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7.22 12:14 / 기사수정 2005.07.22 12:14
야구를 처음 접하게 되는 사람들은 '9번타자'의 존재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단지 못 치기 때문에 맨 마지막 타순에 포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하지만 요즘 프로야구를 보게 되면 9번타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최근 하위타선의 힘도 부쩍 는 탓에 9번타자 앞으로 많은 찬스가 배달되기도 한다. 따라서 찬스에 강한 면모가 있어야 하고, 상위타선과의 연결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삼성 조동찬의 활약은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 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조동찬은 9번타자 겸 3루수로 활약하며 타율은 0.251에 불과(?)하나 9홈런 48타점(21일 기준)을 기록할 만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발 장타력을 갖췄고 찬스에서 자신있게 방망이를 휘두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번타자로선 더없이 좋은 '캐릭터'다.
특히 쟁쟁한 스타들을 제치고 득점권(주자가 2루 이상 진루해 있을 때 타석에 들어설 경우)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조동찬이 얼마나 찬스에 강한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증거다. 여기에 전체 타점 12위, 팀 내 타점 2위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조동찬은 지난해 주전 유격수로 발탁되어 첫 풀타임 시즌을 뛰었을 만큼, 베테랑 중심의 삼성 타선에 신선함이 돋보인다. 지난해에는 표면상으론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장타력을 인정받았고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활약 덕에 '다음 시즌이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 꼽히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준우승 쇼크로 대어 FA를 싹쓸이한 삼성은 기존 유격수 조동찬 대신 '대어' 박진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전 탈락설'과 '트레이드설'에 시달려야 했던 조동찬이었다.
하지만 선동렬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조동찬의 장래성을 인정하고 국내 최고의 3루수였던 김한수의 포지션 전환으로 전력 극대화를 꾀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100% 주전 보장은 아니었다. 신인 좌타자이자 1루수인 조영훈과의 경쟁에서 패할 경우 김한수는 다시 3루로 돌아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어긋나도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었던 상황. 그러나 조동찬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개막전 첫 타석에서 시원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던 조동찬. 이후 잠시 슬럼프를 겪었지만 찬스에선 팀배팅으로 타점 하나하나를 차곡차곡 쌓아온 덕택에 '소리없는 강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삼성도 조동찬의 활약에 흡족해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직접 키워낸 선수이기 때문에 만족감은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자리를 차지한 조동찬이 기특할 것이다.
현재 조동찬의 페이스로 봤을 땐 두 자릿수 홈런은 물론 70타점 이상은 무난해 보인다. 9번타자로선 실로 대단한 수치(數値)다. 앞으로도 9번타자의 매운 맛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렇다고 평생 9번타자를 하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사진 /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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