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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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사건' 집합소로 자리잡는 대구구장

기사입력 2011.06.25 09:40 / 기사수정 2011.06.25 09:40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대구구장은 정말 특별하다.

1948년에 지어져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야구장으로 꼽히는 대구구장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만큼 유서 깊은 무언가가 스며들어있기 때문일까. 애석하지만 그건 아니다. 대구구장이 특별한 이유는 잊을만하면 생기는 황당 사건 때문이다. 사실 알고 보면 대구구장만큼 황당 사건이 많이 접수된 곳도 드물다.

▲ 위험한 3분의 침묵

투수가 볼을 한번 던질 때마다 장내 아나운서가 큰 소리로 방송을 했다. 관중은 응원을 하다 말고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에 귀 기울이느라 대구 구장 자체가 순간적으로 조용해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단 3~4분이었지만 대구 구장에 모인 팬들은 모상기의 볼 카운트 진행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이유는 바로 대구구장 전광판이 갑자기 꺼졌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랬다. 24일 대구 삼성-넥센전. 4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모상기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런데 볼카운트 0-2서 넥센 선발 문성현이 3구째를 던지는 순간 갑자기 대구구장 전광판이 OFF됐다. 모상기는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고, 전광판에 불이 나간 지 약 3분만인 신명철 타석 때 원상복구가 됐다. 그러나 대구구장에 모인 팬들은 밤 8시 3분부터 8시 6분까지 3분간 원인 모를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엔 지난 4월 16일 대구 두산전 정전 사태만큼 큰 사건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당시 메인 변압기 고장으로 왼쪽 외야 조명탑이 1시간 이상 복구가 되지 않자 이튿날 서스펜디드 게임을 진행하는 웃지 못할 사건이 있었다. 24일 발생한 사건은 그 당시보다 미미했지만 이날 하루종일 비가 오면서 전력 사용량이 많지 않았음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황당한 사건이었음은 틀림없다. 이런 게 바로 시설 낙후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전광판의 꺼진 시간이 더 길어지고 경기 진행 중 복잡한 상황이 일어났었더라면 그 경우에도 계속해서 장내아나운서의 방송에 의존한 채 나몰라라 했을지 궁금할 정도다.

▲ 황당, 신기함의 연속

이게 다가 아니었다. 시설과 무관하기는 했지만, 삼성의 관중 관리 미숙이 드러난 대목이 발견됐다. 클리닝타임 후 6회초 넥센 공격에 들어가기 전 좌측 외야 담장 부근에 있던 술 취한 팬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최형우에게 말을 건넨 것. 취객은 최형우에게 공을 요구했고, 보안요원의 뒤늦은 제지로 공 한 개를 받으며 관중석으로 돌아갔다. 플레이에 직접적으로 연관을 맺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취객의 그라운드 난입 사건으로 6회초 공격 플레이볼이 다소 지연돼야 했다.

사실 대구 구장의 황당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초유의 서스팬디드 게임을 야기했던 지난 4월 16일 대구 삼성-두산전은 차지하더라도 대구 구장에선 관중의 그라운드 침입이 많았다. 일례로 작년 가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 직후 일반인이 삼성 선수들과 뒤섞여 버젓이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게다가 전광판 아래로 관중이 침입해 경기 중단이 되는 경우도 꽤 빈번하다. 나머지 구단도 힘겨워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삼성은 번번이 강력한 근절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구 구장은 여름철 야구인들이 가장 꺼리는 구장 중 하나다. 대구구장 특유의 지열이 더위와 만나 사람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최근 경기에서 알 수 있듯이 유독 우천 취소가 되는 일이 드문 곳이다. 분지의 특성상 대구에 비가 덜 오는 탓도 있지만 유독 대구경기가 우천 취소 처리되는 경우가 희박하다. 대구 우천 취소 경기는 2009년 4경기, 2008년과 작년 단 3경기였고 올 시즌에도 아직 2경기뿐이다.

이번주 삼성은 홈 6연전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데 전국 야구장에서 유일하게 우천 취소 없이 매 경기 꼬박 정상 진행되고 있다. 연일 전국에 비가 내리고 있지만 대구 구장은 예외다. 선수들도 때로는 좀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대구 날씨는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요구한다. 그러나 야구장이 뒷받침을 하지 못하고 있어 선수들에겐 비 내리지 않는 날씨가 더욱 야속할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황당 사건과 특별함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대구 구장이다.  

[사진=대구 구장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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