 12명이 가려졌다. 우상혁은 예선 B조에 출전해 2m15를 실전이 아닌 훈련처럼 가볍게 넘어섰다.
우상혁은 실내 2m36, 실외 2m35의 한국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예선은 우상혁 입장에서는 몸 상태와 컨디션을 점검하는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우상혁은 예선을 마친 직후 "보통 예선이 없는 대회가 많은데 아시안권에서 육상 높이뛰기가 최근 너무 강해졌다"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예선부터 치르게 됐지만 그래도 편하게 결승전을 준비하게 됐다. 예선전은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뛰었다"고 웃었다.
우상혁은 이번 항저우 대회가 개인 통산 세 번째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10위에 오르며 값진 경험을 쌓았다. 당시 우상혁의 기록은 2m20이었다.
우상혁은 4년 후 크게 성장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2m28을 넘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왕위의 기록 2m30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우상혁 입장에서는 은메달을 따고도 내심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우상혁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아쉬움은 딱히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기력을 발휘했던 것 같고 악착같이 뛰었다"며 "이제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나름대로 노하우도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5년 전에는 내가 너무 금메달만 의식해서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당시 대회 기간 내내 (아시안게임 선수촌) 방안에만 있었다. 마음이 무거우니까 내가 원하는 기술,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며 "높이뛰기는 힘을 빼는 게 중요하다. 고수들의 기술인데 지금도 어렵지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더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우상혁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발전을 멈추지 않았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2m35를 넘고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입상권 진입에 한 뼘이 모자랐지만 우상혁은 큰 자신감을 얻었다. 세계 무대에서도 주목하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2022년 베오그라드 세계실내선수권대회에서 2m34를 넘고 우승을 차지하며 '월드 클래스'로 우뚝섰다. 유진 실이 세계선수권에서도 2m35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고 올해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도 2m35를 뛰어넘으며 정상에 올랐다.
우상혁은 기세를 몰아 항저우 아시안게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겨냥하고 있다. 한국 남자 높이뛰기는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이진택이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2006 도하,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다.
우상혁이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서는 현역 'No.1' 점퍼 바르심과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바르심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m19를 한 번에 넘고 전체 1위로 결승에 올랐다.
바르심은 세계선수권 3연패, 도쿄 올림픽 공동 금메달 등 현역 남자 높이뛰기 선수 중 누구보다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아시안게임도 2010 광저우, 2014 인천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며 그동안 아시아권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발목 부상으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던 가운데 항저우에서 또 하나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추가하려고 한다.
언론에서는 우상혁과 바르심의 라이벌 구도를 부각하고 있지만 정작 두 사람은 굉장한 '절친'이다. 비록 언어가 100% 통하지는 않지만 숱한 국제대회에서 함께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쌓인 정은 돈독하고 단단했다.
우상혁은 바르심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높이 뛰기 예선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마주치자마자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 촬영을 하는 등 짧게나마 승부의 세계에서 벗어나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우상혁은 "이번 아시안게임 예선전은 바르심 선수와 서로 조가 달라 함께 뛰지 못했다"며 "그래도 경기장에서 마주쳤을 때 바르심이 내게 다가와 이번 다이아몬드리그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고 웃었다.
바르심은 올해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 출전하지 않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초점을 맞춰 몸 컨디션을 조절하고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바르심 스스로 "나는 이미 3번이나 다이아몬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에는 욕심 내지 않고 아시안게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바르심은 우상혁을 "라이벌이자 친구"로 표현했다. 높이뛰기 선수들 사이에는 유대감이 생기기 마련인데 우상혁의 경우 같은 아시아 선수라는 점에서 "더 다른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예선전을 마치고 우상혁과 결승전에서 잘 뛰어보자고 했다. 우상혁은 우리 대륙(아시아)과 조국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며 "아시아 육상이 세계로 나아가려면 아시안게임 자체가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르심은 그러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나는 높이 뛸 것이다. 누구보다 높게 뛰는 게 내가 뛰는 모든 경기에서 목표다. 개인 최고 2m36은 물론 2m40까지 노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상혁을 향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바르심은 "당연히 내가 이기고 싶지만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는 나와 우상혁 중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다. 아시아 선수인 우상혁이 세계적인 레벨로 올라와 기쁘다"고 덧붙였다.
사진=중국 항저우, 엑스포츠뉴스/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