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6.02 08:00 / 기사수정 2011.06.02 08:00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학생야구선수 학습권 보장과 야구 실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일환으로 시작된 ‘2011 고교야구 주말리그’가 시행 3개월 만에 그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강력한 에이스를 보유한 학교가 일방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즌 초반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하나 둘씩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하면서 야구한다’라는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먼 듯한 모습마저 보여주고 있다.
주말리그의 가장 큰 구조적인 문제는 '왕중왕전에 출전할 학교의 숫자가 제한된다'라는 데에 있다. 그러다 보니 왕중왕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학교에 소속된 선수는 대학 진학이 완전히 차단된다.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인 개인 성적이 전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리그전 성적으로 이를 보완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를 반영하기로 명시한 대학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안양시 야구협회의 이형진 회장은 "주말리그 시행은 학생 야구선수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다"라고 하여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야구협회 정책에 대해 지역야구협회가 본격적으로 '정면 반박'에 나선 것이다.
그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운동하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진로를 정해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들의 인생 목표는 체육인으로서 사는 것이다. 공부만 했던 아이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며 잘 살고 있다"라고 전제하면서 "야구하면서 공부를 시키겠다는 이야기에는 함정이 있다. 야구하는 아이들이 모두 무식해서 어떻게든 공부를 시키겠다는 논리로 흐를 수 있다. 운동은 20시간 하면 안 되고 공부는 20시간 해도 된다는 법 조항이 대한민국 어디에 있는가"라며 대한야구협회를 향하여 직격탄을 날렸다.
굳이 이회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주말리그의 시행이 일부 학생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설령 왕중왕전에 진출했다 해도 주전과 비주전 선수와의 격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주말에만 야구를 한다는 사실에 최정예 요원들만 보내야 하는 야구부 지도자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들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적을 내야 하는 입장이다.
결국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면 비인기 학교로 진학하려는 중학교 선수들은 점점 줄어들게 되고 이는 결국 중학야구의 축소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중학야구의 축소는 필연적으로 초등학교 및 리틀야구의 축소를 부른다. 장기적인 입장에서 보면 프로야구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될 만하다.
물론 고교야구 선수들조차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러나 야구부 특별반과 같은 정규 수업 코스를 창설하는 방안을 얼마든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지난 해 열린 대한야구협회 공청회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제대로 논의됐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이회장은 또한 "학생야구 선수들은 주중에 공부와 야구 연습을 병행하면서 주말에 또 다시 야구를 하러 간다. 그렇다면 주말도 없고 공휴일도 없는 학생야구 선수들은 언제 휴식을 취한단 말인가. 인권 유린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라며 현 체제가 지속될 경우 학생들의 기본권과 휴일 자유권 등 학생야구선수들의 인권을 무시한 것으로 간주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시행 초기부터 많은 문제점이 제기됐던 고교야구 주말리그. 이제는 학생 선수들의 인권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듯한 모습이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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