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11.11 07:17 / 기사수정 2005.11.11 07:17
최희섭에게 2005시즌은 너무나도 아쉬운 시즌이었다. 2002년 시카고 컵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 줄곧 주전 1루수 후보로 주목받았지만, 왼손 투수가 선발로 나오는 날이면 언제나 벤치 신세였다. 특히 2004시즌 중반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한 이후에는 더욱 그러한 경향이 심화되었다.
하지만 2005 시즌은 최희섭에게 어느때보다 희망찬 시즌이었다. 최희섭에게는 자신을 직접 LA 다저스로 데려온 폴 데포데스타 단장이 있었으며, 올메도 사엔즈라는 오른손 경쟁자가 있긴 했지만 최희섭이 왼손 투수에게 어느정도 공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충분히 제치고, 풀타임 주전으로 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희섭의 시즌 초반은 무난하게 출발했다. 왼손 투수가 나오면 주전자리를 내주는것은 여전했지만 4월 한 달간 18경기에 나서 .259의 타율과 3개의 홈런, 7개의 타점을 기록했다. 5월달에는 26경기에 나서며 .254의 타율과 3개의 홈런 13타점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최희섭의 진가는 6월초에 드디어 발휘됐다. 6월 11일(한국시간)부터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인터리그 홈경기 3연전에서 무려 6개의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6월 11일 열린 첫번째 경기에서는 1회 상대 선발 조 메이스로부터 2점 홈런을 터뜨린 후, 팀이 5-5로 팽팽히 맞서던 9회말에 최희섭을 막기위해 나온 좌완 테리 멀홀랜드의 공을 힘껏 잡아당기며 홈런을 만들어내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 동안 왼손투수에게 약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최희섭이었기에 이 끝내기 홈런은 더욱 의미가 깊었다.
최희섭의 홈런포는 6월 12일과 13일에도 멈추지 않았는데 13일 경기가 '절정'이었다. 1회 상대 선발 브래드 래드키로부터 첫번째 홈런을 만들어내더니, 1-2로 뒤진 4회에도 초구를 잡아당기며 우월홈런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3-3으로 6회에도 또다시 홈런을 터뜨려 '3연타석 홈런'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후 슬럼프에 빠지며 6월 월간 타율이 .205에 머물렀다.
그래도 전반기까지는 오른손 투수가 나오면 꾸준히 경기에 출장했지만 후반기에는 이 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왼손투수에 대한 약점과 함께 득점권 타율이 낮은 점 때문에 점점 트레이시 감독의 눈 밖에 났고 결국 오른손 투수가 나오는 날마저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트레이시 감독은 포수에 신예 디오너 나바로를 중용하는 대신 전반기 내내 주전 포수 마스크를 썼던 제이슨 필립스를 1루로 돌리고,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 브라이언 마이로우에게까지 기회를 주는 등 이로써 1루 경쟁자는 올메도 사엔즈까지 포함해 무려 3명으로 늘어났다.
결국 최희섭은 후반기에 주전으로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며, 홈런은 2개를 보태는데 그쳤다. 하지만 더욱 아쉬운 점은 최희섭이 주전으로 나와 좋은 활약을 보여준 다음경기에 오른손 투수가 선발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주전으로 출장시키지 않는 트레이시 감독의 선수기용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의 팬, 언론에까지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최희섭은 2005시즌을 데뷔 후 가장 많은 133경기에 출장하며 .253의 타율에 15홈런 42타점을 기록하며 마감했다. 시즌 초반 페이스에 비해서 후반기의 활약의 미비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올스타전 홈런더비 출전이라는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한 최희섭. 올 시즌을 끝으로 자신을 데려온 폴 데포데스타 단장도, 끝까지 플래툰 시스템을 고집한 짐 트레이시 감독도 모두 떠났다. 이제 내년 시즌 최희섭의 운명은 본인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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