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전세계 테니스 팬들이 주목한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선수는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였다. 세계랭킹 1위 알카라스가 2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꺾고 생애 첫 윔블던 테니스 대회(총상금 4470만 파운드·약 743억원) 남자 단식 정상에 올랐다.
알카라스는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남자 단식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4시간 42분 만에 세트스코어 3-2(1-6 7-6<8-6> 6-1 3-6 6-4)로 제압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알카라스는 역대 최연소 세계랭킹 1위 등 차세대 주자 중 가장 돋보이는 성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메이저 대회 통산 최다 23회 우승' 조코비치를 메이저 대회에서도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윔블던에서 제압하며 남자 테니스의 '새로운 황제'로 등극했다. 또한 약 20년간 이어진 남자 테니스 '빅3'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조코비치와 라파엘 나달(136위·스페인), 로저 페더러(은퇴·스위스)의 빅3, 그리고 영국 출신으로 윔블던에 강한 모습(2회 우승)을 보여줬으며 때로는 이들과 함께 '빅4'로 까지 묶였던 앤디 머레이(40위·영국)가 아닌 선수가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것은 2002년 레이턴 휴이트(은퇴·호주)이후 무려 21년 만의 일이다.
알카라스는 조코비치와 상대 전적에서 2승 1패로 앞서나갔다. 올해 프랑스오픈 준결승에서 당한 1-3 패배를 되갚았다. 지난해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이뤄낸 알카라스는 이날 승리로 통산 메이저 우승 횟수를 2회로 늘렸다.
클레이코트와 하드코트에 비해 잔디코트에서는 경험 부족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온 알카라스는 지난달 열린 더 퀸스 클럽 신치 챔피언십에서 잔디코트 첫 우승을 이루더니 윔블던에서도 정상에 서며 어린 나이에 모든 코트 표면에 능한 선수로 업그레이드됐다.
이날 승리로 알카라스는 17일 발표되는 주간 랭킹에서 4주째 1위를 지키게 됐다. 졌다면 조코비치에게 1위를 내주는 상황이었다. 알카라스가 받는 우승 상금은 235만 파운드(약 39억1000만원)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5연패와 통산 8번째 우승이 불발됐다. 만 36세인 조코비치가 새로 쓸 수 있었던 윔블던 남자 단식 최다(8회), 최고령(35세 11개월 8일) 우승 기록 모두 당분간은 페더러의 것으로 남는다.
이날 조코비치는 몸이 덜 풀린 것 같은 알카라스에게 게임 스코어 5-0으로 여유롭게 앞서나가더니 1세트를 따냈다. 알카라스는 2세트 샷의 '영점'을 맞추고 반격에 들어갔다. 타이브레이크에서 조코비치를 속이는 절묘한 발리로 포인트를 따낸 끝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조코비치의 이번 대회 타이브레이크 6전 전승 행진에 알카라스가 제동을 걸었다.
3세트 알카라스가 게임 스코어 3-1로 앞선 상황에서는 13차례나 듀스를 기록하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25분이 넘는 승부 끝에 브레이크 포인트를 따내고 포효한 알카라스는 결국 3세트를 따내며 세트 스코어 2-1로 승부를 뒤집었다.
왼쪽 허벅지에 테이핑하고 경기에 나선 조코비치는 4세트 들어 해당 부위를 라켓으로 여러 번 내려치며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끈질기게 포인트를 쌓았고, 결국 승부를 5세트로 몰아갔다.
알카라스는 조코비치의 3번째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승기를 잡았고, 조코비치는 라켓을 네트 기둥에 내리치며 분풀이했다. 조코비치의 마지막 샷이 네트를 넘지 못하며 우승을 확정한 알카라스는 코트에 드러누워 얼굴을 감싸 쥐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사진=AP, AFP, 로이터/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