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베테랑의 면모가 유감 없이 드러났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소속팀 리버풀이 자신의 부임 뒤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에 실패한 것을 두고 태연한 척 했다. UEFA 클럽대항전엔 계속 나간다는 게 그의 항변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6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22/23 프리미어리그 첼시와의 홈 경기에서 카세미루와 앙토니 마르시알, 브루누 페르난데스, 마커스 래시퍼드의 릴레이골을 묶어 원정팀을 4-1로 대파했다.
이날 승리로 승점 72가 된 맨유는 3위로 한 계단 올라섰을 뿐 아니라 5위 리버풀(승점 66)과의 간격을 6점으로 벌렸다. 리버풀은 4위 뉴캐슬(승점 70)과의 간격도 4점 차로 벌어졌다. 오는 29일 프리미어리그 시즌 최종전을 이겨도 4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놓친다는 의미였다.
클롭 감독은 지난 2015/16시즌 도중 리버풀에 부임했다. 자신이 풀타임으로 지휘한 2016/17시즌부터 한 번도 빠짐 없이 리버풀을 UEFA 챔피언스리그에 올려놓았으나 이번 시즌 만큼은 4위 이내 순위 확보에 실패하면서 UEFA 유로파리그를 소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맨유가 첼시전을 승리한 뒤 리버풀 간판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가 팬들에게 챔피언스리그 진출하지 못한 것을 사과하는 등 리버풀은 침울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클롭 감독은 이번 시즌 들어 더욱 능숙해진 인터뷰 기술로 회견장 분위기를 좌지우지했다.
리버풀은 오는 28일 이미 강등이 확정된 사우샘프턴과 원정 경기로 시즌 최종전을 벌인다.
26일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클롭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 실패에 대한 질문을 받자 "화요일, 수요일에서 목요일로 유럽 대항전의 밤이 바뀌었을 뿐이지 누가 그걸 신경 쓰겠는가"라며 "재정적으론 타격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게 전부다. 축구의 관점으로 봤을 땐 유럽대항전의 밤은 그대로 존재한다"고 되받아쳤다.
화·수요일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대신 목요일 밤 열리는 유로파리그를 나가는 것 말고는 뭐가 달라지겠느냐란 의미인데, 클롭 감독도 챔피언스리그 불참에 따른 구단 수입의 타격은 모르는 게 아니어서 이런 사실까지 외면하진 않았다.
자신에 대한 질책을 그야말로 능수능란하게 넘어간 셈이다. 그는 또 "10경기 전만 해도 유로파리그도 어려웠다. 10경기 이전의 경기들을 못했지만 최근 10경기 승점은 (8승 2무로) 괜찮다"며 팬들에게 다가오는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사진=로이터, EPA/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