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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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타자와 궁합 안 맞는 삼성

기사입력 2011.06.20 07:36 / 기사수정 2011.06.20 07:36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결국 퇴출 수순을 밟는 것인가.

2군에 내려간 삼성 외국인 타자 라이언 가코(30)가 지난 17일 경산볼파크서 배팅 훈련 도중 왼손 가운데 손가락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깁스를 하게 된 가코는 깁스를 풀고 정상복귀까지 최소 1~2달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는 추정 기간이고 실제로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어 삼성은 사실상 가코와 작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 기회는 많았다

삼성은 작년 한국시리즈서 SK에 타선 부진으로 완패했다. 그러자 선동열 운영위원이 전격적으로 2008년 크루즈 이후 3년만의 외국인 타자 영입을 구단에 부탁했다. 결국, 삼성은 과거 클리블랜드서 추신수의 동료였던 라이언 가코를 영입했다. 류중일 감독도 다소 불안한 최형우의 외야 수비력을 감안해 가코에게 외야수비를 시킬 참이었다.

그러나 류 감독의 계획은 스프링캠프서 단박에 어긋났다. 가코의 외야 수비력이 떨어졌기 때문. 울며 겨자먹기로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삼성의 타격 부진이 계속되자 1루수로 돌려 타격감이 좋은 토종 타자를 지명타자로 기용하는 제2의 플렌을 가동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가코의 1루 수비는 나쁘지 않았다. 실제 빅리그 시절에도 외야보다는 1루 수비가 더 안정적이었다는 평가였다.

어쨌든 가코는 타격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당연히 2군 강등은 성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조치였다. 58경기 타율 0.248 1홈런 28타점. 시즌 초반 클러치 상황서 또박또박 득점타를 터트려줬으나 5월 이후에는 그마저도 뜸했다. 5월 중순 이후 동료의 타격감은 살아 올랐지만 가코는 끝까지 침묵했다. 류 감독은 '나믿가믿'의 진수를 선보이며 뚝심 있게 가코를 기용했으나 결국 2군행 칼날을 피하지 못했고, 설상가상 부상의 덫에 빠지고 말았다.

근본적으로 타격 시 두 어깨가 축 쳐져 있어 큰 타구를 날리려면 극단적으로 팔을 들어올리는 스윙을 해야 했다. 이럴 경우 당연히 활용 가능한 히팅 포인트가 줄어들게 된다. 임팩트 후에도 손이 처지며 공을 띄우는 스윙을 하지 못했다. 그런 구조적인 문제가 보였음에도 기회를 받았으나 끝내 한국야구에 적응하지 못했다.

2004년 오리어리 로페즈, 2008년 크루즈에 이어 유쾌하지 못한 용병 타자로 남게 됐다. 99년 스미스, 2000년 프랑코, 2001년 마르티네스, 2002년 브리또 등 외국인 선수 도입 초기 타자 용병 히트 상품을 꾸준히 배출해왔으나 최근에는 유독 타자 외국인 선수와 궁합이 맞지 않는 모습이다.

▲ 계륵과 영웅사이 

사실 삼성에서 외국인 타자로 살아남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삼성 타선은 참 묘하다. 타선의 폭발력은 확실히 8개 구단 평균에도 못 미친다. 그런 점만 생각하면 외국인 해결사가 확실히 필요한 팀이 삼성이다. 올 시즌만 해도 삼성을 상대하는 투수들이 위기 상황서 최형우 정도를 제외하고 철통 경계를 하는 타자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외국인 타자를 클린업 트리오의 일원으로 놓아버릴 경우 미묘한 문제가 생긴다. 삼성에는 폭발력은 떨어져도 기동력과 수비력, 작전 수행 능력을 두루 갖춘 선수는 은근히 즐비하다. 그래서 삼성 야수진의 뎁스는 8개 구단 상위권으로 꼽힌다. 삼성이 애당초 가코를 외야수로 놓으려는 이유는 최형우의 외야 수비력을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삼성 내야와 지명 타자의 역학 관계를 고려한 조치이기도 했다,

사실 삼성에는 1루수와 지명타자를 맡을 타자가 많다. 현재 삼성 주전 1루수는 조영훈이지만, 뇌진탕 증세의 채태인이 복귀할 경우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여기에 조동찬마저 복귀한다면 박석민도 1루를 볼 수 있다. 꼭 채태인과 조동찬의 부상 복귀가 아니더라도 손주인이 내야 전 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고 모상기도 1루 요원이다. 외야도 사실 주전으로 손색없는 이영욱이 밀려나 있다. 추후 복귀 가능한 강봉규도 외야와 1루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가코를 1루나 지명 타자로 한자리를 내주기엔 역학관계상 답답하긴 했다. 국내 선수가 누구 하나 '터져주지' 못한 게 가코의 영입이유였지만, 정작 가코마저 침묵해 영웅이 아닌 계륵이 돼버렸다. 삼성이 가코를 대체할 외국인 타자 영입에 미온적인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렇다고 투수를 구하기엔 이미 자리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확실하게 경기를 주름잡을 폭발력 있는 선수가 없지만 자리는 빽빽한 삼성 1군. 이래저래 외국인 선수가 살아남기 어렵긴 한 팀이다. 그러나 가코의 부진은 이번 부상과는 무관하게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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