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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 Sun' 묘한 그들의 인생사

기사입력 2011.06.15 10:07 / 기사수정 2011.06.15 10:57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사람의 인생은 참으로 묘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명장 선동열 삼성 운영위원과 김경문 전 두산 감독이 6개월이라는 시간 차를 두고 나란히 옷을 벗으며 야구계에 충격을 던졌다. 작년 삼성을 4년만의 한국시리즈로 인도한 선 운영위원은 한국시리즈 무기력 패배와 팀 컬러 쇄신의 이유로 사실상 경질을 당했고, 재임 8년 중 6차례나 두산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고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 공헌한 김경문 전 감독은 시즌 중 7위 추락이라는 극악의 부진 속 스스로 자진 사퇴했다. 6개월 사이에 한국 야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해와 달'이 나란히 지고 만 것이다. 

▲ 닮지 않은 듯 닮은, 그래서 더욱 묘한 해와 달

그런데 한 가지 눈 여겨볼 게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을 두고 하는 말이다. 둘의 첫 인연은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대 78학번이던 김 전 감독은 1981년에 입학한 선 운영위원을 '방졸'로 받아들였다. 둘은 단 1년간 배터리를 이룬 뒤 더는 함께하지 않았으나 여드름 치료를 하러 함께 피부과에 다니는 등 둘의 에피소드는 지금까지도 기자들 사이에서 회자가 될 정도다.

이런 두 사람은 2003년 또 한 차례 묘한 인연에 휩싸인다. 일본프로야구를 경험하고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 홍보위원을 맡으며 야구 견문을 넓히던 선 운영위원이 지도자 컴백을 전격 선언한 것. 두산이 그를 영입하려고 물밑에서 가장 빨리 움직였다. 당시 김인식 감독을 사실상 용퇴시켰다. 그러나 선 운영위원은 당시 삼성 사령탑으로 있던 해태시절 스승 김응용 감독의 품에 안겨 삼성 수석코치로 발탁됐다. 그 후 선 운영위원은 2005년 전격 감독으로 발탁, 작년까지 2차례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5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냈다.

결국, 두산의 감독 자리는 공석이 됐고 이때 당시 베터리 코치이던 김경문 감독이 전격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만약 당시 선 운영위원이 두산 감독으로 갔다면 2000년대 후반 프로야구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해와 달'의 감독 맞대결은 성사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경문 전 감독은 이미 1994년 삼성 배터리 코치를 시작으로 1998년부터 줄곧 두산의 베터리 코치로 활약하는 등 이미 '준비된 감독'이었다. 

이렇게 적으로 만난 해와 달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치열한 맞대결을 펼쳤다. 2004년 감독과 수석코치 신분으로 플레이오프서 첫 맞대결을 펼쳐 선동열 운영위원이 승리했다. 선 운영위원은 2005년 한국시리즈서 우승하면서 강세를 이어갔다. 이후 2008년과 2010년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두 사람은 단맛과 쓴맛을 한 차례씩 주고받으며 그들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갔다. 



▲ 돈독한 우정…그러나

2005~2010년 두 사람이 두산과 삼성의 감독 재임 시절의 정규시즌 전적은 54승 53패 3무로 두산의 미세한 우위. 그러나 승패 이전에 두 선후배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2006년 김창희+강봉규와 강동우의 트레이드를 시작으로 조현근과 김덕윤의 교환에 이어 2009년에는 채상병과 지승민을 또 다시 교환하는 등 적극적으로 서로 도왔다. 그러한 영향으로 지금까지도 두 구단은 우호적인 관계로 유명하다.

또한, 불펜에 중점을 두는 지키는 야구와 한 박자 빠른 공수를 강조하는 두 사람은 서로의 스타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두 감독의 재임 중반 이후 삼성이 기동력을 배양했고 두산이 불펜 전력을 강화시킨 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측면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그들은 당시 40대 젊은 감독의 기수로서 한국 야구의 새 지평을 열었다.

그러나 결국 성적 앞에 자유롭지 못했다. 선동열 운영위원은 2010년 세대교체의 완성 단계 도중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막상 한국시리즈서 SK에 맥없이 무너지며 물러나야 했고, 김경문 감독은 세계 정상에 올랐으나 지난 7년간 단 한 차례도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지 못한 부담을 끝내 떨쳐버리지 못했다. 꽤 좋은 성과를 거두고 한국야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두 명장은 그렇게 6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나란히 야인으로 돌아갔다. 끝내 함께 좋은 인연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올 가을 감독 이적 시장 최고의 블루칩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올 시즌 계약 만료되는 김성근 SK 감독이 3년 재계약을 했다는 모 스포츠 전문지의 보도가 있었으나 아직 구체적 정황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두산도 새 사령탑을 구할 가능성이 크고 9구단 NC마저 올 가을 1대 사령탑을 선임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 잘못하다 해와 달이 감독 시장에서 또 한번 묘하게 인연이 엇갈릴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4번이나 가을의 전설을 함께 써내려 갔던 해와 달. 그들은 이번 가을 그라운드에서 만나지 않는다. 대신 장외에서 또 다른 인연을 써내려 갈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해와 달은 언제나 한 곳에 공존할 수 없듯이. 

[사진=김경문 전 두산 감독 선동열 삼성 운영위원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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