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엑‘s 인터뷰①]에 이어) '닥터 차정숙' 민우혁이 배우들과의 호흡과 작품 속 비하인드에 대해 전했다.
민우혁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 종영 인터뷰에서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 분)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작품. 민우혁은 극중 구산대학교병원 이식(간담췌)외과 전문의 로이킴 역을 맡았다.
민우혁은 자신이 맡은 로이킴에 대해 “어릴 때부터 고아였고, 가족의 사랑을 받아보지 않은 인물이다. 비록 양부모의 사랑을 받았지만, 진짜 가족에 대한 결핍이 있었다. 가족이라고 해서 특별한 게 없고, 남들처럼 똑같구나 싶었는데, 차정숙이 가정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진짜 부모의 모습일 수 있겠구나’ 생각했던 거 같다”며 “그런 차정숙을 보면서 자기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가족에 대한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지 않았나 싶다. 가족에게 멸시당하는 차정숙을 보면서 동정심을 느끼고, 본인이 정숙에게 의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을 거 같다”고 설명했다.
그런 로이킴과 본인의 싱크로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민우혁은 “제 입으로 말씀드리긴 한데, 많은 부분이 비슷하긴 하다. 운동도 좋아하고, 음주가무보다는 운동으로 많이 푸는 편이다. 주변에서도 건강하다, 넌 참 건강하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감독님께서도 그런 면이 많이 비슷하다고 판단해서 캐스팅했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가족에 대한 결핍도 없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닮은 편이다. 로이가 굉장히 나이스하지 않나. 저도 사실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살면서 모든 순간이 오디션이라고 생각한다. 저의 진심을 모두 내비치는 친구도 있지만, 공연장이나 단체로 모이는 곳에 가면 최대한 나이스하려고 하는 부분이 있어서 닮아있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엄정화와의 호흡은 어땠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제가 오랜 무명기간을 거치고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가 처음 나온 프로그램이 ‘불후의 명곡’이었는데 그 때 전설로 나오신 분이 엄정화 씨였다”며 “제겐 너무 큰 의미였고, 고등학교 때 슈퍼스타 중 슈퍼스타셨다. 톱중의 톱이었기 때문에 이런 스타가 몇 분이나 계실까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래서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엄정화 씨가 확정됐다는 얘기 듣자마자 이 작품이다 싶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함께 호흡을 맞추면 정말 행복하겠다 싶었다”며 “현장에서 만나서 연기해보니까 생각헀던 것보다 훨씬 좋은 배우였다. 자기의 색을 가지고 연기하는 게 아니라, 항상 '어떨거 같아' 하고 물어봐주시면서 충분히 얘기한 다음에 리허설을 했다. 그렇게 되니 제가 준비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호흡을 주고받게 되더라. 이번 작품을 통해서 연기적인 부분이 많이 채워진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또한 엄정화의 집에서 배우들이 자주 모임을 갖기도 했다고 밝힌 그는 "처음에 촬영할 때에는 아무래도 타이틀롤이라는 점 때문에 누나가 부담을 많이 느끼셨던 거 같다. 걱정을 많이 하다보니 막내인 저를 비롯해서 병철이 형이나 세빈 누나도 항상 응원을 했다. 누나가 늘 자기탓을 하고, '나 땜에 재미없으면 어떡해', '연기를 너무 정극으로 했나'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그런데 작품이 잘 되고 나니까 세상 소녀가 따로 없다. '우리가 이렇게 잘 될 줄 알았어', '좋은 배우들이랑 행복하게 작업해서 잘 될 줄 알았어' 한다. (웃음) 제가 생각했던 다가갈 수 없는 스타도 정말 따뜻한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으로 만난다는 게 큰 행운"이라고 이야기했다.
촬영하면서 애드리브가 들어간 장면이 있느냐는 질문에 민우혁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봉사활동 가서 차정숙 간 봐주다가 볼에 뽀뽀하는 장면이다. 그게 대본에 전혀 없는 거였는데 리허설 때 저와 (엄)정화 누나 사이로 형이 들어왔다. 타이밍적으로 뽀뽀하면 재밌겠다 싶어서 장난으로 얘기했다. 그랬더니 한 번 해보라고 하셨는데, 주변에서 빵 터져서 그대로 살려서 가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옥상에서 차정숙이 떨어지는 장면도 원래는 정숙이 안전하다는 걸 확인하고 로이와 인호가 눈 마주치고 뛰어가는 거였는데, 너무 다행이다보니 서로 부둥켜 안고 위로하는 게 들어간 것”이라며 “감독님께서 많이 수용해주셨고, 오히려 많이 물어봐주셨다. 조금 더 재밌게 하셔도 된다고 했고, 너무 과하면 말씀을 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인호와 로이가 병원에서 싸우는 씬에서는 로이가 의사가운을 뒤집어썼는데, 그것도 원래 병철이 형이 예정되지 않은 애드리브를 한 거다. 그런데 그 끈이 머리에 의도치 않게 걸렸다. 이걸 살리면 재밌겠다 싶어서 본 촬영 때도 최대한 끈이 머리에 걸리게끔 썼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렇다면 촬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민우혁은 “제 씬은 아닌데, 제가 엄정화씨에게 감동받고 정말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던 장면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랑(이서연)이가 미술하다가 아버지에게 걸려서 무릎꿇고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랑이가 울지를 못했다. 슛이 들어갔을 때 감정이 안 잡혀서 NG가 났는데, 그 때 아무 말 없이 누나가 이랑이를 안아줬다”며 “그 순간에 그 친구가 바로 터지기 시작해서 바로 촬영을 들어갔는데 정말 좋은 연기가 나왔다. 그 장면이 정말 잘 나와서 기억이 남는다”고 전했다.
더불어 "로이가 바이크를 타지 않나. 제가 면허증을 따서 겨우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는 정도여서 나머지는 대역이 해야했는데, 제 덩치만한 대역이 없었다. 너무 마르셔서 누가 봐도 민우혁이 아니었다. 그래서 따로 연습을 해서 그 씬을 다 찍었다"며 "절대 안 된다고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작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면허를 딸 기회가 있었다. 바이크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정말 감독님과 작가님께 감사드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결말에 대해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는 “너무 아쉽다. 감독님께서도 연락주셔서 16회를 편집하고 완성했는데, 본인도 로이가 아쉽다고 하시더라. 저도 차정숙과 친구로 남던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서 진짜 나를 친가족처럼 키워주신 분들에게 가던지 하는 느낌이면 좋은데, 다른 여자를 만나서”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차정숙이 로이에게 ‘선생님에게 어울리는 여자를 만나서 좋은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로이가 그 말을 듣는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어떻게든 그 씬을 안 찍으려고 했다. 왜 하필 (로이가) 거기서 미국사람이 되어서”라며 “시청자 분들이 부디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엑‘s 인터뷰③]에서 계속)
사진= 박지영 기자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