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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한국인 메이저리거 결산 ① 박찬호

기사입력 2005.10.25 07:37 / 기사수정 2005.10.25 07:37

고동현 기자

박찬호에게 2005시즌은 '나름대로 성공한, 하지만 뭔가 뒤끝이 개운치 않은' 한 시즌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2002년에 5년간 6500만달러라는 거액의 돈을 받고 LA 다저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팀을 옮긴 박찬호. 하지만 그에게 텍사스에서의 생활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성적으로만 놓고본다면 그의 2002년부터 3년간의 성적은 14승 18패. 특히 2002년 9승이후 2003년 1승, 2004년 3승을 거두며 추락에는 날개가 없는 것 처럼 보였다. 그에게 더욱 힘든것은 성적에 따른 주위의 곱지않은 시선들이었다. 지역언론은 물론이고 팬들마저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 사이 텍사스 레인저스는 2002년 입단 당시 초호화 멤버의 팀에서 2005년은 어느새 젊고 능력있는 선수들로 채워져 있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후안 곤잘레스, 이반 로드리게스등이 모두 떠난 자리에 박찬호는 팀의 최고액 연봉자가 되어있었지만 돈에 비해 그의 위치는 더욱 불안해져 있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올해 조금이라도 성적이 안좋으면 언제든지 방출될 수 있다는 루머도 떠돌았다.

드디어 대망의 2005시즌. 박찬호는 4월 9일(이하 한국시간) 아메리칸 리그의 '약속의 땅' 시애틀의 세이프코 필드에서 시즌 첫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결과는 5⅔이닝 4안타 3실점으로 무난한 성적을 거뒀지만 그동안 세이프코 필드에서의 호투를 생각한다면 아쉬운 첫 게임이었다.

다음 경기는 '천적'들이 즐비한 LA 에인절스와의 경기. 더군다나 박찬호에게는 '홈구장같지 않은 홈구장'인 아메리퀘스트필드에서의 경기였기 때문에 팬들은 가슴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봐야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이러한 우려를 씻고 6⅔이닝동안 5안타 3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거두게 된다.   

1승이후 박찬호는 오클랜드에게 패하며 기세가 가라앉는듯 했지만 4월 24일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뉴욕 양키즈와의 경기에서 다시 한 번 본인의 진가를 드러낸다. 특히 시즌 초반 박찬호가 유용하게 사용했던 투심패스트볼이 유난히 돋보였던 경기였다. 박찬호는 기막힌 투심 패스트볼로 알렉스 로드리게스, 제이슨 지암비, 호르헤 포사다등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재기를 알린다. 6⅔이닝 3안타 1실점. 성적보다 더욱 돋보였던 점은 투구수가 122개나 됐다는 점이다.

4월 3승 1패, 5월 2승 무패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시즌을 치러나가며 어느덧 박찬호의 통산 승수가 99승이 되었다. 100승 도전 경기는 6월 4일 캔자스시티 로열즈와의 원정경기. 박찬호는 텍사스 타선이 폭발하며 여유있게 승리를 거두는가 싶었지만 난타를 당하며 5이닝동안 6실점을 하며 힘겹게 100승을 달성한다.

이후 박찬호는 시즌 초반의 호투를 많이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승수를 착실하게 쌓아나가며 7월까지 8승 5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7월 30일 아침에 깜짝 놀랄 소식을 듣게된다. 바로 샌디에고로의 트레이드. 맞트레이드 대상은 샌디에고의 강타자 필 네빈이었다.


◆ 당시 박찬호와 네빈의 트레이드 소식을 전했던 mlb.com의 모습


지명타자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그리고 투수들의 천국'펫코파크'.더군다나 샌디에고는 당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며 포스트시즌 진출 전망이 밝았다. 박찬호는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었지만 텍사스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박찬호의 샌디에고 이적 후 첫 경기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피츠버그와의 원정경기에서 4⅓이닝동안 8안타 7실점(5자책)하며 단장은 물론이고 감독,팬들에게도 실망을 안겼다. 다음경기인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서 5⅔이닝을 2실점으로 막으며 이적 후 첫 승을 거두는등 샌디에고로의 이적 후 8월 한달동안 4승을 따냈지만 문제는 방어율이었다. 급기야 9월 12일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1⅓이닝만을 던지고 강판당한 후에는 불펜행을 지시받았다.

본인은 물론이고 팬들에게도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후 9월 20일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2⅔이닝 1실점. 2001년 이후 4년만의 구원투수로의 출격이었다. 하지만 그 때와 의미는 사뭇 달랐다. 2001년에 당시는 미국 9.11 테러사태로 인해 메이저리그의 모든 경기들이 일주일동안 중단된 관계로 그 날은 박찬호가 자원등판을 한 것이었고, 이 날은 그야말로 '불펜강등' 순수한 의미의 구원등판이었다.

이후 10월 2일 LA 다저스와의 홈경기에서 다시 한 번 선발투수로 나서 6⅓이닝동안 6안타 2실점하며 호투를 했지만 결국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는 끼지 못한채 12승 8패 방어율 5.74로 2005시즌을 마무리했다.

박찬호는 시즌 종료 후 자신의 홈페이지(www.chanhopark61.com )에 남긴 글에서 "그 동안 바라던 것을 올해 이뤘다"고 하면서 통산 100승과 4년만에 다시 시즌 두자리 승수를 거둔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또 올시즌의 아쉬움과 내년을 기약하는 글을 남기면서 " 최고의 과거일지라도 아쉬움은 늘 있게 마련이고 최고일지라도 과거는 과거일뿐입니다. 상처가 많았다면 그 상처가 치료된 미래는 더 강해질 것입니다"라고 말했으며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나타냈다.

박찬호가 시즌 후 남긴 글처럼 박찬호에게 2005시즌은 기쁨과 아쉬움이 모두 묻어나는 한 시즌이었다.

 



고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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