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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가동 72분 만에 증명…손흥민, '해트트릭 폭발'로 토트넘 새 해결사 곧장 입증

기사입력 2023.09.04 06:51 / 기사수정 2023.09.04 06:52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에 새로 부임한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해리 케인 대체자를 뽑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손흥민의 보직 변경이 가장 강력한 대안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9년 토트넘이 유럽 무대를 휘저을 때 중심에 섰던 '손톱' 전술이 4년 만에 돌아왔다.

손흥민은 지난 3일 영국 번리 터프 무어에서 끝난 번리와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 한 골, 후반 두 골을 터트리며 해트트릭을 폭발했다.

1~3라운드에서 왼쪽 날개로 뛰었던 손흥민은 이날은 4-3-3 포메이션에서 중앙 공격수로 보직 변경해 뛰었다. 중앙 공격수로 자신이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손흥민은 전반 16분 1-1을 만드는 동점골을 뽑아낸 것에 이어 후반 18분엔 4-1로 훌쩍 달아나는 쐐기골을 넣었다. 그리고 후반 21분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토트넘에 5-1 리드를 안겼다.

토트넘은 새 시즌 앞두고 케인의 대체자 찾기 과제를 떠안았다. 지난 10년간 토트넘 부동의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았던 케인이 지난 12일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30살이 넘은 케인을 보내면서 180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챙겼으나 그의 빈 자리 메워야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토트넘에서 원톱을 보기 시작한 케인은 지난 시즌까지 10년간 토트넘에서 프리미어리그 317경기 213골을 터트렸다.





시즌마다 20골 이상씩 넣었다는 뜻이다. 지난 시즌 안토니오 콘테 감독 체제에서는 30골 터트렸기 때문에 그의 부재를 토트넘에 심각한 득점력 부족을 부를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토트넘은 새 선수를 찾아헤매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케인의 빈 자리를 어렵지 않게 메우는 모습이다. 측면에서 뛰던 손흥민이란 또 다른 걸출한 공격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번리전에서 브라질 국가대표 공격수 히샤를리송을 벤치로 밀어내고 손흥민을 그 자리에 세웠다. 히샤를리송이 지난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에서 무득점에 그쳤고 지난달 30일 리그컵 풀럼전에서 골을 넣었음에도 공격에 실수가 많았던 점을 고려해 손흥민의 보직 변경을 단행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최근 히샤를리송을 가리켜 "볼을 너무 자주 잃어버린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토트넘은 2연패를 기록 중이던 번리에 전반 4분 만에 상대 라일 포스터에 역습 상황에서 실점,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원톱 손흥민 팀을 위기에서 일찌감치 구해냈다. 전반 16분 오른쪽 수비수 페드로 포로가 롱킥을 전방에 뿌렸고 이를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 두 명 사이에서 잡아 반대편에서 달려들던 왼쪽 날개 마노르 솔로몬에게 내줬다. 이어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오른쪽 빈 곳을 찾아들어가마 솔로몬이 다시 리턴 패스를 내줬다.

그리고 손흥민이 축포를 터트렸다. 번리 선수 2명이 솔로몬을 마크하느라 손흥민은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았다. 이 때 강슛이 아닌 오히려 박자를 살짝 늦춰 상대 골키퍼 타이밍을 빼앗은 뒤 오른발 로빙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슛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느릿느릿 홈팀 골문을 출렁인, 감동적인 골이었다.





손흥민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역전골, 후반 9분 제임스 매디슨의 추가골을 묶어 소속팀이 3-1로 앞선 상황에서 두 골을 쾅쾅 폭발하며 터프 무어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손흥민은 후반 18분 토트넘의 왼쪽 측면 공격 때 솔로몬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횡패스를 뿌리자 순간 스피드를 발휘해 오른발 강슛으로 번리 골문을 다시 한 번 흔들었다.

이어 3분 뒤엔 왼발 슛으로 해트트릭 대미를 장식했다. 포로가 반대편을 보고 패스한 것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잡아 통렬한 왼발 슛으로 쏘고 환호했다.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는 지난해 9월18일 레스터 시티전 이후 1년여 만이다. 당시에도 긴 골 침묵에 시달리다가 교체투입된 뒤 해트트릭을 뽑아내며 무력 시위를 펼쳤는데 이번 번리전에서도 한 경기 3골로 1~3라운드 맹활약 속 무득점 비판을 일축했다.

아울러 프리미어리그에선 통산 4번째, 잉글랜드 무대 전체로 넓히면 통산 5번째 해트트릭을 폭발했다. 손흥민은 앞서 지난 2020년 9월20일 사우샘프턴전에서 한 경기 4골을 몰아치며 프리미어리그 첫 해트트릭은 물론 '포트트릭'까지 작성했다. 이어 2022년 4월9일 애스턴 빌라전, 같은 해 9월17일 레스터 시티전에서도 각각 해트트릭을 일궈냈다. 번리전에서 약 1년여 만에 한 경기 3골을 재현했다.




이날 골로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통산 106호골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통산 득점 30위가 됐다. 이날 첫 골로 첼시의 레전드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와 104골 동률을 이룬 손흥민은 두 골을 더 넣으면서 30위인 대런 벤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다음 타깃인 29위는 107골을 넣은 맨유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폴 스콜스다.

사실 '손톱' 전술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처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과거 케인이 부상으로 주춤했을 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전 감독이 손흥민을 보다 전방으로 이동시키는 전술로 효과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케인은 2019년 1월 부상으로 한 달간 결장하는 등 2018/19시즌 후반기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출전 기회가 예전 만큼 많지 않았다. 이 때 케인의 빈 자리를 메운 선수들이 손흥민과 브라질 공격수 루카스 모우라였다. 특히 손흥민은 케인이 빠진 2018/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맨체스터 시티와의 1~2차전에서 총 3골을 넣으며 토트넘이 거함을 물리치고 4강, 더 나아가 아약스까지 이기고 결승에 오르는 중심 역할을 했다.

이 때도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모우라와 투톱으로 놓아 중앙 공격수로 변신시키는 승부수를 걸었는데 보란 듯이 적중했다. 맨시티와 두 경기에 외에도 손흥민은 케인이 빠질 때마다 가운데서 맹공을 펼치며 득점을 제법 쌓았다.




지난 여름 토트넘에 부임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를 아는 듯 프리시즌부터 '손톱' 전술로의 변신을 구상했고 히샤를리송이 부진하자 이를 전격적으로 단행해 첫 경기부터 톡톡한 재미를 봤다. 앞서 1~3라운드에서 플레이메이커로 맹활약했음에도 공격포인트 작성에 아쉬움이 있었던 손흥민도 새 사령탑 기대에 부응하듯 골 본능을 마음껏 쏟아냈다. 후반 27분 히샤를리송과 교체아웃되면서 원정 온 토트넘 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손톱이 케인의 대안임을 알린 무대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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