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삼성 하우젠컵 2006 경기에서 총 7골이 터진 가운데 포항이 후반 45분에 터진 박원재의 결승골로 하우젠컵 1위 서울에 4-3으로 이겼다. 이것으로 6경기동안 이어져 오던 서울의 무패행진도 끝나는 순간이었다.
8,145명이 입장한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비록 관중수는 예전보다 적었지만, 모처럼 화끈한 골잔치를 볼 수 있어 그 어느때 보다도 열기는 뜨거웠다.
먼저 선취골을 넣은 것은 서울의 '샤프' 김은중이었다. 전반 25분 아디가 패스한 것을 김은중이 골지역 내 왼쪽에서 절묘하게 왼발로 슛팅하자 볼이 포항의 골문 오른쪽으로 향했다. 마치 옆 포스트 바깥으로 나갈것 같았던 공은 그대로 골문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공이 나간줄로만 알았던 포항의 정성룡 골키퍼는 어리둥절하게 앉아서 실점을 당했다.
어이없게 선취골을 내주자 포항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황진성과 최전방의 엔리끼를 앞세워 서울의 수비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특히 양팀은 치열한 공격전을 펼치면서 수비에 치중하기 보다는 공격에 치중하는 '공격축구'를 선보였다.
전반이 끝나가던 무렵, 공격적인 경기답게 포항에서 동점골이 터졌다. 전반 44분에 오범석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올려준 패스를 움직임이 좋았던 황진성이 그대로 헤딩으로 연결하면서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전반을 1-1로 마무리한 양팀은 승리에 대한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후반전에 돌입했다. 서울은 후반 4분에 히칼도와 김은중을 빼고 심우연과 한동원을 투입해 경기 분위기를 가져 오고자 했다. 그러나 후반 8분 포항은 거센 서울의 수비에도 불구하고 골을 터뜨렸다. 공격수 프론티니가 페널티 지역 안에서 땅볼로 엔리끼에게 패스를 했고, 엔리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강렬한 오른발 슛팅을 하면서 서울의 골문을 갈랐다.
실점을 당하자 FC서울 선수들의 눈빛에서는 독기가 올랐고, 더욱더 공격에 집중을 했다. 그러자 후반 14분 '패트리어트' 정조국이 골지역 정면에서 땅볼 패스한 것을 수비수 곽태휘가 골지역 왼쪽에서 왼발로 슛팅 하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곽태휘의 골은 귀중한 동점골이기도 했지만 FC서울 구단의 역사적인 통산 1000호골이기도 해 그 의미는 더 컸다.
2-2 동점 상황이 되자 경기는 더욱더 재미 있어지기 시작했다. 양팀은 서로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더욱더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후반 25분이 되자 승리의 여신은 다시한번 포항에게 미소를 보내는 듯 했다. 서울의 수비의 핵 김한윤이 퇴장을 당하자 수적인 열세에 있었던 서울은 후반 25분 페널티킥을 내주게 된다. 그러자 이미 골맛을 봤던 엔리끼가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 시키면서 다시 3-2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후반 40분이 넘어가자 승리가 포항쪽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에서 서울의 대반격이 시작되었다. 후반 43분 김치곤이 중앙선 부근에서 길게 크로스를 올리자 이를 골지역 왼쪽에 있던 미드필더 한태유가 헤딩으로 패스를 했고, 이것을 오른쪽에 있던 장신 공격수 심우연이 오른발로 슛팅을 하면서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어 낸 것이다.
3-3 동점 상황이 되자 서울은 비록 비겼지만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위기속에서 8000여명의 관중과 함께 열광을 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경기가 이 상태로 종료될것 같았던 후반 45분. 무서운 속도로 서울 문전을 향해 돌진하던 포항은 골을 기록했던 황진성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패스 올린 것을 박원재가 정확하게 헤딩으로 연결하면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결국 경기는 4-3 포항의 승리로 끝나면서 서울은 단독 1위 자리를 유지했고, 포항은 7위 자리를 차지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주심의 미숙한 판정과 경기진행으로 인해 경기가 길게 지연이 되는 등 관중들로부터 적지 않은 야유를 받았으며, 전 청소년 대표팀 감독이었던 박성화 감독이 경기를 관전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