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유형섭 기자] 2년 만의 설욕전을 준비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바르셀로나에게 또다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맨유는 지난 달 29일 웸블리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바르셀로나에게 1-3으로 패배하며 대회 트로피를 내줘야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잉글랜드 런던에서 열린 결승전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퍼거슨 감독은 중원 압박을 통한 루니, 치차리토의 골을 노렸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경험 없는 치차리토
퍼거슨 감독은 이날 루니에게 수비 부담을 주는 대신 최전방에 포진한 치차리토에게 득점을 맡겼다. 치차리토는 골문 앞에서의 민첩한 움직임이 장점이나, 피케의 벽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치차리토는 바르셀로나의 오프사이드 작전에 제대로 말려들며 맨유의 소중한 공격 기회를 무산시켰다. 치차리토는 후반전 들어 활동 반경을 넓히며 공간을 만들어내려 했으나 이마저도 소득이 없었다. 데뷔 시즌에 갖게 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란 무대에서 치차리토는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침묵한 긱스
루니와 함께 맨유 공격의 중심은 긱스였다. 긱스는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 바르셀로나의 중앙 미드필더와 충돌했다. 긱스는 바르셀로나 중원의 압박을 피하며 가운데에서 공을 운반하고 골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았다. 결과적으로 전반 34분 루니의 골을 도왔지만, 긱스의 전체적인 활약은 실망스러웠다.
긱스는 맨유 공격의 주도권을 쥔 선수였으나, 바르셀로나의 압박에 밀려 번번이 공을 빼앗기고 말았다. 후반전에는 지친 체력으로 인해 팀 내 최다 거리를 소화함에도 불구하고, 효율 없는 움직임만을 보여줄 뿐이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 입장에선 긱스의 왼발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무너진 맨유의 중원
바르셀로나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은 박지성을 중심으로 한 맨유의 중원 압박을 극복해낸 데 있다. 맨유는 공수에서 최선을 다하는 박지성과 발렌시아, 루니의 적극적 압박을 통해 바르셀로나를 공략하려 하였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치밀한 패스위주의 움직임과 엄청난 활동량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중심 샤비는 90분 내내 웸블리를 누비며 박지성을 지치게 만들었다. 샤비는 후반 9분 박지성의 집중력을 순간적으로 빼앗은 후 메시에게 오픈 찬스를 만들어줘서 골을 도왔다. 맨유의 수비는 페널티 지역 안쪽에서 잔뜩 움츠리며 바르셀로나의 공간 침투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중원 압박이 실종된 상황에서, 이러한 맨유 수비 진형은 악수와 다름없었다. 비야는 잔뜩 움츠린 맨유의 수비진을 비웃듯이 후반 24분 여유로운 중거리 슈팅으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공격 전개의 변화가 필요
맨유에겐 아쉬운 결승전이었다. 그러나 현재 맨유의 한계, 그리고 보강 포인트가 어디인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한판이기도 했다. 맨유는 무엇보다 긱스의 노쇠화, 스콜스의 은퇴로 중앙 미드필더의 보강이 절실하다. 바르셀로나전에서 긱스와 루니, 단 두 명의 선수만이 공격 전개를 이끌었다는 사실은 새로운 미드필더의 필요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베슬리 스네이더와 루카 모드리치의 영입설을 단순한 루머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올시즌을 끝으로 판 데 사르, 스콜스가 떠나지만 치차리토의 성장, 박지성의 재발견은 희망적인 요인이다. 덧붙여 맨유는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완패를 통해 새로운 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사진 (C) UEFA 공식 홈페이지 캡쳐]
유형섭 기자 SPORT@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